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0년 초판 1쇄 출간 이후 14년 만에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2》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부터 1989년 고종의 딸인 덕혜옹주가 돌아가실 때까지 600여 년의 시간을 역사의 현장이었던 궁궐을 통해 시대순으로 담아 재구성하였다. 특히 초판 발행 이후 복원 작업이 이루어진 덕수궁 중명전, 경복궁 흥복전 등을 비롯한 많은 건물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들이 추가로 소개된다.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궁궐 내 공간 여행이었다면, 이번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2》 개정판은 궁궐 속 역대 임금을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저자의 유쾌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조선 27대 임금을 시대순으로 살펴봄으로써 더욱 생동감 넘치는 궁궐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그날, 궁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궁궐은 조선왕조 500년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역사의 유일한 목격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궁궐에 가서 그저 눈에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한 것은 궁궐에 가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이 단순한 건물 몇 채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복궁 건청궁에서 명성황후가 시해당했던 을미사변의 처참한 현장을, 창경궁 문정전에서 뒤주에 갇혀 죽었던 사도세자의 슬픔을,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했던 영광의 순간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궁궐 이야기로 우리에게 친근한 쏭내관 송용진은 이번 책에서 조선 27대 임금들의 역사 이야기를 궁궐과 함께 시대순으로 풀어냈다. <조선왕조실록>에 근거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그날, 그 장소의 사건들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우리가 궁궐에 가서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궁궐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다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기지 않았다면, 단종은 세조보다 더 위대한 태평성대의 시대를 열지 않았을까?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살아 임금이 되었다면, 굴욕적인 사대외교를 청산하고 조선의 개항이 더 앞당겨질 수 있지 않았을까? 정조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는 더욱 화려하게 꽃필 수 있지 않았을까?
궁궐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그만큼 안타까운 역사의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역사의 순간들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독자들을 직접 과거의 그 사건 현장 속으로 이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더 이상 역사의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현재와 미래를 진지하게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단지 과거의 흥미로운 사건 몇 가지, 인물 몇 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피와 눈물로 얼룩진 궁궐의 과거를 조명해 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궁궐에서 역사의 흔적을 느끼다
태조 이성계에 의해 처음 건립된 경복궁을 시작으로 우리 궁궐은 그동안 수많은 전쟁과 화재 속에서 수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는데, 특히 일제강점기 30년 동안은 궁궐의 90%가 소실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의 궁궐은 주인을 잃고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지 않은 빈 집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엄연히 궁궐의 주인들이 생활을 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직도 경운궁 즉조당의 함실아궁이에 남아 있는 그을음이다.
궁궐은 조선을 뒤흔들었던 역사가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나라의 상징인 궁궐을 지켜내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었던 사람들의 숨결이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세자로서, 왕비로서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한 개인으로서의 삶까지 조명함으로써 궁궐을 찾는 우리들이 언제든 보다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궁궐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세종대왕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백성 사랑뿐이었어요. 한글도 물시계도 결국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죠. 세종의 백성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일화는 또 있어요.
1421년 한양에는 봄 가뭄에 전염병까지 유행하는 최악의 상황이었어요. 매일 죽어가는 백성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여서 세종의 마음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당시 세종은 창덕궁에서 생활하고 있었지요.
“전하, 이번 전염병이 창덕궁 안까지 유행을 하게 되어 환자가 속출하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속히 경복궁으로 옮기셔야 할 듯하옵니다.”
“알았다. 그러나 나는 경복궁 강녕전(임금의 침전)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보니 경회루 옆에 목재가 쌓여 있던데 지금 당장 그 목재로 작은 초가집을 하나 짓거라. 내 그곳에서 생활을 할 것이야.”
“전하, 아니 되옵니다! 한 나라의 임금이 어찌 초라한 초가집에서 생활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거두어주시옵소서!”
“아니다. 하루하루 힘들어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면 이조차도 사치스럽다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장 공사를 시작하라. 단 내부 역시 사치스러우면 안 될 것이니 물건 하나도 내 허락 없이는 함부로 넣지 말거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조선 최고의 권력자가 백성들이 힘들어하니 그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초가집에서 생활한 겁니다. 지금은 경회루 옆 초가집이 남아 있지 않지만 경회루를 가게 된다면 꼭 상상해 보세요. 백성을 생각하며 고뇌에 빠진 세종대왕의 모습을요.
- <04. 세종 | 백성을 사랑한 임금, 태평성대를 이룩하다> 중에서
영조는 아들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 같았어요. 만약 사도세자가 왕이 되면 연산군 같은 폭군이 될 거라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아들이 아닌 손자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기로 합니다. 영조는 나이가 많았지만 매우 건강했고, 손자는 어리지만 똑똑했어요. 아들을 궁궐 밖으로 쫓아내면 되겠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아들을 따르는 신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손자를 지지하는 신하와 사도세자를 지지하는 신하들이 싸우게 됩니다. 그래서 영조는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하고 말아요. 바로 아들을 죽이는 겁니다.
그는 폭력적인 행동을 핑계로 세자를 창경궁 문정전으로 불러냅니다. 그곳에는 뒤주(쌀통)가 있었어요.
“세자! 너는 죽을죄를 지었다. 네가 왕이 된다면 조선은 연산군 시대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니 내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너를 죽여야겠다! 세자는 당장 저 뒤주 안으로 들어가 자살하거라.”
“아바마마! 소자를 살려주시옵소서! 앞으로 아바마마 말씀도 잘 듣고 행동도 잘 하겠나이다. 아바마마!”
<중략>
영조는 세자를 뒤주로 들어가게 한 뒤 직접 망치를 들어 못으로 뚜껑을 닫아버립니다. 그렇게 뒤주에 갇힌 세자는 무려 8일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비참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바로 이곳 문정전 앞마당에서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죽어간 비극적 사건이었어요. 훗날 영조는 이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아들에게 ‘생각할 사思’에 ‘슬퍼할 도悼’를 붙여 ‘사도’라는 호를 내려줍니다. 바로 사도세자입니다.
- <21. 영조 | 냉정한 아버지, 자상한 임금 > 중에서
경복궁이 완성되고 다음 해인 1868년 드디어 고종은 경복궁에 입궐해요. 14대 선조 임금 이후 처음인 거예요. 당시 흥선대원군이 이곳 경복궁을 공사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물은 어디일까요? 바로 대비전입니다. 흥선대원군 입장에서는 당시 대왕대비 신정왕후(효명세자의 부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자기 아들이 왕이 되었겠어요. 그러니 이곳에 고마운 마음을 담았을 겁니다.
경복궁 대비전을 한번 볼까요? 경복궁의 대비전 명칭은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창경궁에 지었던 자경전에서 가져왔어요. 규모 역시 역대급이에요. 자경전을 중심으로 옆으로는 아미당, 북쪽으로는 흥복전이 있어요. 특히 자경전 뒤쪽의 십장생 굴뚝은 대비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렇게 큰 건물을 내가 써도 됩니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대비마마가 아니었으면 오늘의 소자가 있었겠사옵니까. 부디 마음 편히 지내시옵소서.”
“좋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내 죽기 전에 이런 호강을 다 해보는구려!”
신정왕후는 경복궁 흥복전에서 노후를 편안히 보내다가 돌아가십니다.
현재 대비전 영역은 많은 부분이 남아 있어요. 본 건물은 물론이고 뒤쪽의 십장생 굴뚝 그리고 얼마 전 복원된 흥복전까지요. 특히 십장생 굴뚝에 새겨진 다양한 무늬들을 꼭 보세요.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대비에 대한 고종의 효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 <26. 고종 |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 대한제국을 세우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송용진
1999년부터 궁궐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궁궐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책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2005 올해의 청소년 도서)을 시작으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 《쏭내관의 재미있는 박물관 기행》(2009 우수교양도서), 《쏭내관의 재미있는 왕릉 기행》 《쏭내관의 재미있는 한국사 기행》 등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기행 시리즈와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바이킹을 탄 이순신》을 펴냈다. 현재 전국의 학교와 기업체, 관공서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재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목차
여는 글
1부 조선 전기
01. 태조 | 조선의 역사를 열다
02. 정종 | 조선 궁궐에서 옥새를 받은 첫 번째 임금
03. 태종 | 왕권 강화의 초석을 다지다
04. 세종 | 백성을 사랑한 임금, 태평성대를 이룩하다
05. 문종 | 무기 개발로 국방력을 키우다
06. 단종 | 삼촌에게 옥새를 빼앗긴 비운의 임금
07. 세조 | 조카의 옥새를 빼앗은 왕
08. 예종 | 즉위 1년 만에 생을 마감한 임금
09. 성종 | 나라의 체제를 완비하다
10. 연산군 | 폭정으로 쫓겨난 임금
11. 중종 | 신하들이 만든 임금
12. 인종 | 신분이 낮은 백성에게도 예를 갖춘 어진 임금
13. 명종 | 어머니의 국정농단으로 퇴보된 역사
14. 선조 | 전쟁을 막지 못해 궁궐을 잿더미로 만들다
2부 조선 후기
15. 광해군 | 궁궐 때문에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
16. 인조 | 청나라에 옥새를 넘기다
17. 효종 | 군사력 강화에 매진한 군사덕후
18. 현종 | 예송 논쟁의 마침표를 찍다
19. 숙종 | 장희빈의 시기와 질투에 골머리 앓았던 임금
20. 경종 | 신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허수아비 왕
21. 영조 | 냉정한 아버지, 자상한 임금
22. 정조 | 조선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23. 순조 | 아들에게 의지했던 나약한 왕
24. 헌종 | 예술을 사랑한 임금
25. 철종 | 농사짓다 왕이 된 임금
3부 대한제국 시기
26. 고종 | 조선왕조의 마지막 임금, 대한제국을 세우다
27. 순종 |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대한독립을 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