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청소년의 영원한 멘토,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이옥수 신작!
“언제까지 호적 메이트로만 살 거야?
말을 해! 이제는 마음이 말할 때야!”
마음속에 얹혀 있던 말과 관계, 소통의 이야기
“입을 닫으면 아무것도 모르는데, 알 수가 없는데.”‘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것 같아.’
한송이꽃집의 송이는 몰래 본 엄마의 휴대폰에서
‘북극곰’과 나눈 수상한 메시지를 발견한다.
“보고 싶어요. 뭐 해요?”
“그만 자. 안녕.”
‘북극곰’에게 엄마를 빼앗기는 게 싫은 송이와
홀로 송이를 키우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엄마.
서로 다른 입장에 두 사람 사이의 오해는 쌓여만 가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소년문학 작가 이옥수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출간했다.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이혼 가정의 ‘송이’가 엄마의 휴대폰 메신저에서 수상한 ‘북극곰’을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의 연애를 반대하며 벌어지는 오해와 다툼, 이해와 화해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에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엄마를 죽여야 해. 마음속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죽인 후
한 인간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거야.”
다름을 인정하고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힘흔히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잘 알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꺼내지 않은 마음까지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가까운 만큼 더 자주 부딪치게 되는 가족이라는 존재는 특히 그렇다. 송이와 엄마, 그리고 이혼한 아빠 역시 서투르지만 자신의 마음을 터놓는 방법을 배우며, 그 과정을 통해 삶을 단단하게 견뎌낼 방법을 찾아간다.
김광석헤어의 광석 원장,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준서, 못생겼지만 귀여운 고양이 ‘팔자’를 키우는 홍삼 가게 홍 이모……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정겨운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속 이웃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고 견뎌내며 나아가는 힘, 그것이면 됐다. 인간은 본래 개별적인 존재로 이 땅에서 살고 있으니까. 개별적인 존재,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와 그대가 이 초록별의 중심이고 주인공이니까. -창작 노트에서
초원을 뛰놀아야 함에도 비좁은 동물원 우리에 갇힌, 외롭고 슬픈 겨울 기린의 눈동자에는 무엇이 있을까? 송이는 그 눈동자에서 ‘무너지지 않고 현실을 묵묵히 참고 견뎌내는 강인함’을 발견한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무명성 같은 우리는, 덜 외롭고 덜 슬프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살아가야만 한다고. 겨울 기린처럼 결코 무너지지 않는 긴 두 다리로 땅을 짚고 서서, 단단하게.
청소년들의 영원한 멘토 이옥수 작가가 보여주는 따스한 문장의 위로는 지금도 겨울 기린처럼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현실을 헤쳐나갈 단단한 힘을 건넨다.

송이는 얼굴에 부딪히는 알싸하게 매운 공기를 느끼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언덕은 역부족이었다. 내려서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엄마 휴대폰 톡, 글자가 생각났다.
“보고 싶어요. 뭐 해요? 언제 봐.”
“그만 자. 안녕. 내일.”
딱 봐도 북극곰이란 인간이 엄마에게 들이대며 질척대고 엄마는 은근슬쩍 어장 관리에 들어간 것 같았다. 물어볼까? 아니야, 또 언제 끝낼지 몰라. 제발 쫑내라, 쫑내라. 송이는 걸음을 옮기며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답답한 마음에 올려다본 짙푸른 하늘엔 말갛게 씻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녔다. 아직 꼭대기까지 한참 남았다.
“나, 갈게.”
송이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반이나 남았다. 아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엉거주춤 따라 일어섰다.
“왜, 아빠가 뭘 잘못했어?”
“됐어. 학원 가야 돼.”
“어, 그래. 그렇구나. 참, 송이야. 낼모레가 한우리 돌이야, 이제 걸음마도 시작했어.”
한우리는 아빠가 재혼해서 낳은 아이다. 지난번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봤는데 엉금엉금 기는 모습이 귀여워서 송이도 가끔씩 생각하곤 했다.
“좋겠네, 예쁜 딸이 또 하나 있으니.”
오도독, 얼음을 씹듯 쨍하게 쏘아주고 벗어둔 목도리와 가방을 들고 나왔다. 급히 뒤따라 나온 아빠가 기어이 스노볼 쿠키를 가방에 밀어 넣었다.
“잘 가. 무슨 일 있음 연락하고.”
너무 애쓰지 마시라, 이런다고 이미 흩어버린 신뢰가 다시 싹틀 일은 없을 테니까. 송이는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뛰었다. 아빠가 손을 흔들며 어정쩡하게 따라왔다. 괜히 눈물이 핑 돌고 속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눈물을 말렸다. 물기가 배어나오지 못하게 눈뿌리에 힘을 주었다. 길가에 붉은 잎을 떨구며 서 있는 나무에 시선을 멈췄다. 큰 키에 비해 나뭇가지가 빈약하고 앙상하다, 지금 송이의 마음처럼. 딸 앞에서 쩔쩔매며 눈치를 봐야 하는 아빠, 그 아빠가 야속하고 원망스런 송이. 언제쯤이면 이 앙상하고 빈약한 관계가 다시 풍성하게 피어날까? 쓸쓸한 송이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가 휘익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