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수묵화가 우용민이 2020년 겨울부터 2024년 가을까지 무려 4년간 1,460일, 약 35,000시간에 걸쳐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완성한 방대한 예술 프로젝트의 결정판이다. 지리산이라는 물리적 공간이자 정신적 풍경을 치열하게 마주한 기록이자, 작가의 화업 인생에서 가장 밀도 있는 시간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남원과 구례, 하동과 산청, 함양에 이르는 지리산의 둘레를 따라 그는 무려 400여 점의 드로잉과 50여 점의 회화 작품을 남겼으며, 그 중 대표작인 〈눈꽃〉과 〈반야봉〉, 〈천왕봉 운무〉는 지리산이라는 산의 형상과 본질을 작가 특유의 수묵 언어로 고스란히 구현해낸 걸작이다.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작가가 지리산과 어떻게 교감하고 내면화했는지를 일지 형식으로 상세히 담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눈 내린 새벽에 장터목을 오르다 마주한 '눈꽃'의 장관은 작가에게 있어 단순한 자연의 순간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운명적인 계시이자 감정의 전율이었다. 이 감동은 작품 〈눈꽃〉으로 이어졌고, 6개월간의 몰입을 통해 하나의 대작으로 탄생했습니다. 우용민의 수묵화는 단순히 풍경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먹과 붓질 속에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밀도를 함께 축적하는 예술로 진화해왔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충실히 보여주는 한 편의 서사이자, 한국 현대 수묵화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에 대한 증거이다.2020년 11월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만 4년 동안 지리산을 그렸다. 4년 동안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산청 등 지리산 주변을 따라 바래봉 정령치 만복대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을 약 450점 그렸다. 지리산은 바위들이 우뚝선 암산의 시원한 기상보다 넉함과 그 부드러운 힘을 품은 지리산을 표현해야 했다.작품 <지리산 반야봉181×360cm 2022>은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으로 여러 차례 현장사생 후, 습작을 거쳐 지리산의 웅장함과 신비롭고 부드러운 조형적 특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제작에 약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복대에서 반야봉 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지리산의 진중함을 느끼면서 반야봉의 묵직하고 강한 조형적 특징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리산 반야봉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리산 반야봉181×360cm 2022>은 본인의 작품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내가 반야봉을 그리기 전 반야봉이 먼저 내게 들어오는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반야봉은 내가 붓을 대기도 전에 이미 스스로의 호방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우용민
수묵화가 우용민은 자연을 깊이 응시하며, 그 안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행촌미술관 개인전 〈두륜頭輪〉을 통해 두륜산의 역사성과 풍경을 수묵으로 풀어낸 이후, 그는 창작의 무대를 지리산으로 옮겼습니다. 같은 해 11월, 겨울의 시작과 함께 지리산에서의 첫 사생을 시작으로, 이후 4년간 총 1,460일, 35,000시간에 달하는 시간을 오로지 지리산을 마주하며 보내게 됩니다. 그 치열한 몰입의 결과로 400여 점의 드로잉과 함께, 〈눈꽃〉, 〈반야봉〉, 〈천왕봉 운무〉, 〈푸른 지리〉, 〈각황전〉 등 주요 수묵 회화 작품 50여 점이 탄생하였습니다.우용민의 수묵화는 단순한 산수의 재현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 감각과 존재가 교차하는 '경험으로서의 산수풍경'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는 자연 앞에서 묵묵히 시선을 쌓고, 붓을 들며 사유하며, 그와 함께 호흡한 시간을 작업 속에 농밀한 여백과 깊은 사색으로 응축해왔습니다.2025년 현재, 그는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로 향하는 길 위에 있으며, 오래전 이 땅의 기상을 수묵으로 표현해낸 선배 화가들의 호흡을 잇기 위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마음의 형상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