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원숭이 꾸꾸는 오늘도 매달린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어도, 바람이 몸을 세차게 흔들어도, 심지어 잠을 잘 때조차 나뭇가지를 쥔 손을 놓지 않는다. 힐끗, 자신의 두 발 아래, 우거진 정글 숲에 가려져 까마득한 지면과 눈이 마주칠 때면, 나뭇가지를 움켜쥔 꾸꾸의 두 손엔 더욱 힘이 들어갔다.왜 그토록 매달리냐고요? 원숭이는 원래 나무에 매달려야 하니까. 꾸꾸가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전부터 원숭이들은 매달려 왔으니까. 정글이라는 먹이 사슬의 한복판에서, 매달려야 살아남는 원숭이들에게 매달림은 불안에서 비롯된 집착도, 강박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 의심 없이 이어진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그런 꾸꾸의 곁으로, 종달새 친구 후리가 작은 날개를 포르르 펼치며 다가왔다. 그리고 후리는 꾸꾸에게 말한다. 이 ‘멋진’ 나무에 둥지를 짓겠다고. 그제야 꾸꾸는 문득, 자기가 매달려 있던 이 나무의 생김새를 처음으로 찬찬히 떠올려 본다. 언제나 꼭 붙들고만 있었지, 이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냄새를 품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어느 날, 오래도록 이어지던 꾸꾸의 매달리기에 조금씩, 아주 조용하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