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대중음악 비평가 전대한의 『비개념원리』. 2020년부터 틈틈 쓰고 기고했던 원고들을 한데 묶고, 퇴고하고, 새로운 원고를 더해 소개하는 비평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수학교재의 따온 듯한 제목에서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실지 모르겠다. 외우는 것이 가능할 만큼 명징한 개념과 원리들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는 수학의 반대급부에 음악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실제로 음악에는 개념화하기 까다로운 주제들이 얼마든지 있고, 이 난처함은 보통의 음악청취자뿐 아니라 비평가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비평이라기보다는 취향의 선언일 따름인 수많은 음악 글들을, 누군가가 제대로 비판하거나 다음 견해를 개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가 쉽지 않다. 취향의 부정이 될까 두려워서,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닫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일까 겁이 나서, 우리는 곧잘 음악을 비평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는 않은가?적어도 이 책의 글쓴이 전대한은 실은 '비개념'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것들이, 명료화하고자 하는 눈과 머리와 손을 거치면 '개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020년부터 시도하고 실천해보았다. 그 결과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원리가 있고, 그 원리는 사실상 태도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아마도 당신 역시 이전처럼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거나 진지한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두는 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더는 편하지도 즐겁지도 않아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원리를 박지호라는 그래픽디자이너가 시각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에 만화가 실키가 옷을 입혔다. 더는 비개념으로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음악들을, 청자에서 독자, 독자에서 청자를 오가며 읽어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