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상을 만드는 이와 감독의 작업을 모은 사진집이다. 사진과 함께 사실인 듯 허구인 듯한 그의 글들은 사진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다채롭게 해석하게 한다.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 독자들은 환한 빛 아래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만 드러나는 짙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환한 빛으로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우리는 어떠한 이미지나 이야기를 접할 때 선명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설명 받기를 원한다. 나아가 조금의 불명확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투로 논리와 근거를 따지며 이해의 범위를 스스로 한정시킨다.
작가 이와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이야기는 그러한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새벽안개처럼 모호하고 때로는 원래의 형체나 의도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시선은 역설적이게도 보는 이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상과 의미의 확장을 불러일으킨다.
가끔은 내가 버리고 간 이야기를 누군가 줍는 상상을 해 본다.
나도 언젠가 그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으려나.이 책에서 작가 이와는 ‘나는 누구이며 당신은 누구인가.’에 대해 반복하여 질문한다.
그러한 의문은 ‘얼굴 없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고 ‘연’, ‘농담’, ‘불꽃놀이’, ‘작은 새의 노래’와 같은 픽션으로 답을 구하려 한다. 그는 그렇게 삶에서 덩그러니 놓인 이야기, 누군가 버린 이야기, 멈춰 버린 이야기를 수집한 뒤,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현실에서 세 걸음 뒤로 물러나 사진과 글로 실존의 증거를 제시한다.
손가락으로 실뜨기를 하듯 이미지와 텍스트가 성글게 교차하는 과정 끝에 작가는 자신을 ‘허구의 세계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 짐작하기에 이른다. 스스로를 정의하는 데 도달한 그는 보는 이에게 바통을 넘겨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도록 자극한다.

들리지 않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상상으로 남겨질 것이다.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어떤 소리도,
풍경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순간들.
적당한 우연과 허술한 동기가 필요한 삶이다.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드는 병원에는 작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 병원에 있는 생화를 조화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고. 그 얘기를 처음 꺼낸 사람은 우연히 시든 줄 알았던 풀을 만지며 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시든 줄 알았던 건 단지 색이 벗겨진 거였고, 다음 날 그 부분이 말끔하고 감쪽같이 다시 칠해져 있었다고. 그는 늦은 밤 담당 간호사에게 말해 보지만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매일 물을 주고 관리하는 꽃들인데 생화와 조화도 구분 못하겠냐며.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와
감독 이와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단편 영화 〈그녀에게〉는 캐나다 몬트리올 누보 영화제에, 〈대만 이야기〉는 이탈리아 몬테카티니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국립 현대 무용단과 협업하여 〈어떤 꿈〉, 〈볼레로 만들기〉 등의 댄스 필름을 연출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뮤직비디오를 꾸준히 제작해 왔으며, 현재 다음 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여러 작업을 해 오며 수집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경계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며 존재할 것이다.
목차
얼굴 없는 사람들 7
수집가 15
연 25
그림 33
비밀 43
농담 53
어떤 남자에 대하여 59
동창회 65
편지 73
존재 83
불꽃놀이 89
작은 새의 노래 103
그 시간들 너머에서 111
모르는 사람 121
텅 빈, 그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127
어떤 의미로 그어지고 그을려진 135
정적 143
누군가의 장례식 153
잠 161
부재중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