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고전,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된 역사추리소설 최고의 걸작,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출간!
중세의 어둠 속 인간의 심연을 다루는 지적인 미스터리
* 캐드펠 수사 시리즈 소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역사와 미스터리, 인간적 고뇌가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
중세의 어둠 속 인간의 심연을 다루는 지적인 미스터리
“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역사추리소설.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하다.”
_정세랑(소설가)역사와 미스터리, 인간적 고뇌가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의 고전,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한국어판 개정판이 전권(21종) 출간됐다. 시리즈 원작 완간 30년을 기념한 이번 개정판에는, 스무 권의 장편소설에 더해 국내 초역 단편소설집인 『특이한 베네딕토회』가 추가로 포함됐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로,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살인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리소설 시리즈이다. 12세기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생생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해주는,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는 역사추리소설의 마스터피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약초를 이용한 범죄부터,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 내전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까지, 중세 유럽의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을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고도의 지적 게임 같은 살인 미스터리의 성격을 지녔으면서도, 중세 시대의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존재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추리소설을 탐독하는 독자에게 독특한 재미와 대체 불가능한 감동을 선사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와 추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는 데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스티븐 국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왕위 계승 내전으로 혼란스러웠던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로, 정치적 음모와 전쟁의 여파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소설 속 사건들을 일으키고,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던 캐드펠은 각종 살인사건과 비극의 진실을 좇게 된다.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캐드펠 수사는 완전무결한 순백의 성직자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치밀한 추리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발휘하면서도 연민이 가득한 시선으로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심리, 선과 악, 정의와 용서의 복잡한 본질을 탐구한다. 이러한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 면모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죄와 용서, 정의와 자비 등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드펠 수사가 신념과 연민 사이에서 매순간 갈등할 때마다 독자들도 그 고뇌를 함께 느낄 수밖에 없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인문학적 성찰까지 아우르는 역사추리소설의 원형이자 ‘지적 미스터리’ 고전으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에서 번역 소개된 밀리언셀러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장장 18년 동안의 집필 끝에 1994년에 완성됐으며, 국내에선 1997년에 처음 소개됐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는 개정판은 쉽게 읽히는 문장,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치밀한 추리의 세계, 생생한 묘사 등 원텍스트의 묘미를 최대한 살려 편집하였으며, 세련된 디자인으로 역사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 『욕망의 땅』 도서 소개
이름 없는 죽음이 드러낸 인간의 운명
정의와 죄의 경계에서 밝혀지는 진실1143년,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수사들이 새로이 얻은 땅을 경작하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발견한다. 축복도 없이, 묘비도 없이 묻힌 여성의 유골. 손에 든 나뭇가지 십자가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담담한 애도를 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땅은 과거에 도공 루알드와 그의 아내 제너리스가 살던 곳이었다. 루알드는 자신의 신앙을 위해 모든 세속적 관계를 끊고 수사가 된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의 아내 제너리스가 갑자기 사라진 사실에 주목하고는, 루알드가 제너리스를 해치고 시신을 묻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다. 그런데 정말 그녀는 제너리스일까? 아니면 다른 여인일까? 루알드의 결백을 믿는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 행정 장관은 시신의 정체와 진범을 찾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루알드의 살인 혐의를 벗긴 이는 설리엔 수사였다. 제너리스가 최근 피터버러에서 목격되었다는 설리엔의 증언에 의해, 루알드는 곧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설리엔의 증언이 거짓이었던 것. 설리엔의 거짓말과 자백으로 사건의 실체는 더욱 모호해져가고, 캐드펠은 수수께끼처럼 남은 ‘그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블런트 가문의 과거를 추적한다. 도나타 부인은 둘째 아들 설리엔이 살인 용의자가 된 것에 경악하며, 아들의 삶을 위해 오래도록 숨겨온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작품 『욕망의 땅』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여인의 죽음을 파헤치는 작품으로,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과 함께, 중세의 여성이 놓인 비극적 운명과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건드린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와 거짓말로 진실을 덮으려는 자 사이에서 미묘한 싸움이 벌어지고, 무고한 살인 용의자가 누명을 벗는 와중에도 시신은 좀처럼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인간이 짊어질 수 있는 죄의 무게, 침묵이 만든 오해, 그리고 고통스러운 용서의 순간들을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도공의 땅에 묻힌 진실이 결국 밝혀졌을 때, 사건의 당사자는 온몸으로 이에 합당한 책임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설은, 진실이 반드시 처벌이나 복수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 때로는 침묵과 고백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묵직하게 전하며 끝을 맺는다. 살아 남은 자는 있지만 진정한 승자는 없는, 비극적인 중세 미스터리.

그렇게 작업을 시작한 지 15분쯤 되었을까,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의 크기가 작은 무덤만 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둔덕 발치와 일직선 방향으로 군데군데 썩은 천 조각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캐드펠은 삽을 내던진 뒤 쭈그려 앉아 손으로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깊은 무덤은 아니었다. 그저 금작화 덤불 너머 비탈에 천으로 싼 뭉치를 숨기고 두툼하게 흙을 덮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리라. 위치가 그러하니 비교적 얕게 묻혔다 해도 망자의 안식에는 큰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효율을 노린 쟁기가 둔덕에 바짝 붙어 돌지만 않았어도, 보습 날이 그렇게 깊이 파고들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예,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휴가 질기고 무성한 풀 더미에 손을 넣어 흙을 털어내었다. “아니, 사실은 전혀 충분하지 못하지만요. 여자의 나이나 이름을 알아내기엔 단서가 없군요.”
“혈족 관계나 살았던 집, 사인 같은 것도 전혀 알 수가 없고 말이지.” 캐드펠이 침울하게 동의했다. “어쨌든 여기서는 더 할 일이 없어. 시신의 매장 상태는 내가 잘 봐두었네. 이제 남은 일들은 은밀하게, 그리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편이 좋을 걸세.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