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내가 삶에서 겪었던 이별들로 만들어진 박물관이 있다면 어떨까? 『이별 박물관』은 마음을 사로잡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이별의 기억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도록 한다. 어린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선물해 준 열쇠고리, 이모가 만들어 주던 피자, 지금은 볼 수 없는 강아지의 쿠션 등 한때는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온 기록으로 전시된다. 이별과 함께 남겨진 마음들을 세밀하게 복원해 내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출판사 리뷰
지나온 이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잊고만 싶던 이별의 기억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까?
지나온 이별들을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돌아보는 이야기 『이별 박물관』(소설의 첫 만남 35)이 출간되었다. 『잃어버린 일기장』 으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한 작가 전성현의 신작 소설이다. 내가 삶에서 겪었던 이별들로 만들어진 박물관이 있다면 어떨까? 『이별 박물관』은 마음을 사로잡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이별의 기억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도록 한다. 어린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선물해 준 열쇠고리, 이모가 만들어 주던 피자, 지금은 볼 수 없는 강아지의 쿠션 등 한때는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온 기록으로 전시된다. 이별과 함께 남겨진 마음들을 세밀하게 복원해 내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내가 두고 온 이별들이 전시된 곳
큐레이터와 함께 걷는 다섯 가지 이별 전시실
친구들과의 약속이 취소되어 전철역을 서성이던 ‘나’는 엄마에게서 ‘이별 박물관’이라는 낯선 장소로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날씨도 궂고 피곤이 몰려와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오늘따라 엄마는 유독 끈질기게 ‘나’를 부른다. 마지못해 찾아간 이별 박물관에서는 어디 갔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엄마 대신 검은 양복의 큐레이터가 ‘나’를 맞이한다.
관람객 개인의 이별 경험을 파악하는 시스템으로 맞춤형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설명에 ‘나’는 흥미를 느낀다. 박물관 로비에 전시된 웨딩드레스, 소방복, 사진과 다이어리 등 다른 사람들의 이별에 얽힌 물건들을 지나, ‘나’가 겪었던 이별들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전시실을 관람하게 된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초등학생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선물해 주었던 장수풍뎅이 모양 열쇠고리가, 두 번째 전시실에는 어릴 적 이모가 자주 만들어 주던 루콜라피자가 달콤짭짤한 냄새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머릿속에서 희미해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이별의 경험 속에 깃든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을 찬찬히 복기해 나간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마주해야만 하는 우리에게
이별 박물관이 건네는 애도의 시간
세 번째 전시실에서 좋아하던 친구와 관계가 어긋났던 순간을 돌아보게 된 ‘나’는 다음 전시실로 향하는 걸음을 망설인다. 남은 두 개의 전시실에서 어떤 이별을 만나게 될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진다. 왜 사람들은 힘든 기억을 일부러 다시 꺼내 보는 걸까? 이별의 경험을 돌아봄으로써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사랑할 수 있다는 큐레이터의 말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왜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힘든 기억을 꺼내 보는 거죠?”
“대개는 이별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랍니다. 또한, 이별로 인한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고요.”
큐레이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 상처가 덧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43-44면)
떠밀리듯 들어간 네 번째 전시실에서 마주한, 잃어버렸던 강아지 ‘구름이’의 쿠션은 예상보다 더 아프게 ‘나’의 기억을 건드린다. 후회와 미안함, 슬픔, 걱정으로 얼룩진 그때의 감정이 밀려와 눈물이 쏟아진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제가 저의 이별에 대해 굳이 알아야 하나요?”(51면)라고 묻는다. 이별을 마주하기를 겁내는 나를 향해 큐레이터는 “때로는 절대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52면)라는 모호한 대답을 한다. ‘나’는 여전한 의문과 우려를 품은 채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며 마지막 전시실로 향한다.
“잊지 않을 거야. 영원히.”
슬픔 너머 맞닿은 사랑을 기억하는 법
마지막 전시실에서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럽고 낯선 기억과 마주한다. 차마 받아들일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이별 앞에서, ‘나’는 마침내 자신이 이 박물관에 오게 된 진짜 이유를 깨닫는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별이 전시된 이별 박물관의 1층 로비에는 언뜻 ‘사랑 박물관’이 아닌가 생각될 만큼,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나 사진 등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엄마가 ‘나’를 이별 박물관에 초대하면서까지 꼭 전하고자 했던 것 또한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사랑과 이별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이별의 아픔은 결국 누군가를 마음 다해 사랑했었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이별 박물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우리에게 불쑥 이별이 찾아올 때, 담담하게 곁을 지켜 줄 책이다.
▶ 시리즈 소개
소설과 만나는 첫 번째 길
책과 멀어진 이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새로운 감성으로 단장한 얇고 아름다운 문고이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독서가 낯설어진 이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나는 이별 박물관으로 가는 중이다.
“왜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힘든 기억을 꺼내 보는 거죠?”
“대개는 이별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랍니다. 또한, 이별로 인한 상처가 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고요.”
큐레이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히려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 상처가 덧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내밀자 큐레이터가 멋쩍게 웃었다.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겁니다.”
한동안 구름이가 떠났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구름이가 긁어 놓은 문지방, 물어뜯은 방석, 구름이가 입던 옷과 목줄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언제든 제일 먼저 달려와 전처럼 나를 반겨 줄 것만 같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전성현
판타지와 SF, 그리고 진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씁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잃어버린 일기장』 으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사이렌』 『두 개의 달』 『어느 날, 사라진』 『일 년 전 로드 뷰』 『비밀의 행성 노아』, 청소년소설 『데스타이머』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