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일곱 번째 작품으로 권민경 시인의 시집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이 출간되었다. ‘동물권’을 중심으로 한 이 시집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공감, 그리고 책임에 대해 질문한다. 권민경 시인은 동물의 권리와 존재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교감을 따듯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시집은 단순히 동물에 대한 애정의 표현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동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시집은 제목부터 인상 깊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씹는 소리는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특별한 감각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이 단순한 의성어는 시인의 시선 아래에서 ‘존중’과 ‘사랑’의 기호처럼 확장된다. 고양이, 개, 사자, 곰, 거위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시편들은 각각의 존재가 지닌 고유한 감정과 권리를 존중하며, 독자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이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집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단순한 동물 애호를 넘어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연대의 감각을 일깨우는 통로가 되어 준다. 시인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대상에게 사랑을 느낄까?”(「Home1」)라는 시인의 질문은, 인간 중심의 세계를 벗어나 더 넓은 사랑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만든다.
출판사 리뷰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7
권민경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출간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킁킁거리고 멀찍이서 내 손 냄새를 맡는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그러니까 날 닮은
“할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사랑을 어떻게 익혀 갔을까”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권민경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일곱 번째 작품으로 권민경 시인의 시집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이 출간되었다. ‘동물권’을 중심으로 한 이 시집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공감, 그리고 책임에 대해 질문한다. 권민경 시인은 동물의 권리와 존재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교감을 따듯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시집은 단순히 동물에 대한 애정의 표현을 넘어,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동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시집은 제목부터 인상 깊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씹는 소리는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특별한 감각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이 단순한 의성어는 시인의 시선 아래에서 ‘존중’과 ‘사랑’의 기호처럼 확장된다. 고양이, 개, 사자, 곰, 거위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시편들은 각각의 존재가 지닌 고유한 감정과 권리를 존중하며, 독자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이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집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단순한 동물 애호를 넘어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연대의 감각을 일깨우는 통로가 되어 준다. 시인은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떻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대상에게 사랑을 느낄까?”(「Home1」)라는 시인의 질문은, 인간 중심의 세계를 벗어나 더 넓은 사랑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만든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 속 시편들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사랑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또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고양이와 개처럼 가까운 동물뿐 아니라, 곰, 거위, 사자처럼 직접적인 접점이 없을 수도 있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사랑이 반드시 소유나 지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되새긴다. 이 시집에서 동물은 단순한 상징이나 배경이 아니라, 시인과 감정을 주고받는 동등한 존재로 등장한다. 시집의 제목 속 고양이는, 단지 귀여운 반려동물 그 이상으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관계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권민경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존재 간의 연결 속에서 발견되는 사랑의 다채로운 결을 조용하고 단단하게 포착한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은 그렇게 사랑이 멈추지 않도록, 멈추지 않기 위해 흘려보낸 시들의 모음이다. 시집 곳곳에는 작은 생명들을 향한 다정한 관찰과 그로 인해 생겨난 사랑의 여운이 스며 있다.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우리는 오갈 데 없는 마음에 질식할 것”(산문 「서로를 키우는 사랑」)이라는 고백처럼, 시인은 끝내 사랑을 흘려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서 샘처럼 솟아나길 바란다.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키우는 힘이라는 걸, 이 시집은 조용하고 단단하게 이야기한다. 반려동물과의 생활에서 비롯된 수많은 질문들, 멀리 있는 존재를 향한 사랑, 그리고 함께 자라나는 마음까지.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키우는 사랑’이 무엇인지, 슬픔과 기쁨이 어떻게 한 문장 안에서 사이좋게 머무는지 배우게 된다. 『고양이가 사료를 아드득 까드득』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계속 자랄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때때로 쪼그라드는 마음을 다시 펴 보려는 의지,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모든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사랑은 한정 없는데 삶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는 사랑을 다 못 나눌 것 같아 아쉽다. 어릴 때부터 눈물과 콧물이 왜 끝도 없이 샘솟는지 궁금했었다. 사랑도 살아 있는 한 그렇게 샘솟는다는 것을 철수와 살며 깨달았다.
우주 공간에서는 눈물이나 콧물이 흐르지 않고 고인다고 들었다. 중력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 자연스럽게 콧물도 나오는데, 이 체액들이 고이면 스스로 질식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사랑도 마찬가지다. 샘솟는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 우리는 오갈 데 없는 마음과 사랑에 질식해 죽을 것이다. 사랑을 자꾸 흘려보내고 싶은데 상처 받기 쉬운 세상, 마음 주는 것이 힘들다.
그런 어리석고 겁이 많은 나의 애정을 너그러이 받아주는 동물 친구들에게 고맙고 또 고맙다. 더불어 너그러운 사람 친구들에게도 그렇다.
(산문 「서로를 키우는 사랑」)
나는 개를 좋아하는데 고양일 키우지
나는 개를 좋아하고 단체로 있는 개는 피하지
개를 데리고 모임을 갖는 사람들 개들이 뛰어노는 애견 놀이터
그런 데 말고 그런 거 말고
그러니까 개인적인 개를 좋아한다네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킁킁거리고 멀찍이서 내 손 냄새를 맡는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그러니까 날 닮은
개를 좋아한다네 꼬리를 다리 사이에 숨겼지만
아주 조금씩 흔들고 있는
낯 가려도 최선을 다해 친해지고 싶어 하는
밥 배와 빵 배가 따로 있는 것처럼 사랑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우리 집 고양이와는 별개로 내가 사랑하는 그런 개
―「최선의 낯가리기」 전문
어떤 동물은 사람과 살도록 진화했지
말도 안 통하는데 참 신기하다 어떻게 처음 친해졌을까
할퀴지 않고 해치지 않는 사랑을 어떻게 익혀 갔을까
동물에게도 애정이 있다 사람도 동물이기에 똑같은 거겠지만
널 사랑해 사랑해
자꾸 말해도 정확한 뜻을 모를 너
너를 사랑해 사랑해
자꾸 외쳐도 못 알아듣는 나
―「동물과는 대화 대신 사랑을 나누기에」 부분
초코는 형이 회사를 가면 내내 울고 슬퍼했어요 형은 어쩔 수 없이 회사 주변에 초코를 맡겨 두고 무서운 상사들이 없는 날에만 초코를 회사에 데려왔어요
나야 좋았죠 귀여운 슈나우저 강아지 할아버지처럼 흰 수염이 난 초코
모든 슬픔에는 원인이 있고 초코의 슬픔은 이별 때문이었습니다 초코랑 살던 누나가 세상을 떠나자 다른 가족들은 혼자 남은 초코를 어찌할 바를 몰라 화장실에 가두었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더 급했으니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지만
초코는 슬펐고 좁은 화장실 안에서 울었습니다 아마 내내 울었을 겁니다
죽은 누나의 친구였던 형이 초코를 데려왔어요 형도 슬펐을 테지만 누군가가 초코의 가족이 되어야 했으니까
그때 초코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우린 모릅니다
초코는 누나가 없어져 슬펐을 수도, 바뀐 세상이 어리둥절했을 수도 있어요 모를 수밖에요 우린 화장실에 갇혀 본 적도 없으니
확실한 건 누나가 사라진 이후 자신을 맡아 준 형이 보이지 않으면 슬퍼했다는 것 모든 슬픔엔 이유가 있고
우리는 슬픔과 슬픔을 넘어 매일을 살아갑니다
즐거움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그래도 나는 슬픈 소식을 피하지 않고 계속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동물을 생각합니다
추모는 좁은 화장실 문을 열어 주고 안아 주는 것 마음을 산책시키고 들판을 뛰게 하는 일
삶은 추모의 연속이지만 계속해야 하죠, 식사나 산책처럼 필수적인 일이지요
―「산책과 추모」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권민경
학교 공부는 싫어했지만, 늘 호기심은 넘쳤다. 우주의 비밀보다 나에 관한 게 더 큰 수수께끼이다. 자주 틀리는 일기예보처럼 변화무쌍한 내 기분. 평생에 걸친 나의 사춘기를 연구하며 시인이 되었다. 다정한 독자들이 이 문제를 함께 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 흔적으로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산문집 『등고선 없는 지도를 쥐고』 『울고 나서 다시 만나』를 남겼다. 고양시에서 고양이와 살고 있다.
목차
1부 사나워 보이지만 실은 겁 많은 강아지
최선의 낯가리기
짝사랑 진행 중
동물과는 대화 대신 사랑을 나누기에
편식 왕
시에 눈이 있다면
꿈의 파수꾼
아는 친구
산책과 추모
울지 마세요
나와 개의 밤
2부 내 마음도 누군가의 방일 수 있다면
무지개다리
약
내비게이션 오류
암사자 사순이
쓸개와 담즙
Home 1
식탁 예절
도도한 도도새
Home 2
인간 멸망 10년 후
3부 초등학생 땐 어기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것들
Love Yourself
쉬는 시간도 때에 따라
착각
눈물 부자
11
패션의 완성은 검정 비닐 봉다리
소풍과 풍선
아름다운 뚝딱이
세수 중 멍때리기
여행의 계획
손님이 다 내린 줄 알았던 버스 기사 아저씨의 놀라움
새벽 5시 24분
흔한 동음이의어
금환일식
혼난 다음 날
어린이 기도서
선함에 대해
감기와 몸살과 결석과
4부 멸종은 끝이 없고 영원은 어림없지
꿈
나의 해변
틴틴
나와 나의 룰루랄라
멍멍개 교집합
배드민턴 강도단
무모한 산책
바람의 말
아파트
반팔
가을
개성
밤에 오는 비의 유니콘적 성질
두 명의 열두 시
우리들은 자란다
자연—환절기
에브리 싱글 데이
5부 작가의 말 : 어리던 어느 날
풍선껌이 터지기까지
열에 들뜬 밤
시인의 산문
서로를 키우는 사랑
독서활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