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9권. 2013년에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가디언 문학상과 카네기 메달의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비록 수상의 영예를 안지는 못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스라엘 정착촌 아마리아스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열세 살 소년 조슈아가 누군가 분리 장벽 밑으로 파 놓은 땅굴을 우연하게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속으로 끼어들면서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실상을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엄하게 그려냈다.
조슈아는 아홉 살 되던 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리브 아저씨와 재혼하면서 아마리아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아마리아스는 집이나 건물들이 하나같이 새것인 데다 모든 것들이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반듯하다. 그리고 마을 가장자리에는 분리 장벽이 세워져 있어서 그곳을 넘어가려면 반드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분리 장벽 근처에서 친구와 공놀이를 하던 중에 그만 축구공이 공사장 울타리로 넘어가 버린다. 조슈아는 축구공을 찾기 위해 공사장 울타리를 넘어갔다가 불도저에 짓밟혀 허물어진 집의 잔해와 한켠에 누군가가 파 놓은 땅굴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땅굴을 지나 분리 장벽 건너편으로 넘어가는데….
출판사 리뷰
내 목숨을 구해 준 그 아이가 원수라고?
단지 분리 장벽 너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던 열세 살 소년 조슈아,
분리 장벽 밑으로 누군가 파 놓은 땅굴을 우연히 발견하고
호기심에 이끌려 ‘금지된 땅’ 팔레스타인으로 슬쩍 넘어가는데…….
평화를 잃어버린 땅에서 열세 살 소년이 보내는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
이스라엘 출신 작가의 진솔한 양심선언, 분리 장벽의 맨얼굴을 마주하다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은 2013년에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가디언 문학상과 카네기 메달의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비록 수상의 영예를 안지는 못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세계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스라엘계 영국인 작가 윌리엄 서트클리프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실상을 그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엄하게 그려 내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두어 해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민족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초고를 집필할 당시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재작년에 팔레스타인 문학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웨스트뱅크를 방문했다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높디높은 콘크리트 장벽과 완전 무장을 한 채 검문소를 지키는 군인, 그리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분리 장벽 안에 갇혀 버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 후로 몇 달 동안 자신의 초고를 들여다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한없이 가볍게 다루었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여태까지 옳다고 믿었던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허망함을 감당하기가 너무나 버거웠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곳의 적나라한 실상을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작품이 바로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이다.
윌리엄 서트클리프는 어느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스는 누군가 총을 발사한 바로 그 순간만을 기사화한다. 하지만 웨스트뱅크에서는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때도 무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나는 기자가 아닌 소설가로서 내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소박하게 자신의 학교나 직장에 다니면서 보통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분쟁이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은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게 들끓고 있는 비극적인 분쟁을 다루고 있지만, 곪을 대로 곪아 버린 분노를 성급하게 터뜨리거나 젠체하며 애꿎게 설교를 늘어놓기보다는 그 어떤 작가보다 진솔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사실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열세 살 소년이 맞닥뜨린 지독한 현실의 벽, 분리 장벽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은 이스라엘 정착촌 아마리아스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열세 살 소년 조슈아가 누군가 분리 장벽 밑으로 파 놓은 땅굴을 우연하게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 속으로 끼어들면서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조슈아는 아홉 살 되던 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리브 아저씨와 재혼하면서 아마리아스로 이사를 오게 된다. 아마리아스는 집이나 건물들이 하나같이 새것인 데다 모든 것들이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반듯하다. 그리고 마을 가장자리에는 분리 장벽이 세워져 있어서 그곳을 넘어가려면 반드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분리 장벽 근처에서 친구와 공놀이를 하던 중에 그만 축구공이 공사장 울타리로 넘어가 버린다. 조슈아는 축구공을 찾기 위해 공사장 울타리를 넘어갔다가 불도저에 짓밟혀 허물어진 집의 잔해와 한켠에 누군가가 파 놓은 땅굴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땅굴을 지나 분리 장벽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넋을 놓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며 조슈아를 쫓는다. 잡히기 직전에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릴라)가 나타나 조슈아를 자기 집에 숨겨 준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조슈아는, 장벽 너머의 세상과 먹을 걸 달라던 릴라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동물 우리 같은 철창 앞에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서 같은 검문소, 같은 군인, 같은 분리 장벽이어도 이쪽에 사는 사람들과 저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깊은 죄책감에 빠져든다.
이스라엘 소년의 속죄,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과수원 지키기
조슈아는 릴라에게 보답하기 위해 식료품을 가지고 다시 땅굴 속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온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으며 추궁을 당하지만, 릴라네 가족은 이내 의심을 거두고 분리 장벽 너머에 있는 올리브 과수원을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릴라 아버지는 조슈아를 땅굴 입구까지 데려다 주다가 그곳을 지키고 있던 아이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당한다.
릴라 아버지가 자기 때문에 곤경에 처한 걸 보고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조슈아는 릴라네 가족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올리브 과수원을 정성껏 돌본다. 온 마음을 다해 죽어 가는 나무를 살려 내고 묘목을 기르며 릴라네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한다. 조슈아의 진심을 완전히 믿지는 못했던 릴라 아버지도 아름답게 가꾼 올리브 과수원을 보고는 끝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한편, 조슈아가 원수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여긴 새아버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동안 정성을 다해 가꾼 과수원을 마구 짓밟는다. 심지어는 올리브나무에 총을 쏘아 깊은 상처를 내자, 조슈아는 나무 앞을 막아서며 강하게 반발한다.
그 일을 계기로 믿음이 더욱 공고해진 조슈아와 릴라네 가족은 그 후에도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를 돕는다. 조슈아가 목숨을 걸고 릴라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약을 가져다주는 장면이나, 조슈아와 릴라가 검문소 앞에서 서로의 안전을 위해 한마디 말도 나누지 못한 채 눈인사로 이별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비록 나무는 총을 쏘아 망가뜨릴 수 있어도 조슈아가 품은 희망과 릴라네 가족이 받은 위안,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든 평화는 그 어떤 무력으로도 훼손하지 못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 준다.
환상에서 현실로 건너가는 비밀의 문, 땅굴
이 작품의 실제 배경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중심지인 ‘웨스트뱅크’이다. 작품 속에서 주된 배경이 되는 ‘아마리아스(Amarias)'는 ’사마리아(Smaria)‘의 S를 맨 뒤로 옮겨서 지은 이름이다. 결국 아마리아스가 원래는 팔레스타인 땅이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작가는 웨스트뱅크를 방문했을 당시에 분리 장벽과 콸란디아 검문소의 풍경이 놀랍도록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기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듯이) 평생토록 ‘자유’를 딱히 의식하지 못할 만큼 더없이 자유롭게 살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리 포터》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판타지 소설에 빈번히 등장하는 ‘문’의 상징성에 빗대어 분리 장벽 밑에다 땅굴을 파 놓았다. 다만 앞의 작품들에서는 현실 세계의 주인공이 문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나아가지만, 이 작품에서는 환상 세계에 몸담고 있던 주인공이 땅굴을 지나 현실 세계로 건너간다.
땅굴을 통과한 조슈아가 장벽 너머 세상을 처음으로 보고 느낀 감정은 혼란과 죄책감, 분노, 무기력함이 마구 뒤섞인 아주 복잡한 것이다.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믿어 왔던 것에 대한 배신감과 무력감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가치관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결국 조슈아는 몇 년 동안이나 침대 밑에 숨겨 둔 채 남모르게 공들여 만들어 온 ‘아마리아스 마을’의 모형을 발로 밟아 뭉개 버린다. 지금껏 진짜라고 믿으며 살았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더 이상 무엇이 진짜인지도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것이라 하겠다.
작품 말미에서 조슈아는 릴라 아버지의 건강이 위태로워지자 약을 구해서 죽음을 무릅쓴 채 수송차를 타고 다시 장벽 너머로 간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검문소에서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 뒤 하반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는다. 그렇게 해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지만 끝까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을뿐더러 분리 장벽 너머에 도움을 될 만한 일을 찾아서 배운 뒤 그곳으로 돌아가길 꿈꾸며 행복감에 젖어든다.
어른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지도 않고 자신도 딱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지독한 현실의 실체를 마주하고 온몸으로 성장통을 겪어 낸 뒤,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찾고 가치관을 올곧게 세우는 조슈아의 모습이 끝까지 깊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열세 살 소년의 눈물겨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웨스트뱅크에 평화의 깃발이 나부낄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아마리아스 정착촌
조슈아는 아홉 살 되던 해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새아버지와 재혼하면서 아마리아스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마을이 끝나는 구역에는 분리 장벽이 세워져 있어서 그곳을 넘어가려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와 공놀이를 하던 중에 그만 축구공이 공사장 울타리로 넘어가 버린다. 조슈아는 축구공을 찾기 위해 공사장 울타리를 넘어가는데…….
모든 것이 납작하게 깔아뭉개져 있었다. 전부 찌부러지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은 거라고는 그 집의 벽 한 면뿐이었는데, 그마저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 외에 나머지 것들은 모두 허물어지고 부서져서 돌무더기처럼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느닷없이 정원 저쪽 끝에서 콩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얼결에 뒤로 펄쩍 뛰어 물러섰다. 무언가 집 근처를 휙 지나치는가 싶더니, 땅에서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잠시 후 먼지가 바닥으로 착 가라앉자, 뜻밖에도 네모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공은 돌무더기 사이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공 밑에는 아마도 쿠션 덮개였던 듯한, 다 썩어 가는 빨간색 천 조각이 깔려 있었다. 나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고 난 뒤, 공을 주워 들고 금속판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금속판은 표면이 꺼칠꺼칠했고 기름때에 찌들어 있었다. 무릎을 꿇고 슬쩍 손을 대 보다가 화들짝 놀라서 얼른 떼었다.
금속판 밑에 뭔가가 있었다!
땅굴 속으로
조슈아는 금속판 밑에서 누군가 파 놓은 땅굴을 발견한다. 겁이 나긴 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땅굴을 통과해 분리 장벽 건너편으로 넘어간다.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고함을 지르며 조슈아를 쫓는다. 조슈아가 잡히기 직전에 한 여자아이가 나타나 자기 집에 숨겨 준다.
그 아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나도 모르게 싱긋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런데 막상 집을 나설 때가 가까워 오자 속이 뒤집힐 것처럼 울렁거렸다.
“여기는 어떻게 왔니?”
“땅굴을 지나왔어.”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순순히 말해도 괜찮은지 걱정이 되었다.
“땅굴이 어디 있어?”
“나도 몰라. ……반대편 입구는 아는데 이쪽은 모르겠어. 땅굴에서 빠져나온 다음에 바로 쫓겨 다녔으니까. 여기까지 오는 길은 기억이 안 나. 엄청 멀리 왔는데.”
“검문소에는 못 데려다 줘. 난 검문소 가까이 가면 안 되거든.”
“검문소가 어딘지는 알려 줄 수 있어?”
“지금은 닫혔어. 가도 소용없을걸.”
“나는 통과시켜 줄 거야.”
“너도 그렇게 가까이는 못 갈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 검문소 본 적 없어?”
“당연히 봤지.”
“그럼 건너가 본 적도 있니?”
“당연히 건너가 봤지. 지나가라고 손 흔들어 주던데.”
“이쪽에선 안 그래.”
“그래도 내가 누군지 보일 거 아냐? 내가 어느 쪽 사람인지.”
“아니라니까. 그 사람들도 널 안 볼 거고, 너도 그 사람들을 못 봐. 한번 닫히면 그걸로 끝이야. 그냥 뾰족뾰족한 가시철조망하고 울타리뿐이라고. 우리 얘기를 들어 줄 사람 같은 건 없어.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서 벙커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다면 넌 제정신이 아닌 거야.”
하마터면 그냥 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볼 뻔했다. 하지만 왠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분리 장벽의 두 얼굴
조슈아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뒤, 벽 너머의 세상과 그 여자아이의 앙상한 몸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그러다 검문소에서 동물 우리 같은 철창을 통과하려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는 같은 검문소, 같은 군인, 같은 분리 장벽이어도 이쪽에 사는 사람들과 저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여기 살면서 ‘원수’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려는 짓은 오직 우리 군대만이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아마리아스에 관한 모든 것이 바로 그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아마리아스를 어디에 어떻게 지었는지, 그리고 분리 장벽과 군인과 검문소가 왜 있는지까지도.
그러니까 그 이야기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이 세계는 끝나 버리게 된다. 아마리아스에서 원수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손에 스카프를 두르고 꽉 조였다. 손가락이 빨개지다가 점점 보라색으로 변했다. 손톱 색깔도 점점 창백해졌다. 이윽고 손끝이 저려 왔다. 이 스카프로 내 목숨을 구해 준 그 여자아이가 원수라고? 정말로 그 아이가 내 원수일까?
작가 소개
저자 : 윌리엄 서트클리프
1971년에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여행이 멋지다고 누가 그래?》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으며, 이후에 발표된 《사랑의 육각형》 《전학생》 《내 친구를 돌려 줘》 《세 엄마와 세 아들이 함께한 일주일》 역시 전 세계 20여 개 나라의 말로 옮겨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은 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목차
아마리아스 정착촌
땅굴 속으로
분리 장벽의 두 얼굴
초록 대문 집
외출 금지령
올리브 과수원을 지키는 소년
잠들어 있는 전쟁터
마지막 기회
거대한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