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국제 결제망 확장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글로벌 통화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중요한 건 이제 막 시작 단계가 아니라, 이미 꽤 진척되고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가체제의 한계, 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애써 외면해왔던 중국의 행보가 돋보인다.
이 책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중국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디지털 위안화, 엠브릿지,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국경을 넘는 디지털 환경에서 위안화의 존재감을 키워놓았다. 중국이 아무리 대국이어도 달러 패권에 대항하는 게 역부족이라고 느껴진다면, 브릭스와 여러 지역협의체를 살펴보면 된다. 달러 패권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하면서도, 그간 세계 무대에서 결정권이 약했던 국가들과 협업하는 전략을 취한다.
미국은 중국의 행보에 으름장을 놓지만, 중국의 태도는 차분하다 못해 여유로워 보인다. ‘시진핑의 꿈’으로도 불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딥시크 등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도구로, 지금껏 실제로 이뤄왔던 경험을 토대로 장기간의 레이스에 최적화해왔기 때문이다. 달러 패권이라는 벽은 높지만, 중국이 일으키는 지속적이고 거센 파도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파도를 읽는 자만이 벽을 넘는 파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트럼프 관세 으름장에, 유일하게 반격한 중국
달러 패권의 벽은 높지만, 중국의 파도도 멈추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시진핑 3기 체제가 맞물리며, 전 세계는 다시 한번 금리, 무역, 환율을 둘러싼 격랑 속으로 들어섰다. 일례로 미국은 중국의 환율 조작을 비난하며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양국 간의 전쟁은 대화 모드로 바뀌었지만, 단순히 끝날 일이라고 보긴 어렵다. 미국과 중국, 두 경제 대국이 ‘달러 패권’이라는 지정학적으로 정면 충돌한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미중 달러패권》은 중국의 기축통화 야심과 그 전략적 수단들을 분석하며, ‘왜 이제는 위안화를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vs. 일대일로 프로젝트,
페트로달러 vs. 페트로위안화, 비자와 마스터카드 vs. 유니온페이…
달러 패권의 시스템을 복제하면서도,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꾸준한 전략의 비밀
중요한 점은 이미 위안화의 영향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무대로 확대되었다는 사실이다. 종이화폐에서 신용카드 단계를 뛰어넘고 도입된 디지털 위안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끈다. 엠브릿지 프로젝트, CIPS 등을 통해 중국은 기존 서방 중심의 결제 인프라를 대체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위안화 표시 무역을 활성화하며 다방면으로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G7에 대항해 신흥국들의 발언에 힘을 싣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 탄생한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는 자체적인 금융 시스템, 공동통화 등을 구상하는가 하면, 아세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아프리카 등 국제 지역협력체 내에서 이미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실현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임은 분명한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면밀히 짚으며, ‘위안화의 부상은 달러 중심의 질서가 불안정해졌음을 인지하라는 신호’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국은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브릭스 회원국들과의 무역에서도 달러 사용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최근 트럼프의 ‘마러라고 합의’부터 2002년에 발표된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보고서까지, 미중의 대결이 단순히 경제 영역을 넘어 국가안보 차원으로 확대되어온 과정을 짚는다.
‘달러 대 위안화’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곧
달라질 세계 경제의 판을 읽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의 통화 정책을 해설하는 것을 넘어서, 통화가 무기가 된 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묻는다. 실물경제, 외환시장, 디지털 통화 등 현실 세계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상 위안화는 더 이상 한 국가의 화폐만이 아니다. 위안화는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려는 하나의 통화 블록이며, 세계 금융 시스템의 재편을 이끄는 핵심 변수이다. 물론 당장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 없고, 그래서 100년 전쟁이라고도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중국의 기세는 단단하다. 앞으로의 위안화를 이해하는 것은 곧 달라질 세계 경제의 판을 읽는 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프로그래머블 머니 Programmable Money’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중앙은행이 통화정 책을 실시할 때 모든 가입자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어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여러 나라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적용하기 어려웠다.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보편화된다면 모든 계좌 소유자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즉각 적용해 은행에 예치된 돈을 소비나 투자로 유도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다. 또한 경기 부양을 위해 종종 사용되지만 결과가 불투명한 양적완화에 의지하기보다는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특정 계층에 선별적인 혜택을 주는 등의 훨씬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해진다.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특성과 더불어 디지털 위안화는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데도 효율적이다. 은행 계좌가 없거나 신용도가 낮아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쉽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소비가 촉진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_‘디지털 위안화로 앞서나간다’ 중에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본 국가 간 통화스와프, 해외 직거래시장 설립, 그리고 국경 간 결제망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통화스와프와 직거래시장은 중국이 상대국 중앙은행과 협정을 맺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통화스와프가 중국 측에서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성격이라면, 직거래시장은 중국이 상대국에 요청하여 개설되는 특징을 갖는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나라들은 주로 위안화를 차입하여 활용하는 반면, 직거래시장은 아직 개설된 국가가 많지 않고 거래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다.
중국인민은행의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으로 전 세계 29개국 31개 도시에 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되어 있다. 초기에는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2012년에 대만과 마카오, 2013년에 싱가포르 등 중화권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었다. 2014년에는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 집중적으로 진출했으며, 같은 해 서울에도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문을 열었다. 보다 최근인 2022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헤알/위안화 직거래시장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라오스 등으로 확장되면서 위안화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크게 확대되었다._‘통화스와프로 신흥국을 엮어간다’ 중에서
페트로달러를 통해 흔들리던 달러 패권을 안정시킨 역사적 경험은 중국에게 ‘페트로위안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약 원유 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면, 국제 금융과 상품 시장에서 위안 화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미국 중심의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기축통화 질서의 변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 속에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2022년 12월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도입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이 소식은 국제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통적으로 중동 지역은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었으며, 미국이 이 지역의 주요 분쟁을 중재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오랜 외교적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원유 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동 외교 무대에서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지정학적 변화가 감지되었다._‘페트로위안화, 사우디와 손을 잡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조경엽
글로벌 통화정책, 외환시장 전략 등 국제 금융의 구조적 변화를 날카롭게 해석해온 전문가로서 전KB 금융 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매일경제신문사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자본시장, 부동산 등 경제·금융과 연관된 분야에서 일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부터 세계 금융위기와 코로나 국면까지, 시장이 요동쳤던 시대를 지켜봤다. 평소 실물에 걸맞은 금융의 역할을 기대하고, 원칙과 창의에 바탕을 두고 신기술과 사회 변화를 수용하는 금융시장과 금융업이 돼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청소년과 사회초년생의 금융 학습에 관심이 많다. 《금융강국, 머니워킹코리아》, 《G2시대: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초강대국 전략》, 《세상 친절한 금리수업》,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등을 함께 기획하고 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시진핑의 중국몽,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1부 코앞까지 온 위안화의 현실
1장 디지털 선점 전략
디지털 위안화로 앞서간다
민간의 혁신이 몰고온 중국의 디지털 금융 혁명
엠브릿지로 국경을 넘는 위안화
2장 세계로 나가는 위안화
통화스와프로 신흥국을 엮어간다
판다본드와 딤섬본드로 세계에 침투하다
글로벌 위안화의 첨병, 중국 국부펀드
위안화 교두보이자 실험장, 홍콩
3장 달러 패권 전략을 따라 하는 위안화 전략
페트로위안화, 사우디와 손을 잡다
중국 버전의 세계은행, AIIB
시진핑의 중국몽, 일대일로 프로젝트
비장의 무기, SWIFT 대체 노리는 CIPS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자리를 노리는 유니온페이
신용평가사 '다궁'의 도전
2부 위안화 영토 넓히기
4장 서방 주도 국제 질서의 재편 전략, 브릭스
G7에 대항하는 신흥국들의 협력체
서구 금융에 도전하는 브릭스의 금융 네트워크
브릭스 공동통화 구상
세계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브릭스플러스
5장 경제에 안보를 더해 끈끈해진, 국제협의체
‘3대 악’에 대응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중국과 아세안 간의 핵심,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RCEP vs. IPEF
인구와 에너지의 보고,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3부 미국의 압박 vs. 중국의 도전
6장 미국의 견제와 봉쇄전략
어제의 우방이 오늘의 적국
달러 패권을 사수하는 미국
수위를 높여가는 대중국 압박 전략
USCC에서 마러라고 합의까지, 대중국 경제·안보 전략의 진화
7장 중국의 지구전
중국의 무기
중국의 모순과 도전
100년의 마라톤,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에필로그. 금융 패권으로 이동하는 미중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