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열다섯 살 ‘엘피스’에게 까칠 툴툴 사춘기가 왔다!
“그냥 좀 내버려 둬요!”엘피스는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평범하고 익숙했던 세상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고 내가 이 세계 안에서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엘피스는 엄마 아빠와 늘 함께했던 전통 식사도 싫어졌고,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의문이 생긴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자 그게 마치 잘못이라는 듯 어르는 선생님도 마뜩잖고, 절친한 친구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세상에 홀로 선 기분이다.
레오는 날 조금도 이해하지 못해. 선생님이나 부모님과 똑같아. 내 가장 오랜 친구까지 저러는데 대체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본문 28~29쪽)
누구나 열다섯이, 사춘기가 된다. 엘피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사실 엘피스는 사춘기를 겪지 않는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는데……. 엄마 해인과 아빠 서우는 그런 엘피스를 보며 복잡미묘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엄마가 하지 말라는 일들, 안 해 본 일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너무 흥미롭지 않아? 가서 살짝 엿보면 어때?”어느 날, 엘피스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숲길로 달려갔다. 처음에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선생님, 친구로부터 달아나고픈 반항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마음이 설다. 스마트핀에서 쉴 새 없이 울리는, 안전한 경로를 이탈했다는 경고음조차 쳇바퀴 돌던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는 해방감만 키울 뿐이었다. 그 길 끝에 주변을 환하게 물들이는 노아가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낯선 소녀 노아는 엘피스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던졌다.
1.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2.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습니까? (본문 35쪽)
노아는 엘피스와 동갑이지만 키도 더 크고, 더 어려운 단어를 쓰고, 어려운 질문을 하는 데다가 답도 척척 내렸다. 엘피스는 자신과 다른 노아와 보낸 몇 시간 사이에 자신이 전과는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다. 아직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엘피스는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첫사랑이 이런 걸까? 엘피스에게 노아는 동경, 호기심, 설렘의 대상이고 멘토가 된다. 노아와의 첫 만남은 엘피스의 일탈 덕분이었지만 엘피스는 곧바로 두 번째 만남을 계획한다. 하지만 노아를 만나러 간 그곳에는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엘피스를 기다리는데……. 폭풍같이 살벌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날 밤, 엘피스는 마침내 내내 품고 있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아이와 어른 사이 vs 인간과 반려 휴머노이드 사이
“반려 휴머노이드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 줘.”흔한 청소년 서사와 달리 엘피스가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은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한다. 5차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의 사정으로 반려 휴머노이드를 키우지만 결코 어른이 될 수 없게 만든 세상. 엘피스는 아이와 어른 사이의 청소년으로서, 인간과 반려 휴머노이드 사이 ‘오류’를 겪는 존재로서 두 가지 성장통을 동시에 겪는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겪는 고민과 인간과 반려 휴머노이드 사이에서 겪는 고민 중 어떤 게 더 아프고 힘들까?
‘반려 휴머노이드인 내가 왜, 어째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걸까? 다른 친구들은 할 수 없는 생각을 왜 혼자만 하는 거지? 나 역시 아무것도 몰라야 하지 않나? 저들처럼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었는데, 왜 갑자기 달라진 거지?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본문 67쪽)
엄마 아빠와도, 절친 레오와도 서운함과 오해만 쌓여 가는 엘피스. 아무래도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짐작한 엘피스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아빠를 찾아간다. 그런데 역시 운명이었을까? 엘피스는 그곳에서 노아를 다시 만났다. 게다가 노아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를 만나려던 계획을 접고 노아와 도착한 네오바이탈릭스. 하지만 그곳에서는 엘피스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춘기, 썸, 우정, 모험, 가족 그리고 선택!
성장 리미트가 해제된 폭풍 질주 청소년 이야기열다섯은 남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자신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는 외로운 존재다. ‘나는 왜 다르지?’, ‘나는 누구지?’, ‘내가 이걸 왜 궁금해하지?’,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세계의 경계를, 넘어 본 적 없는 한계를 만난다.
그래서 청소년은 자신이 머물던 세계를 깨트리고 다른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더 자라날 수 있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지금 세계에서 알아내지 못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엘피스 : 금지된 열다섯》은 인간과 반려 휴머노이드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엘피스의 이야기인 동시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있는 청소년의 성장통을 담은 여정이다.
안전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지금 여기’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자라날 양분이 있는 ‘또 다른 곳’. 청소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어른들은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청소년에게도, 심지어 반려 휴머노이드에게도 이 선택과 타이밍은 어렵고 힘든 결정이다. 선택 이후에 닥칠 사건도 그들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겪어야만 하는 혼란이 힘들다고 피하려 한다면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영영 길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껍질 속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결코 날아오를 수 없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자기 세계를 스스로 박차고 나가야만 자랄 수 있는 매혹적이고 가혹한 숙명을 지닌 청소년의 선택을 응원한다. 사춘기를 맞이한 인간 혹은 반려 휴머노이드에게 《엘피스 : 금지된 열다섯》이 즐거운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엘피스는 선생님이 시킨 대로 허공 위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불길한 검은색, 불처럼 화가 치밀어 오르는 붉은색을 마구 섞어 형태도 없이 거칠게 칠했다.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엘피스의 작품을 본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네 마음이니?”
“네.”
엘피스의 짧은 대답에는 사뭇 반항기가 어려 있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일순간 멈추었다.
레오는 날 조금도 이해하지 못해. 선생님이나 부모님과 똑같아. 내 가장 오랜 친구까지 저러는데 대체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