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에이턴 숲의 은둔자』는 미로처럼 얽힌 살인과 납치 사건, 위장된 신분과 권력의 음모,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적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캐드펠 시리즈만이 지닌 특유의 따뜻한 통찰과 중세의 질감이 살아 숨 쉬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캐드펠 수사는 사람들의 심리와 범죄의 동기를 헤아리는 관찰자이자 중재자로, 누가 진실을 감추는지를 끝까지 추적한다. 이턴의 영주가 죽자 상속자인 어린 리처드를 이용하여 재산을 증식하려는 할머니 디오니시어와, 소년을 보호하려는 수도원 사이에 팽팽한 싸움이 시작된다. 에이턴 숲에 나타난 이방인은 그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리처드가 사라지고, 수도원에서 묵던 사람이 에이턴 숲에서 살해되자 캐드펠 수사는 허브밭을 가꾸는 일상을 멈추고 살인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숲처럼 깊고 고요하지만, 한번 빠져들면 끝까지 붙들게 되는 중세 미스터리.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선과 악,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등 인간사 최고 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깃든 역사추리소설의 클래식이다.

그 말의 속뜻을 이해하고, 아이의 아버지가 다섯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수도원 학교에 집어넣은 이유와 연결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레이턴과 록스터는 이턴 양쪽에 자리 잡고 있으니 할머니로서는 손자의 결혼을 통해 그 영지들을 모두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도 하리라. 하지만 리처드를 할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보내고, 그로부터 1년 뒤 자신이 때 이르게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라둘푸스 원장을 후견인으로 삼은 것으로 미루어, 리처드 루델 자신은 어머니의 야심만만한 계획에 동조하지 않았던 게 틀림없었다.
“저는 이턴의 집사와 에이턴의 삼림 감독관 두 사람에게서 최근 갑자기 이 숲에 내린 재앙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묵상을 이어왔으며, 그런 재앙들이 정의와 불의가 충돌하거나 부조화가 시정되지 않을 때에 닥쳐올 더 고약한 재앙의 경고가 아닐까 싶어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우리에게 드리운 유일한 죄는 디오니시어 루델 부인에게 손자를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부인의 권리를 부정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의 뜻은 물론 존중되어야 하나, 남편과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노부인이 손자와 떨어짐으로 해서 겪는 고통 역시 도외시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수도원장님, 저는 모두의 머리 위에 악의 그림자가 무겁게 걸려 있음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옳은 일을 행하고 계신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주시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엘리스 피터스
본명 에디스 파지터(Edith Pargeter). 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 1913년 9월 28일 영국의 슈롭셔주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덜리 지역 약국에서 조수로 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그녀가 쌓은 이러한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1939년 첫 소설 『네로의 친구 호르텐시우스』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63년 『죽음과 즐거운 여자』로 미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받았다. 1970년에는 ‘현대문학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치사와 함께 ‘마크 트웨인의 딸’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1977년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발표하며 시작된 캐드펠 수사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81년에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의 한 권인 『수도사의 두건』으로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다.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받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문학적 성취와 함께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드러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고전으로 손꼽힌다. 1995년 10월, 생전에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슈롭셔에서 여든두 해의 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