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4년 월간 『시문학』 신인상을 받은 후 시집 『지뢰 같은 사랑』, 『빵인(人)을 위하여』, 시에세이집 『사랑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2020년 제17회 푸른시학상 수상했고 202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학나눔 도서 추천위원을 역임한 남상광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를 출간했다.
출판사 리뷰
삶의 종점과 사랑을 향한 ‘순례의 길’을 집중적으로 탐색한 남상광의 시
2014년 월간 『시문학』 신인상을 받은 후 시집 『지뢰 같은 사랑』, 『빵인(人)을 위하여』, 시에세이집 『사랑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2020년 제17회 푸른시학상 수상했고 202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학나눔 도서 추천위원을 역임한 남상광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를 출간했다.
한 시인의 시세계를 몇 줄의 짧은 언술로 집약하기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남상광 시인이 그간 보여준 서정세계는 그가 이번 시집에서 삶이란 “고작 빵을 굽고 사랑을 심는 일”(「삶이란」)이라거나, “코끼리 무리”가 “세렝게티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고작 한 모금의 물 때문이”라는 잠언 같은 표현에 집약 농축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삶이란 결국 “쭈글쭈글 볼품없는 결말에 이를 것”(「사과의 시간」)을 뻔히 알면서도 “빛나는 산”으로 은유한 최후의 절정을 향해 코끼리처럼 묵묵히 “걷고 또 걷는” 행위에 다름없다. 이는 “삶이란 생각하는 게 아니라”(「99번째 버킷리스트」) 살아내는 것이라는 진술이 환기하는 바이기도 하다.
특히 시집의 1부의 시들은 삶의 종점을 향한 순례의 길에 대한 탐색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서쪽 하늘까지// 여린 잿빛으로 가득해지니// 지친 여행자의 무릎”(「사랑의 현실」)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감각하는 것처럼, 시인은 그 통증과 고통과 상처로 인해 역설적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시간”이 “사랑으로 가득”(「차원(次元)의 진화」)한 황홀을 지각하며, 삶에 대한 긍정과 포용의 미학을 실현한다. 그만큼 생의 고통과 슬픔, 파란과 곡절에 대한 수용력도 더 깊어진 것이다. 그 삶에 대한 시인의 긍정과 포용의 시선은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나 기다림, 고통과 상처와 슬픔 등을 통해 획득한 것이어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남상광 시인은 첫 시집 『지뢰 같은 사랑』 이후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해왔으며 이번 시집 4부도 ‘사랑’ 연작들에 ‘사랑의 문법’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사랑’ 연작시는 마음이 잉잉거리는 상실의 아픔과 갈망이 짙다. 사랑의 여울에 휩싸인 연작시, 또는 사랑에 관한 그의 시에서 사랑에 관한 체험적 진실과 시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동일성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현실이다. 시인이 고유하게 빚어내는 마음의 현실로서의 사랑, 즉 고통과 황홀, 상처와 환희의 무늬이다.
남상광 시인의 이번 시집이 이전의 서정 세계와 연속하는 지점은 삶과 세계의 필연적이며 운명적인 구조를 탐사하면서 끝내는 그 운명적 구조를 자연의 법칙으로 이해하고 수긍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사태를 인과적 필연성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그 사태의 원인을 안다는 것이다. 삶이 운명의 인과적 필연성에서 비롯하는 산물임을 이해할 때, 우리는 삶을 이해하고 자유로 이행할 수 있다. 어떤 것의 필연성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상광의 이번 시집 역시 삶과 세계 자체의 운명적 구조를 이해하고 자유로 이행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듯하다. 시집 표제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는 진술이 암시하듯 ‘만남’이라는 행복한 일치와 ‘그늘’이라는 이면의 어둠이 양가적으로 공존하는 게 삶의 운명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시인은 삶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표제시]
반복되는 이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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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게 되면
만남에도 그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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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아름다운 재회를 연주하기 위한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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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깨면 끝내 호랑나비를 잡고야 말겠다고
앞산에 오르는 늙은 고양이의 집념과
겨울이라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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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이는 그저
한 마리 지독한 고양이에 불과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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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떴을 때
태양도 나도
하늘과 산을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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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고
지금은 시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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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시]
가을을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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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아는 나뭇잎은 여유가 없다
다소곳이 기다리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려 떠나는 계절을 찾는다
차갑게 변해버린 바람에게
재회의 꿈을 나누지도 못했다
열기가 몸 주위를 맴돌며 아직 뜨거운 건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보내야 할 뿐이다
잊어야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지난 사랑은 쓰라린 것이다
떨어져 날리는 날이 돼서야
상처까지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첫서리 내리는 아침
눈물 같은 이슬을 반짝이며
때를 어기지는 않고 살았노라
이제 잊었노라
비로소 한숨 길게 내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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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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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며 특히 껍질째 먹는 것이 몸에 더 좋다고 각종 매체와 서적들이 지껄여대고 있다 비만 억제, 변비 치료와 예방, 노화 방지, 암과 성인병 예방, 생활방사능 배출 등 사과의 갖가지 성분들이 우리 몸의 독과 살을 빠지게 해주고 쾌변을 돕는 기능까지 뛰어나다고 한다 그뿐 아니고 장내 유익한 세균 증식, 중금속 배출, 탁월한 항산화 효과까지 아니, 사과라는 과일은 도대체 하느님보다 위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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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삼겹살을 구워주면 잘 드시는 지상의 천사께서 유독 아침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과 한 개를 8조각으로 잘라 절반인 4개를 주는데 언제부턴가 그만 이뻐져도 충분한 미모라며 앞으로는 3개만 먹겠다는 거다 그것도 아빠 성의를 봐서 자기가 인심을 쓰는 거래나 어쨌대나, 굳이 하나 더 먹이고 싶다면 현찰로 만 원을 내라 협박까지 하는 거다 이런, 하느님과 동급인 대한민국의 시인께서 그깟 일로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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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각으로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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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지은이 : 남상광
천안고등학교 졸업충남대학교 전자계산학사한국방송통신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 석사과정 수료앤솔러지 『시인들의 외출』(2012)월간 『시문학』 신인작품상(2014)시집 『지뢰 같은 사랑』(2014)대전문화재단 시집 발간지원금 수혜(2020)시집 『빵인(人)을 위하여』(2020)제17회 푸른시학상(2020)시에세이집 『사랑은 끊임없는 흔들림이다』(2021)대전문학관 시확산운동 선정(2021)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학나눔도서 추천위원(2024)충남문화관광재단 시집 발간지원금 수혜(2025)시집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2025)호서문학회 회장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가을을 보내는 법 · 13
사랑의 현실 · 14
사자가 죽을 때 · 15
차원(次元)의 진화 · 16
코끼리가 걷는 이유 · 18
사후인생문(死後人生文) · 19
삼각주에서 · 20
줄 위에서 · 21
인터미션 · 22
가슴은 성장한다 · 23
2부
역주행 · 27
코로나 서정 · 28
사과의 시간 · 30
어쩌다 마치(March) · 32
안개라는 꽃 · 34
바람이 멈추는 지점 · 36
유라시아 도시 2020 · 38
바다로 간 개떼 · 40
세상은 요지경(瑤池鏡) · 42
반도의 봄 · 44
3부
막내딸 길들이기 · 49
심메마니를 위하여 · 50
자뻑에 관하여 · 52
인생(人生)이라는 허(虛) · 54
어떤 이름 · 56
99번째 버킷리스트 · 58
시간 투자 · 60
관계의 끝 · 62
투표 전쟁 2012 · 64
코리아 카페 · 66
4부
어떤 사랑 5 · 71
어떤 사랑 6 · 72
어떤 사랑 7 · 73
어떤 사랑 8 · 74
어떤 사랑 9 · 75
어떤 사랑 10 · 76
어떤 사랑 11 · 77
어떤 사랑 12 · 78
어떤 사랑, 마지막 · 80
어떤 사랑, 다시 3 · 82
5부
삶이란 · 87
장미의 이름 · 88
반복되는 이별에 대하여 · 89
창조주와 동급인 시인이고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인 the reason for my existence · 90
외로움이란 것 · 91
Loneliness · 92
나의 영역 · 94
바람에게 전하는 말 · 96
큐피드의 조언 · 98
September · 99
해설 종점을 향한 사랑의 여정 속에 탄생한 비극적 지혜/ 김홍진·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