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춘향전, 읽어 보셨나요?”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춘향전》의 내용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로 시작하는 사랑가나 통쾌한 어사출두 장면은 누구나 글이나 화면으로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고,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났던 남원 광한루, 탐관오리의 대표 격인 변 사또에 관해서도 한 번쯤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춘향전》을 제대로 읽어 보지 않은 이들은 《춘향전》을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춘향을 목숨 걸고 정절을 지킨 여인으로만, 《춘향전》을 탐관오리에 저항하는 백성들의 이야기로만 보는 것도 부족하다. 《춘향전》에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춘향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겨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 까닭을 무엇일까? 《춘향전》을 한번 제대로 읽으면서 찾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여섯 번째로 《춘향전-청소년들아, 춘향을 만나자》를 선보인다. 원문의 주제와 운율감 넘치는 문체를 충실히 살리고, 청소년들이 읽기 편하도록 문장을 다듬고 주석을 달았다.
온 백성이 함께 쓴 이야기, 지금도 쓰고 있는 이야기《춘향전》을 쓴 이는 어떤 한 사람이 아니다. 판소리계 소설이 그런 것처럼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에 수많은 백성들이 한 마디씩 보태며 이야기를 만들고 고쳤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본들이 만들어졌다. 이본들 가운데는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처럼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고 각색되어 전하는 것들도 있고, 춘향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이야기, 춘향이 기생의 딸이 아닌 여염집 딸로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소설 《춘향전》을 읽거나 판소리 <춘향가>를 듣지 않더라도, 우리는 춘향이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영화 <춘향뎐>, <방자전>이나 드라마 <쾌걸 춘향> 말고도 국립창극단의 창극 <춘향>, 유니버셜발레단의 <발레 춘향>, 오페라 <춘향 탈옥> 공연처럼 무대에서 춘향 이야기를 볼 수도 있다. 또 2025년에도 남원에서는 ‘춘향제’와 ‘전국춘향선발대회’가 열렸다. 이 밖에도 춘향전은 웹툰이나 게임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보태고 고치고 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생생하게 그려지는 맛, 술술 읽는 맛, 신나게 놀리는 맛《춘향전》은 재미있다. 젊은 남녀의 순수하고 거침없는 사랑이 온전히 담겨 있고, 춘향과 몽룡은 이 사랑을 가로막는 장벽을 뛰어넘는다. 이 기막힌 사랑 이야기 사이에 겉과 속이 다른 양반들을 실컷 놀려 주는 장면들이 있다. 또 농사짓는 이들, 관청에서 일하는 이들, 동네 사람들 같은 이들도 등장하고, 사람들이 먹고 입고 쓰는 것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춘향과 몽룡이 단옷날 차려 입은 옷가지나 상에 차린 음식들만 보아도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려진다.
《춘향전》은 읽는 맛이 있다. 노래로 부르던 이야기인 터라 술술 읽게 된다. ‘털렁, 달강달강, 징징, 달랑달랑, 가물가물, 짤그닥 짱’ 같이 리듬감 넘치는 우리말 의성어와 의태어가 읽는 맛을 더한다.
양반들을 놀리고 비판하는 장면은 재미있고 통쾌하다. 농부들이 한양에 가서 소식 없는 몽룡을 원망하고, 변학도가 환자와 군포로 백성들의 돈을 긁어모은다고 욕하는 장면에는 백성들이 양반들에게 가진 불만이 녹아 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은 《춘향전》을 읽으며 울고 웃는다. 《춘향전》을 읽으면서 옛사람들을 만나 보자.

바로 이때 춘향이가 향단이를 데리고 그네 터로 들어섰다. 백 척이나 높은 버들가지에 드리운 그네를 뛰려 할 제, 푸른 그늘에 향기로운 풀 우거지고 비단 잔디 좌르르 깔린 위에 장옷 훨훨 벗어 걸어 놓고, 자주색 가죽신도 석석 벗어 던져두고, 다홍치마는 턱 밑까지 훨씬 추켜 입는다. 그넷줄을 고운 두 손에 갈라 잡고, 흰 버선 두 발길로 선뜻 올라 발을 구른다. 가는 허리, 고운 몸을 단정히 놀리는데, 뒷모습을 보면 검은 머리끝에 금박 무늬 비단 댕기가 춤을 추고, 앞치레를 보면 치마 앞자락에 옥 장식 작은 칼이 잘그랑거리고, 색 좋은 자주 고름이 훨훨 나부낀다.
_ ‘버들가지는 살랑살랑, 붉은 치맛자락은 펄렁펄렁’
춘향이가 얼른 이부자리 속으로 달려든다. 도령 왈칵 쫓아 들어 누워 저고리를 벗겨 내어 도령 옷과 한데다 둘둘 뭉쳐 한쪽 구석에 던져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우니 그대로 잘 리가 있나. 삼베 이불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 맞추어 청그릉 징징,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있게 잘 자고 났구나. 그 가운데 재미난 일이야 오죽하랴. _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