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41권. 열네 살 평범한 소년이 벌이는 대담한 살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라는 작품을 통해 “술, 담배, 마약, 섹스, 폭력이 등장하고 10대 아이들의 잔인한 속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평을 들으며 화제가 된 바 있는 작가 케빈 브룩스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폭소를 이끌어낸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마틴과 그의 유일한 친구 알렉스. 경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고하고 살인 혐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시신을 없애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치밀한 계획 속에 시작된 거짓말은 제멋대로 커지고 결국 마틴은 얽히고설킨 사건들과 마주하며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브랜포드 보스 어워드 수상작(2003)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2002)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진실
유머러스하고 컬트적인 살인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
‘진실’이 가려진 사건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열네 살 평범한 소년이 벌이는 대담한 살인 미스터리. 청소년 스릴러를 많이 발표해온 작가 특유의 음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폭소를 이끌어낸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마틴과 그의 유일한 친구 알렉스. 경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고하고 살인 혐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시신을 없애고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치밀한 계획 속에 시작된 거짓말은 제멋대로 커지고 결국 마틴은 얽히고설킨 사건들과 마주하며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마틴은 소설 속 화자로서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아버지와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이 처음과 끝이 애초에 결정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은 이제껏 마틴이 답답한 현실에 눈을 감고 지내는 구실이 되어 주었고, 이제는 눈앞에 벌어진 아버지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독자는 이 모든 것이 오랜 학대로 인해 무력해지고 무감각해진 마틴의 황폐해진 심리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틴 피그』의 작가 케빈 브룩스는 이미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라는 작품을 통해 “술, 담배, 마약, 섹스, 폭력이 등장하고 10대 아이들의 잔인한 속성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평을 들으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책 또한 작가 특유의 담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내 몸이 한쪽으로 휙 비켜서 내 머리에 내리꽂히던 아버지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했다. 가속도가 붙은 아버지의 몸이 내 옆으로 떨어지자, 나는 얼른 아버지의 등을 밀었다. 아버지의 등을 민 것, 그게 다였다. 등을 밀기만 했다. 나 자신을 지키려 한 본능적인 행동. 그뿐이다. 내 주먹으로 아버지를 내리치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아버지를 민 것뿐이다. 아버지 등에 손을 살짝 대기만 했다. 틀림없이 아버지는 중심을 잃은 것 같다. 너무 취해서 몸을 똑바로 세우지 못한 것이다.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이다. 모르겠다.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아버지가 방을 가로질러 붕 날아가더니 머리를 벽난로에 쾅 부딪히고 나서 바닥에 떨어져 꼼짝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지금도 그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뼈가 돌에 부딪쳐 깨지는 소름끼치는 소리.
나는 아버지가 죽은 걸 알았다. 단박에. 나는 알았다.
알렉스가 조용히 물었다.
“마틴, 괜찮니?”
나는 깊은 구덩이를 들여다보았다. 물이 기다리고 있다. 차고 깊고 시커먼 물.
“기분 최고야.”
잠시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낭을 구덩이 안으로 던졌다.
정적.
들풀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밑에서 ‘첨버덩’ 하고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콸콸거리고 부글거리는 물소리, 침낭이 물에 잠기는 소리. 흠뻑 젖은 침낭이 깊고 차갑고 검은 물속으로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죽어서 의식이 없이 침낭에 갇혀 있는 아버지, 슬로모션으로 떨어지는 아버지, 차갑고 검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아버지, 마침내 돌멩이와 흙모래, 슈퍼마켓 손수레, 녹슨 자전거 뼈대 사이에 멈추는 아버지. 움직임도 없고 소리도 없이 침낭 속에 들어 있는 아버지, 얼어붙은 진흙 틈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아버지.
묻혔다.
떠났다.
잠들어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죽었다.
브리스 경위가 입을 가리고 기침을 했고, 짙은 가래가 끓는 소리가 났다.
“그때 알렉산드라랑 무슨 짓을 했냐?”
“별거 없었어요. 아까 말한 대로 알렉스를 잘은 모르거든요.”
“너희 전화 통화를 꽤 자주 했던데.”
“우리가요?”
“전화 통화 기록에 따르면, 아주 자주.”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브리스 경위가 말을 이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무렵에. 하루에 두세 번. 어떤 날은 더 많이.”
“알렉스가 뭔가를 도와주고 있었어요.”
브리스 경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과제물이요. 학교 과제물.”
“과제물이라.”
“숙제였어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에 해야 하는 거요. 연극에 대한 거였어요. 알렉스가 연기에 대해 많이 알았거든요. 연극 수업도 들었고요. 그 과제물 때문에 알렉스가 저를 도와주고 있었어요.”
브리스 경위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친절하군.”
“네…… 그랬어요. 도움이 무척 많이 됐어요.”
“최근에는 본 적 있니?”
“이사 갔을걸요.”
“언제 갔을까?”
“모르겠어요……. 크리스마스 지나고 바로였던 것 같아요.”
“어디로 갔는지 아니?”
“몰라요. 죄송해요.”
브리스 경위가 일이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정원을 내다보면서 가끔 자기 귓불을 잡아당겼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작가 소개
저자 : 케빈 브룩스
획기적인 작품을 잇달아 출간하며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소설가이자 컬트 히어로. 케빈 브룩스는 1959년 영국 남부 데번 주의 항구 도시 엑서터에서 출생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부유층 급우들과 동떨어져 독서에서 위안을 얻었고, 특히 탐정 소설을 즐겨 읽었다. 이후 버밍엄의 에스턴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런던에서 화장터의 잡역부, 동물원의 노점상, 자동차 정비소의 주유원, 우체국 계산원, 기차표 판매원 등 여러 직업을 거친 끝에 전업 소설가가 됐다.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적 요소가 강하며 범죄를 다룬다. 데뷔작 『마틴 피그』(2002)는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낸 신인 작가와 편집자에게 수여하는 브랜포드 보스상을 받고 카네기 메달 후보작에 올랐다.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2002) 역시 가디언 문학상 후보작에 오르고 2004년 노스이스트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i보이』(2010)는 2017년 애덤 랜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영국과 영국, 독일에서 선보였다. 2013년 출간된 『벙커 다이어리』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열여섯 살 소년 라이너스가 쓴 일기 형식으로 벙커에 갇힌 사람들의 생활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린다. 극한 상황에서 발가벗겨진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 평범한 사람들을 낚아 생사를 간단히 결정지어 버리는 존재의 무게감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2014년 영국 도서관 협회가 수여하는 카네기 메달을 받았다.케빈 브룩스가 쓴 그 밖의 작품으로는 <조니 델가도>, <존 크레인>, <트레비스 델라니> 시리즈가 있으며,『키싱 더 레인』(2004), 『혈통』(2004), 『캔디』(2005), 『죽음의 길』(2006), 『존재』(2007), 『블랙 래빗 서머』(2008), 『악마의 천사』(2014) 등이 있다. 그는 현재 노스요크셔에서 살고 있다.사진출처 : ⓒ Penguin
목차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크리스마스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