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6년 등단 이후 한겨레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상 등을 연달아 수상하며 강렬한 세계관과 섬세한 감수성을 동시에 증명해온 최진영의 첫번째 소설집 『팽이』(초판 창비 2014)를 새롭게 단장해 펴낸다. 2014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소설집은 폭력과 결핍, 침묵과 생존의 감각을 치열하게 붙들어온 작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초창기 작품다운 패기 넘치고 강렬한 문장이 특히 매력적이다. 이러한 독보적인 색채는 단순히 이목을 끄는 것을 넘어 주류 세계 밖 약자들의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담아내겠다는 간절함에 가서 닿는다.동세대 작가 가운데도 발군이라 할 수 있는 이 감각이야말로 최진영의 서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밝은 빛을 발하게 하는 주된 이유이다. 리마스터판에서는 문장과 작품 순서를 세심하게 다듬었지만, 서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여전히 뜨겁고, 다시 만나도 강렬한 이 이야기들은 초판 출간 당시부터 이미 많은 수를 차지했던 “이 소설가와 함께 인생을 늙어갈 거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젊은 독자들”(추천사, 전성태)에게 다시 한번 ‘소설의 힘’을 증명한다.단이 건강했다면, 주와 단은 남들 모르게 역할을 바꾸는 장난도 몇번쯤 쳐봤을 것이다. 서로 명찰을 바꾸고 반도 바꾸면서 반 아이들과 선생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장난. 주는 단이 되고 단은 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공평하게, 둘 다 건강했거나, 둘 다 아팠다면.-「주단」
하지만.그는 내가 알던 그가 아닌지도 모른다. 완전히 다른 존재. 원래 끔찍하고 무서운 사람.아니, 뭔가 잘못됐어.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남편」
애인을 사귀기 전에는, 진짜 이 사람이 날 사랑해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할 것 같았다. 근데 사실, 그것을 이루면 행복하겠지 하고 상상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꿈을 품는 게 더 행복했다는 말이다. 어쨌든 내 꿈은 행복해지는 거다.-「엘리」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짧은 소설 『비상문』 『오로라』, 산문집 『어떤 비밀』 등이 있다.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