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북스 제3회 역사 동화청소년소설 대상 수상작.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주인공과 518 당시 군부의 폭력을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이다. 학교폭력과 국가 폭력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그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정의와 연대로 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정유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고책방에서 우연히 518 당시 또래가 남긴 기록을 발견하여 518의 실상을 알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518을 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방관자로서 양심과 무기력증 사이에 방황하는 설정의 도입 부분이 518의 초입을 보는 듯하다. 국가의 폭력 앞에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이, 도시의 일상이 뿌리까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출판사 리뷰
현북스 제3회 역사 동화청소년소설 대상 수상작
오월의 파자마 파티
제3회 현북스 역사 동화청소년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 작품 심사평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주인공과 518 당시 군부의 폭력을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이다. 학교폭력과 국가 폭력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그를 극복하려는 노력 또한 정의와 연대로 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정유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고책방에서 우연히 518 당시 또래가 남긴 기록을 발견하여 518의 실상을 알아가게 된다. 주인공이 518을 접하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방관자로서 양심과 무기력증 사이에 방황하는 설정의 도입 부분이 518의 초입을 보는 듯하다. 국가의 폭력 앞에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이, 도시의 일상이 뿌리까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하러 간 동생, 이를 찾으러 가는 길에 무고한 시민이 계엄군에게 사살당하는 장면 등이 충격적이다. 518의 당시 실상과 학교폭력의 상황 모두 생생하게 다루어져 현재의 청소년들이 당시의 폭력에 대해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압도적 폭력 앞에서 그에 저항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학생들의 노력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감 있는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강철이와 정유가, 연대해서 폭력에 맞선 것처럼
저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E.H.카의 말이 참 공감이 돼요. 역사는 한곳에 머물러 있거나 박제돼 있지 않아요. 우리가 말을 걸어 주고 이름을 불러 주면 여태껏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으로 짜잔 하고 나타나죠. 왜 그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냐고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역사가 말해 주고 보여 주거든요. 강철의 이야기는 강철의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죠. 그 아픔과 깨달음이 현재를 사는 후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지요. 그 역사가 뒤틀리고 왜곡된 채로 남아 있으면 현재도 결코 건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자꾸 말을 걸어 주고 그들이 왜곡됨 없이 바르게 기억될 수 있도록 토닥여 주고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강철이와 정유가 연대해서 서로의 아픔에 맞선 것처럼, 지금도 모양만 다를 뿐 더욱 교묘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폭력이라는 녀석에게 맞설 든든한 힘이 생기니까요.
-작가의 말에서
■ 작품 소개
어릴 적 친구에게 학교폭력을 당하는 정유
중2에 올라간 정유는 학폭에 연루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정유는 자신을 지탱해 주는 보호막이라 여기며 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욱 무리에 휩쓸린다. 아지트로 집을 내주고 라면을 끓여 주고 과제를 대신해 주고 게임 레벨을 올려 준다. 정유는 집 현관 비번과 체크카드 비번을 동욱에게 공유하고도 저항하지 못한다. 수시로 장난이라는 이름의 구타와 고문을 당하지만 아빠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를 한다.
정유는 민준이에게 자기 처지를 물려 주고 학교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학교가 지옥 같은 정유에게 새로 무리에 들어온 민준의 존재는, 정유가 자신의 처지를 물려 주고 자신은 거기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희망이 된다. 자기보다 만만한 친구, 경계성 자폐를 앓고 있는 민준이 무리에 새로 들어오며 정유도 가해자와 방관자 입장에 놓이게 된다. 정유는 양심과 무기력증 사이에서 방황한다.
책장 구석에서 발견한 한 소년의 지옥 같은 이야기
동욱에게 아직은 넘겨 주지 않은 유일한 공간, 아빠의 중고서점에서 정유는 한 소년의 지옥 같은 이야기를 우연히 발견한다. ‘1980년 오월의 엠티’. 진짜 지옥이 펼쳐져 있는 1980년 5월의 광주, 정유는 그곳에서 지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알게 된다.
학교폭력과, 5ᆞ18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군부의 무력으로 자행된 국가반란 세력이 행한 폭력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정유와, 친구들이 선택한 새로운 길은…….
책장으로 다가갔을 때는 불빛이 사그라든 후였다. 정유는 불빛이 새어 나오던 곳의 책들을 조심조심 들춰보았다. 정확히 그즈음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못 보던 가제본 책이 있었다. 가제본 된 책답게 옛날 타자기로 작성된 텍스트였다. 얇은 책자였지만 표지에 제목과 날짜까지 쓰인 게 제법 공들여 만든 티가 났다.
“1980년 오월의 엠티?”
책 제목부터 무슨 암호 같았다. 1980년이면 지금부터 40년도 더 전인데. 표지 아래에 검은 매직으로 무언가 지운 흔적이 있었다.
그 형이 군홧발들에게 어떻게 끌려갔는지 나는 보지 못했다. 내가 창 밑에 주저앉아 우는 동안 둔탁하게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을 뿐이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왜 우리 동네가 불지옥이 된 거지? 뭘 잘못했길래……. 저 형은 공부를 잘해 서울로 공부하러 갔다가 고향에 다니러 온 죄밖에는 없다. 아니면 쓰러진 안내양을 일으켜 주려 한 죄밖에는 없다. 그리고 흰 적삼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대문 밖 큰길가로 나선 할아버지는 젊은이를 지켜 주려 한 죄밖에는 없다. 그것도 죄라면 말이다.
시뻘건 육개장 국물이 담긴 급식 판으로 동욱이 머리통을 갈겨 주고 급식실을 박차고 나왔어야 했다. 정유는 그때 그러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러나 순간의 분노를 다스리는 게 매번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걸 정유는 동욱이 무리에 끼고 난 다음 터득했다. 가만히 있어도 아이들은 정유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자애들조차도 정유에게 잘 보이고 싶어 했다. 동욱이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정유에게 우호적이었다.
그건 인기하고는 조금 다른 거였다. 건드리지 않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는 걸 터득한 아이들의 생존 전략 같은 거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수연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현대소설)을 전공했습니다. 아이들과 독서 논술 수업을 오래 하면서 아동 청소년들이 즐기며 읽을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한발 물러나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역사동화와 판타지(SF)를 즐겨 씁니다.2023년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서 공부하고, 계간 〈어린이와 문학〉(2024 여름호)에 청소년 단편소설 〈2030 프로젝트를 찬성하십니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배다리를 지킨 아이들》로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첫 책 발간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월의 파자마 파티》는 2024년 제3회 현북스 역사 동화청소년소설 공모전 대상 수상 작품입니다.
목차
1. 녀석의 첫 맛, 민트초코 – 정유의 첫 번째 이야기
2. 동생의 실종 - 강철의 첫 번째 이야기
3. 우리는 알고 어른은 모르는 - 정유의 두 번째 이야기
4. 투명 망토가 필요해 - 강철의 두 번째 이야기
5. 목욕탕에서 만난 지옥 - 정유의 세 번째 이야기
6. 다락방의 무서운 엠티 - 강철의 세 번째 이야기
7. 경계에 선 아이들 - 정유의 네 번째 이야기
8. 다함께 벗어날 때까지만 - 강철의 네 번째 이야기
9. 뭔가 시작하기 좋은 날 - 정유의 다섯 번째 이야기
10. 피 묻은 발에 핀 흰 꽃 - 강철의 다섯 번째 이야기
11. 오월의 파자마 파티 - 정유의 여섯 번째 이야기
12.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 강철의 여섯 번째 이야기
13. 너는, 나는 혼자가 아니야 - 정유와 강철의 마지막 이야기
에필로그 오월에 못다 한 파자마 파티
작가의 말 끝나지 않은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