도서 소개
오늘의 청소년 문학 17권. 학교 폭력과 가정불화에 시달리던 두 중학생 아이가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뒤, 스스로 재능을 살려 용기 있게 삶을 살아 내고, 돌아와 화해를 시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성장소설이다. 이 글의 주인공 나와 마리는 둘 다 끊어지지 않는 고리처럼 반복되는 폭력과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눈빛과 표정, 몸짓을 통해 끊임없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 봐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빼앗겨 갈 때 두 친구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세상에 나선 그들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달방’이라는 임시적이고 작은 공간은 두 아이가 자신들의 힘을 시험할 무대이다. 폭력도 불화도 없는 공간이지만 지켜 줄 그늘도 없는 공간. 작가는 여리지만 강한 두 아이의 불안과 용기를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 그려 냈다.
출판사 리뷰
“나쁜 일들이 내 삶을 가로막게 놔둘 순 없어.”
스스로 삶을 살아 내기 위해 집을 나선 두 아이의 아프고도 단단한 성장기
“가해자와 피해자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어.”
세상과 부딪치며 어른이 되어 가다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또 다른 폭력의 희생자일 경우가 많다. 또 폭력에 시달리던 사람이 어느새 폭력에 익숙해져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때려눕힐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진 것을 알게 된 뒤, 자신이 당한 것처럼 그들을 괴롭히기로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던 친구들과 자신이 다를 게 없음을 깨닫고 괴롭히는 짓을 그만둔다. 또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 역시 가정불화에 시달리며 스스로 피해자가 되어 가던 처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로를 괴롭히지만, 반면 그 때문에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 하나가 마음을 바꾸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 들 때 이 악순환의 고리가 비로소 끊어지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 주인공이 바로 이 글을 읽는 사람, 그 자신이 되길 바란다.
작가는 청소년기 누구와도 고민을 나누려 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달방 있습니까?》는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 주며, 주인공들의 용기를 응원하게 한다.
-야, 뭐 해?
그놈이다. 심장에서 덜컥, 하는 소리가 난다. 온몸이 서늘해지면서 닭살이 돋는다. 서로 마주하지 않은 단문의 문자만으로도 나를 떨게 하는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무도 나를 대신해 주지 않는 시간이 말없이 흘러간다. 문득 외롭다. 서랍 속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지갑 안엔 만 원짜리 몇 장이 더 있지만 꺼내기 싫다. 흔적이 남지 않는 이런 사소한 반항이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인 동시에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깎아 나갈수록 얼굴의 윤곽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딘지 낯익은 얼굴이 내 손안에서 다시 태어난다. 현실보다 더 예리하고 날렵하면서 강해 보이는 얼굴, 냉혈한 같은 인상을 풍기는 남자가 광대뼈를 다듬는 내 손길을 쳐다본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소리칠 것만 같은 얇은 입술도 음영이 드러나도록 세밀히 깎는다. 인중에 홈을 파고 나서 얼굴에 대고 입김을 후, 분다. 가만히 바라본다. 조각상의 눈을 뚫어지게 보면서 한 차례 침을 퉤 뱉는다. 송곳으로 광대뼈 쪽을 꾹꾹 눌러 점을 만들어 간다. 깔끔하고 냉정한 얼굴에 수많은 주근깨가 생긴다. 오른쪽 볼에 줄을 긋고 꿰맨 자국을 만든다. 이제 남자는 어딘가 덜떨어진 깡패처럼 보인다. 그제야 속이 후련해진다. 이 조각상의 이름은 ‘똥철이’다.
마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는 척하지만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게 이불 속에서 느껴진다. 잠들기 전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동안 하는 마리의 버릇.
엄마 아빠를 생각할까. 집에 언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역 앞에서의 일들과 지금의 이 생활에 대해서, 소리를 하는 자신에 대해서. 혹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인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아까 저쪽으로 가라고 해서 삐졌을까 하고 생각할까? 삶은 건너갈 수 없는 거대한 강 같다는 생각…… 생각.
작가 소개
저자 : 송현승
늘 읽고 쓰는, 판타지와 현실을 이은 자리가 잘 보이지 않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문예연구》 소설 신인상을 받았다. 《글 먹는 두꺼비》, 《둥지의 비밀친구》, 《종이비행기》, 《꽃피는 돼지》, 《영미》 등의 장편동화를 출간했다.
목차
1. 시간이 멎은 날에 7
2. 학교생활의 정석 19
3. 마리 28
4. 하찮은 날은 흐르고 39
5. 가출은 가출을 낳는다 52
6. 어쨌든 살아간다 71
7. 조각가 옆 소리꾼 88
8.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110
9. 천지도인이 거기 있었으므로 127
10. 과거로부터 온 문자들 150
11. 죽음과 삶은 가까이 있고 166
12. 보이지 않는 그 너머 186
13. 이제 시작이다 209
작가의 말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