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너머학교 고전교실 시리즈 11권.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공부인 경연 제도는 문치, 즉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였다. 하루 세 번, 많을 때는 다섯 번까지 왕과 신하가 함께 공부했던 내용, 경연 제도가 잘 되었을 때, 잘못 되었을 때 어떻게 나라가 변하였는지, 세자는 어떻게 공부했는지 등 경연 제도 전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 오항녕 선생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더 나아간 문명이 가능하려면 대통령, 관료 등 정치가나 전문가만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모여 함께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청소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출판사 리뷰
세상을 바꾸는 오래된 공부, 경연
조선왕조실록에서 경연의 지혜를 읽는다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은 조선 시대, 왕과 신하가 마주 앉아 배우고 토론하던 제도인 경연을 살펴보며 공부와 소통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는 책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추안급국안 등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기억과 기록의 의미를 연구해 온 오항녕 선생이 십대들에게 ‘문치’와 경연 제도의 이모저모, 또 그 현재적 의미를 흥미진진하게 전해 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차마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덕성 있는 자의 통치, 왕도정치를 추구했던 맹자와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던 육가의 가르침에 따라 유가들은 배움을 통한 세계의 변화를 추구하며 그것을 제도화하고자 했다. 그것을 위해 세습으로 자리를 물려받는 왕을 ‘성군’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제도, 즉 끊임없이 경전을 읽고 토론하는 경연을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경연 이야기는 다채롭고 생생하다. 경연을 담당하는 관청으로 집현전, 홍문관 등을 만들고 최소 하루 세 번, 『논어』와 『대학』 『소학』 등을 아침에는 몇 번 암송하고 저녁에는 뜻을 토론할 것 등의 내용과 방법뿐 아니라 복장까지 아주 세세하게 규정했다. 이 제도가 잘 운영되던 때는 비교적 살 만하게 나라가 유지되었음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반면 단종에게 공부를 하지 말라고 말렸던 세조를 비롯하여 폭정을 저질러 폐위되었던 연산군과 광해군 두 왕은 아프다, 춥다 등등 온갖 핑계를 대며 경연을 거의 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환관을 대리 출석시키기도 하고 끊임없이 친국을 하면서도 경연에는 나가지 않자 나라는 어지럽고 민생은 파탄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어지러운 시대를 이겨 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멀리 내다보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서로 소통하며 시대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전통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크고 작은 공부모임들은 경연의 내용적 전통을, 사람을 중심에 둔 공공성을 제도화하려는 다양한 협동조합 등은 경연의 제도로서의 전통을 구현하는 사례라는 것이다.
십대들에게 경연과 그 현재적 의미를 들려주는 이 책과 함께 오항녕 선생이 수년 간 매달려 온 『율곡의 경연일기』(너머북스)가 동시 출간되었다. 너머학교 고전교실의 열한 번째 책이다.
문치를 위한 제도, 경연 - 하루에 적어도 세 번, 많으면 다섯 번!
경연은 왕과 신하가 경전을 함께 공부하는 제도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대통령과 비서, 장관들이 『논어』 『자본론』 『에밀』 등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 배경에 ‘문치’라는 문명의 비전이 있음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국가의 정책 방향이나 의사 결정, 집행에서 논의와 설득에 기초한 일련의 제도적 장치가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정치’라는 뜻의 문치(文治)는 조선 시대에는 ‘왕도정치(王道政治)’라고 불리었다. 왕도 정치는 경연, 실록을 편찬하는 춘추관, 감찰과 언론의 기능을 하는 사헌부와 사간원이 주축인 언관이라는 삼두마차가 이끌었다. 그중 경연은 왕을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여 ‘성군’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로, 배움과 소통이 나라를 건강하게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유가의 오래된 사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에서는 이렇게 문치의 의미를 밝힌 뒤, 경연을 담당한 관청과 조직체계, 공부하는 내용과 방법 등을 조목조목 살펴본다. 단종과 성종 실록을 보면 하루에 최소 세 번 하고 각각 누가 참석하는지, 왕의 복장 규정까지 세세하게 정해 두었다. 아침에 『논어』를 읽고 저녁에는 배운 것을 복습한다 등으로 공부 내용과 방법도 흥미롭다.
하루에 세 번씩 신하들과 공부하고 토론했던 조선 왕들은 상당히 피곤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경연을 자주 하면 나랏일 진행이 더욱 원활해지고 결과적으로 일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저자는 광해군이 폐위되고 12일 만에 열린 경연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한 대목만 살펴보자.
이원익이 아뢰기를,
“앞서 대간이 아뢴 것을 보니, 사사로운 선물을 가지고 궐문으로 들어갔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실로 폐조(광해군) 때의 그릇된 습관입니다. 이 어찌 보고 듣기에 놀랄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이 뒤로 어찌 또다시 그런 일이 있겠는가.”
하였고 이원익이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매우 다행입니다. 임금이 허물이 있어 그것을 즉시 고칠 경우, 마치 해와 달이 일식, 월식이 끝나 원상회복이 되어 광채가 있으므로 모두 우러러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하였다.
신하가 왕에게 허물을 지적하며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렇게 위와 아래가 막힘없이 통해야 평화가 찾아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통하려면 위가 듣고 아래가 말해야 한다, 즉 학생이 말하고 선생이 듣고, 아이가 말하고 부모가 듣고, 직원이 말하고 사장이 듣고, 시민이 말하고 위정자가 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어지러운 시대 - 아파서 미루고 춥다고 미루고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꼽히는 연산군, 광해군 시대에는 경연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앞에서도 보았듯이 왕과 신하가 공적인 자리에서 자주 만나서 토론하다 보면 국가 운영이 제대로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지러운 시대에는 반대로 경연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실제로 연산군과 광해군 대에 경연이 열리지 않았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경연을 하자는 신하들의 촉구에 두 왕은 한결같이 아프다, 날씨가 춥다, 덥다, 흉례 중이다 등등의 핑계를 대며 번번이 미루었다. 연산군이 환관 김순손에게 대리출석을 시키고, 경연을 하기 싫은 마음을 시로 써서 ‘결석계’를 내는 장면은 쓴웃음이 나오게 한다. 광해군은 아프다면서 경연을 계속 미루지만, 국문에는 빠짐없이 참석하여 친국을 하였다. 또한 ‘음사’ 즉 굿은 끊임없이 하면서도 국사를 미루어, 환관에게 “임금님이 공사청에 납시지 않아 제 몸이 편하니 어찌 살이 찌지 않겠습니까.”라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이들은 반정으로 쫓겨나는 몸이 되었다. 경연을 하지 않아서 폐위된 것만은 아니지만, 경연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정의 논의가 원활하지 않게 되자 민생이 피폐해졌던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책에서는 어려서부터 세자의 공부, 즉 ‘서연’을 하였던 사도세자의 비극은 어떻게 보아야 할지도 짚어 본다. 제도가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이고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것을 보며 떠올려야 하는 중요한 질문은 이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어떤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났을까,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묻는다.
세상을 바꾸는 배움과 소통의 의미를 생각하다
저자 오항녕 선생은 임진란 중에도 경연을 계속하자고 청했던 서애 유성룡의 상소와 젊은 나이부터 경연에 참석하여 공부했던 율곡의 경연일기의 대목들, 그리고 퇴계의 『성학십도』 중 ‘제10 숙흥야매잠’을 차근차근 보여 주며, 다시 한 번 ‘문치’ ‘배움’의 중요성을 짚어 낸다.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부자처럼 살자, 멀리 내다보며 공부하는 자세 이외에 어떤 세상을 변화시키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묻는다.
이러한 전통은 21세기에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저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앉아 공부하는 다양한 모임에서 경연의 내용적 전통을 찾고, 협동조합을 비롯하여 사람과 공공성을 중심으로 제도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에서 제도적 전통을 찾아낸다. 그리고 흘러넘치는 자극적인 정보들과 거리를 두고, 그 정보들에 의해 주입되는 욕망의 포로가 되는 것을 경계하자고 한다. 삶에 보탬이 되는 정보를 얻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고 이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따스한 조언이다. 우리 십대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이 책의 그림은 신인 화가인 이지희 작가가 그렸다. 작가 특유의 사람에 대한 따스한 감성이 묻어나오는 그림들이 책 읽기를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너머학교 고전교실 시리즈
너머학교 고전교실은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십대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고전 리스트, 자유로운 형식을 선보이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고전을 만나게 하자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고전을 오랫동안 공부하고 애정을 가져온 전문가들이 재미있고 쉽고 유쾌하게 고전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에 맞는 본문 구성과 읽기 편한 문장, 생각을 넓혀 주는 일러스트와 사진 자료 등을 섬세하게 편집하고 정성들여 펴낼 계획이다.
삼국유사, 끊어진 하늘길과 계란맨의 비밀 일연 원저ㆍ조현범 글 (★책따세 2011 여름방학 공식추천도서)
종의 기원, 모든 생물의 자유를 선언하다 찰스 다윈 원저ㆍ박성관 글
너는 네가 되어야 한다(고전이 건네는 말 1) 수유너머R 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3 8월 청소년을 위한 책)
나를 위해 공부하라 (고전이 건네는 말 2) 수유너머R 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3 8월 청소년을 위한 책)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 M.J. 애들러 외 원저ㆍ허용우 글
우정은 세상을 돌며 춤춘다(고전이 건네는 말 3) 수유너머R 글 (★책따세 2014 겨울방학 공식추천도서)
대화편, 플라톤의 국가란 무엇인가 플라톤 원저ㆍ허용우 글
감히 알려고 하라(고전이 건네는 말 4) 수유너머R 글
아Q정전, 어떻게 삶의 주인이 될 것인가 루쉰 원저ㆍ권용선 글
언제나 질문하는 사람이 되기를(고전이 건네는 말 5) 수유너머R 글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오항녕 글
* 이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중의 하나, 지속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을 유가는 공부, 학습, 배움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배움을 통해서 동시대인과 소통하고, 그 소통에 기초하여 시대의 문제, 삶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유가는 배움에 대한 통찰에 그치지 ㅇ낳고 그 통찰을 제도화시켰습니다. 배움이 갖는 공공성을 넓히고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것도 나라 차원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말입니다. 그 제동의 운영을 통해 나라의 건강성을 점검하고 병증을 진단하였으며, 그 결과로 살 만한 나라를 만들고자 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문치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제도 중 하나가 경연인 것이지요.
지평 조정호가 아뢰기를, “임금이 직언을 받아들이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일인데, 전하께서 경연에 임하여 문답이 적으신가 하면, 대신의 말까지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의도가 없으십니다. 정치 쇄신의 초기에도 오히려 이와 같으니 훗날의 일이 몹시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 어찌 듣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하였다.
바로 앞에 이원익의 말에 대해 인조가 대답이 없으니까 조정호가 다시 한 번 인조를 비판합니다. 경연에서 문답이 적다는 것은 경연에 임하는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비판입니다.
굳이 시를 짓자고 지은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을 표시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입니다. 아픈데 자꾸 경연에 나오라고 한다, 종묘사직은 생각하지 않고 경연만 생각한다, 이런 말인데,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바로는 경연은 나라를 위해 하는 거 아닌가요? 연산군의 시가 투정처럼 느껴지는 것은 저뿐인가요? 무엇보다 참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경연 나가기 싫다고 시를 지어 보인 것도 조선 오백 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연산군 때는 유례가 없는 일이 참 자주 나옵니다. 조선 국왕 최초의 대리 출석, 시로 쓰는 결석계, 참 신기한 것을 보여 준 연산군이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오항녕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첫째, 자료조사ㆍ정리 및 번역, 둘째, 연구가 덜 된 관심분야에 대한 탐구, 셋째, 기존 연구에 대한 재해석, 이 세 가지가 역사학도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로 조선 문명을 대상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역사학이란 무엇에 쓰는가, 지금-여기를 위한 역사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했고,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한학을 공부했다. 한국사상사연구소, 국가기록원에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인권연대 운영위원, 동아시아기록위원회 이사이다. 저서에는, 역사학 개론서로 『기록한다는 것』『호모 히스토리쿠스』가 있고, 조선시대 연구서로 『조선의 힘』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유성룡인가 정철인가』 『조선 역사학의 저력』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이 있으며, 사평으로는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가 있다. 역서로는 『사통史通』 『율곡 이이의 경연일기』 『문곡집文谷集』 『추안급국안』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이야기
1장 문치와 경연_ 조선 시대 문치란
문치와 왕도정치
문치라는 지평
경연 관청, 집현전과 홍문관을 세우다
경연 현장 생중계
2장 살만한 나라를 위해_ 하루에 세 번 또는 다섯 번
공과 사를 구분하다
적어도 하루 세 번, 밤에도
세자의 공부, 서연
똑똑함을 자부한 왕들의 경연
3장 어지러운 시대에는_ 아파서 미루고 추워서 미루고
찬탈이 낳은 비극
네가 대신 출석해라
나는 배울 게 없다
아픈데 어쩌란 말이냐
4장 함께 공부할 때 세상이 바뀐다_ 21세기의 경연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길
21세기 시민의 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