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태양계의 행성과 행성을 오가는 시대. 로트해트는 파워 블로거이자 태양계 10위 안에 드는 인플루언서다. 우주선 탑승기를 남기며 인기를 끌었지만 101번째 우주선 리뷰를 끝으로 블로그 후임자를 찾기로 한다. 우주선 청소부 기요메는 우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무료함을 달래는데,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직감한다. 우연히 마주친 둘은 다른 듯 닮은 별난 서로를 발견하는데….
주변의 사물뿐 아니라 마음의 다정함까지 발견해 우주로 가져가는 이지아 작가의 『우주의 별일』이 출간됐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에 힘을 불어넣는 방법’과 ‘아날로그 SF 소설’의 새로운 도전을 그렸다. 이전 카카오페이지 X 창비 영어덜트소설상 특별상을 받은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을 시작으로 우주 세계관을 확장한 것이다. 낯선 두 사람이 만나 별일을 겪으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기록의 힘을 발견하는 이 작품은 세상을 살아가며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안내한다.
출판사 리뷰
우연히 탑승한 101번째 우주선에서
별난 서로를 발견하다.
카카오페이지 X 창비 영어덜트소설상 특별상 수상 작가 신작
“나 자신을 믿어 봐도 좋지 않을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누군가는 믿음이 없어 자책으로 본인을 가르치고 반대로 어떤 이는 무한 믿음에 중심을 잃을지도 모른다. 로트해트와 기요메는 자신의 위치에서 믿음이란 불씨를 키우고 있다.
‘자기 길을 가고 싶다.’
얼마 전 우주선에서 마주친 어떤 여행 블로거가 이런 말을 했어. 지금껏 나는 세상 모두가 숨을 쉬는 동안 알아서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데 형과 나를 연결해 준 계약이 끝나 가는 게 조마조마한 걸 보면, 어쩌면 나 역시 우리 계약을 연결 고리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 같아.
p.122
어떠한 것에 실패했거나 두려움을 맞닥뜨린다면 믿음은 힘없이 무너진다. 아니면 우리는 새로운 시도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로트해트와 기요메는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고 땔감을 충전하며 불이 커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믿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이해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몰래 파워 블로거 X 어쩌다 청소 알바
‘우주’에 가거나 행성을 넘나드는 상상은 누구나 해 보지 않았을까. 이지아 작가는 그런 우주에 우리 곁의 가까운 사물과 마음속 마음을 다정하게 풀어냈다. 그걸 로트해트와 기요메라는 두 인물의 시점을 활용해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전달한 거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을수록 인물들의 목소리가 손등에 손을 맞댄 것처럼 쌓여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만든다.
나는 이번 101번째 포스팅에서 여러분에게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는, 아끼고 아껴 온 세 척의 우주선 이야기를, 내 인생을 바꾼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p.14
이게 벌써 몇 번째 아르바이트 수기인지! 슬슬 번호를 붙여 볼 때가 된 것 같아. 포어슈텔룽호 점검은 잘 진행되고 있어? 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우주선에서 갑판 청소일을 하는 게 가끔 지쳐. 존재 이유를 곱씹게 된달까.
p.45
로트해트는 파워 블로그이자 태양계 10위 안에 인플루언서다. 우주에서 블로그와 인플루언서라니 시작부터 인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거기에 우주선 탑승기라는 색다른 포스팅을 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요메는 우주선에서 청소일을 하며 떠돌고 있다. 매일 아르바이트 수기를 쓰며 하루하루를 꾸려 나간다.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 우주선에서의 청소라는 요소가 흥미롭기만 하다.
작가는 이 둘을 우주라는 공간에 넣어 기존에 만남이라는 설정부터 차별점을 뒀다. 단순한 이유로써 인물의 이야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이 있음을 또렷하게 보여 준다.
그랬을 때 둘의 만남은 갑작스럽거나 단편적인 것이 아닌 견고한 탑처럼 느껴진다. 여기서부터 독자는 광활한 우주에서 두 사람이 만나 펼치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읽게 될 거다. 서로의 성장을 북돋아 주는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용기는 뒤따라오는 메시지다.
아날로그 SF 소설의 눈부신 발견
이지아 작가가 그려 낸 하나뿐인 우주
기록한다는 건 무언가 메시지를 남긴다는 거다. 소설은 기록이란 상태를 우주 배경에 아날로그한 요소로 풀어냈다. 로트해트는 그런 물성을 좋아한다. 거기에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기에 특별함이 발휘된다.
“설마 다음 역에서 내리려고요? 그 바로 다음이 우주 최고의 테마파크인데! 차나 한잔하고 생각해 봐요. 기관실 쪽으로 가면 여기 직원들만 아는 작은 찻집이 있답니다. 거기에 종이로 만든 오래된 책도 많고요. 당신은 종이를 좋아하죠?”
기관실, 차, 오래된 책. 그 세 단어는 나의 자제력을 돌이키는 코드라도 되는 것처럼 마법 같은 힘으로 내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p.89
종이와 차? 글을 읽고 주위를 보거나 이 리뷰조차 종이로 프린트해 읽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곳이 우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보다 소설은 서두에서 태양계를 오가는 시대라는 점을 분명하게 퍼트리며 시작했다. 그렇기에 우주선을 타고 목성에 가는 것보다 종이가 낯선 물질로 덩그러니 느껴지는 거다. 아날로그 한 요소는 우주라는 배경이기에 더 빛을 내며 제 역할에 힘쓴다.
『우주의 별일』은 로트해트와 기요메가 ‘나’를 찾는 과정을 속삭이며 기록에 관해 말해 준다. 지금부터 독자인 우리는 두 사람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는 거다. 그러니까 우주여행을 떠나는 ‘우리’에게 ‘별일’ 있겠어요? 라고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나는 이번 101번째 포스팅에서 여러분에게 한 번도 들려준 적이 없는, 아끼고 아껴 온 세 척의 우주선 이야기를, 내 인생을 바꾼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 당신. 비록 다른 공간에 있지만 내 여행 동반자로서 늘 함께한 당신. 새로운 여행 파트너와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 나와의 마지막을 지금까지 그랬듯 당신만의 방법으로 신나게 즐겨 주길!
이게 벌써 몇 번째 아르바이트 수기인지! 슬슬 번호를 붙여 볼 때가 된 것 같아. 포어슈텔룽호 점검은 잘 진행되고 있어? 형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우주선에서 갑판 청소일을 하는 게 가끔 지쳐. 존재 이유를 곱씹게 된달까. 그래서 이번 정기 점검 소식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 알아. 오래전 형과 아버지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거. 그만한 일자리도 내 여건에서는 감지덕지라는 거. 하지만 갑갑한 건 어쩔 수가 없어. 아마도 내 역마살 탓이겠지. 아무튼 난 이 정당한 명분을 십분 이용하기로 했어.
그때 어디선가 ‘푸쉭’ 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러더니 때 묻고 빛바랜 파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한 손에 내 일기장을 들고서 나타났다.
“이 종이책 주인은 누구죠?”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일기장을 낚아챈 다음 떨어져 나간 데는 없는지 샅샅이 훑었다. 다행히 일기장은 무사했다. 작업복을 입은 남자는 자기가 우주 여객선의 갑판과 외판을 닦는 청소부이며, 외판을 닦다가 수리 중인 배관을 타고 이 희귀한 물건이 튀어나온 걸 보고는 잡아챘다고 말했다.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중앙홀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다.
“애들이 그랬나 보죠? 분명 몰라서 그랬을 거예요. 그러려니 하세요.”
“그쪽 귀중품이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지아
웹툰 『아만자』의 배경 작화로 데뷔했다. 『고기인간』에서 그림 작가로 제2회 SF 어워드 만화 웹툰 부문 우수상을 수상, 이후 『두 선이 만난 날』 『나무의 눈』으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으로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소설상 특별 선정작을 받았다. 단편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는 제6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작으로 뽑혔다. 작가는 주변의 다정함을 우주로 가져가는데 이번 『우주의 별일』에서는 세계관 확장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목차
돈키호테의 분실물- 로트해트
세 번째 부표에 감춰 둔 미세스 킴의 비밀- 기요메
희귀 눈꽃 슈니블뤼테- 로트해트
포보스이냐 데이모스팀이냐! 태양계 리그 대소동- 기요메
봉봉 스튜디오행 여객선에서 만난 갑판 청소부- 로트해트
천재 우주선 그라피티스트의 마지막 알바- 기요메
우주 터미널에서 길을 잃으면- 로트해트
새 포스팅을 예약하시겠습니까?- 기요메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