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르네상스 청소년 소설 시리즈.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기금 수상작. 18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현감의 딸 설이가 남다른 공감 능력으로 사람의 마음이 빚어낸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세 청소년이 마주하는 세 가지 사건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 밝고 어두운 마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셋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의 마음 또한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달빛 아래 홀로 그윽한 난초 같은 소녀가 있다. 열여섯, 서늘한 달빛보다야 부신 햇살이 어울릴 나이지만 잇따른 흉사를 겪어 내며 보드라운 듯 굳은 심지를 지니게 된 소녀 설이다. 언니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고 그 자신마저 잃을 뻔한 설이를 붙들어 준 것은 책, 그 속의 ‘맑고 환한 말씀들’이었다. 그 맑고 환한 말씀들을 병석에 누운 설이의 귓가에 내내 속삭여 준 젖어미의 딸 분이였다.
세상을 버린 언니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설이에게서 한쪽 다리의 자유를 앗아 가는 대신 사람에 대한 깊고도 넓은 이해를 남긴다. 그런 설이가 ‘규방 탐정’으로 활약하게 되는 것은 대사헌을 지내다 현령으로 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능평으로 내려오면서다. 지방관이 영지로 부임해 가며 식솔을 대동하는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나, 아끼는 신하와 홀로 남을 그 딸에 대한 임금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이는 능평에서 제 재능을 알아보고 아껴 주는 벗을 얻게 된다. 어려서부터 자주 왕래하며 친동기간처럼 지내온 이종사촌 채운과 죽마고우 단우가 그들이다. 설이가 곤경에 처한 단우를 구한 일을 계기로, 셋은 한 묶음이 되어 능평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해 가는데….
출판사 리뷰
천 길 물속보다 깊고 아득한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을 꿰뚫어 보는 조선 최고 안락의자 탐정이 왔다!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기금 수상작
달빛 아래 홀로 그윽한 난초 같은 소녀가 있다. 열여섯, 서늘한 달빛보다야 부신 햇살이 어울릴 나이지만 잇따른 흉사를 겪어 내며 보드라운 듯 굳은 심지를 지니게 된 소녀 설이다. 언니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고 그 자신마저 잃을 뻔한 설이를 붙들어 준 것은 책, 그 속의 ‘맑고 환한 말씀들’이었다. 그 맑고 환한 말씀들을 병석에 누운 설이의 귓가에 내내 속삭여 준 젖어미의 딸 분이였다.
세상을 버린 언니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은 설이에게서 한쪽 다리의 자유를 앗아 가는 대신 사람에 대한 깊고도 넓은 이해를 남긴다. 그런 설이가 ‘규방 탐정’으로 활약하게 되는 것은 대사헌을 지내다 현령으로 좌천된 아버지를 따라 능평으로 내려오면서다. 지방관이 영지로 부임해 가며 식솔을 대동하는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나, 아끼는 신하와 홀로 남을 그 딸에 대한 임금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이는 능평에서 제 재능을 알아보고 아껴 주는 벗을 얻게 된다. 어려서부터 자주 왕래하며 친동기간처럼 지내온 이종사촌 채운과 죽마고우 단우가 그들이다. 설이가 곤경에 처한 단우를 구한 일을 계기로, 셋은 한 묶음이 되어 능평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해 간다. 아버지에게는 낙심천만할 좌천이 설이에게는 절름거리는 걸음으로나마 제 안에서 걸어 나올 계기가 되어 준 셈이다.
사람의 마음은 천 길 물속,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그 속에 있다!
세 청소년이 마주하는 세 가지 사건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 밝고 어두운 마음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셋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의 마음 또한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첫 번째 《포쇄반전》은 7년 간 방에 들어박혀 책만 읽던 도령의 실종과 그 아들의 화상 흉터를 돈줄로만 여기던 의붓어미의 살해에 얽힌 사건 기록이다. 칠석을 앞둔 어느 날, 중늙은이 하나가 관아에 와서 아들을 찾아 달라며 소란을 피운다. 결국 화상 흉터가 심해 문 밖 출입을 거의 안 한다는 도령이 불려와 그 어미를 모셔 간다. 어미는 계속 제 아들이 아니라고 도리질치지만 관원들은 그저 노망이려니 여긴다.
마침 설이를 찾아왔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채운과 단우는 어릴 적 서당을 함께 다닌 친구 지경을 떠올린다. 지경은 화로 위로 엎어지는 또 다른 친구 영재를 도우려다 큰 화상을 입고 칩거 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재의 아버지인 능평 갑부 유진사가 모자의 생활을 돌보고 있었다는 것.
둘은 지경을 까맣게 잊고 지낸 세월이 죄스러워 지경의 집에게 들렀다 그 모친이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한다. 관아에서 어미를 모셔간 것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지경은 모친 살해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는데……. 채운과 단우는 오래도록 잊고 지낸 친구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나선다. 지경은 정말 지긋지긋한 의붓어미를 살해하고 잠적해 버린 것일까?
두 번째 《규중몽혼》은 뒤바뀐 신부에 얽힌 사건 기록이다. 유진사의 외아들 영재의 떠들썩한 혼인 잔치가 지나고 오래지 않아, 그 장모인 숙부인이 은밀히 설이를 찾아온다. “제 딸이 아닙니다. 제 딸이 아니더이다.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숙부인은 어렵사리 입을 떼자마자 오열한다.
숙부인 모녀는 온 집안 남자들이 역모로 몰려 목숨을 잃은 뒤 신분을 숨기고 타지를 떠돌며 살아왔다. 그 딸 윤이와 영재의 혼사는 아들의 입신양명을 바라는 최 진사의 작품이었다. 윤이의 부친 박형서 대감이 곧 도승지로 추증된다는 소문을 듣고 사대부가에 줄을 대고자 윤이를 며느리로 맞은 것이다. 그런데 최진사의 권유로 시집간 딸을 보러 간 숙부인을 맞은 건 생전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 윤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며, 윤이를 사칭하는 이 낯선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설이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단우와 채운까지 속여 가며 은밀히 수사를 진행한다.
세 번째 《영소모정》은 설이와 단우의 인연이 시작된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이야기는 설이가 처음 능평에 내려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령의 친지인지라 더욱 발걸음을 삼가던 이모네 식구들이 벼르던 끝에 설이를 보러 온 날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사촌 오라비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근심이 어려 있다. 이웃사촌이자 죽마고우인 단우가 어머니를 여읜 뒤 몽유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설이는 얼마 전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단우에게 은근히 마음이 쓰인다.
그러던 중 단우가 처녀를 해코지하려다 죽음으로 몰아간 혐의로 관아에 잡혀 온다. 가마꾼들이 한밤중에 처녀가 빠져 죽은 우물가를 지나는 단우를 보았다는 것이다. 채운은 단우의 누명을 벗겨 주려고 동분서주하는데……. 그런 채운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전해진다.
그의 처지를 헤아리고 그의 기분을 함께 느끼고 그의 행동을 짐작한다!
설이는 규방 깊숙이 들어앉아서도 크고 작은 단서들을 척척 꿰어 맞춰 사건의 전모를 훤히 꿰뚫곤 한다. 사촌 오라비 채운조차도 이 아이가 무슨 신통력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다.
하지만 설이가 지닌 진짜 재능은 타고난 명석함도 아니고, 동서고금의 책을 두루 읽어 얻은 박식함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때로는 사람 아닌 것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그 남다른 추리력의 원천이다. 언니와 어머니를 잃고 그렇게 세상을 버려야 했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 결과 얻은 서글픈 능력이지만 말이다. 설이는 그 공감 능력을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며 더 깊어지고 더 넓어져 간다. 설이의 세상도 규방을 넘고 능평을 넘어 더 넓어져 갈 것이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다음 책에서 설이는 정말 규방을 나설 참이다. 더 넓은 세상을 무대로 한 규방 탐정의 활약과 설이에게로 흐르는 단우 마음의 향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7년 간 방 안에 들어앉아 책만 읽는 도령이 있었다. 흉한 제 화상의 흉터를 돈줄로 여기는 의붓어미와 단둘이 사는 도령. 밖으로 나서기엔 용기가 없고 친구들은 소원해졌다. 세상 밖으로 떠밀려진 도령 곁에는 그저 책만이 남았다. 책이 아니라면, 책이 아니었다면, 도령은 벌써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본래 책이란 쓴 자와 읽는 자가 서로 교감하여 더 큰 의미를 짓는 데 그 뜻이 있는 것. 그러나 그 의미가 세상과 사람에게 쓰이지 못한다면 그만큼 헛된 것이 또 있을까? 차라리 책 속 한 마리 좀벌레이기를 소원하던 마음이 커 갈수록 세상과 사람을 꿈꾸던 마음은 더욱 절실해졌을 터! 그 균열에 사랑이 움텄을 것이다. 내려 둘수록 뜨거워졌을 사랑이 새로운 이야기와 새 소망을 지어 냈을 것이었다.
-<포쇄반전> 중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질서와 원리가 밀어 가는 세상도 있을 수 있겠지요. 흔치는 않으나 평범한 우리네들도 바로 그것들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지경 도련님의 책들처럼 말입니다. 이를 어찌 받아들일 것인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포쇄반전> 중에서
“감침질을 하면 앞은 땀땀이 잘 붙었는데 뒤집어 보면 시접들이 가름솔로 나뉘어 누웠지. 나는 이게 꼭 마음 같지 뭐야. 아무리 붙어서 하나가 된데도 각자 남은 마음이, 뒤로 감춰 둔 마음이 있단 말이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 다른 이는 모르는 내 마음속 마음! 그게 있어. 그 누구가 낳고 길러 준 어머니라 해도 말이야.”
-<규중몽혼>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유영소
MBC 창작동화대상 단편 부문에 「용서해 주는 의자」가 당선되어 동화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겨울 해바라기』로 제1회 마해송문학상을, 『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로 제4회 정채봉문학상을, 첫 청소년 소설 『규방 탐정록』으로 아르코 창작지원금을 받았다.지은 책으로는 『행복빌라 미녀 사총사』 『불가사리를 기억해』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 『여자는 힘이 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