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왕따, 스트레스, 학교폭력, 성차별 등. 요즘 십 대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신화 속 등장인물이 미래로 소환되었다! 비형랑 신화의 ‘길달’, 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 마라도 전설의 ‘아기업개’, 단군신화 속 ‘선녀’까지. 학교라는 세계에 갇혀 힘들어하고 있을 청소년들을 위해 네 명의 중견 작가가 다채롭게 그려 나간 타임슬립 앤솔러지.
출판사 리뷰
위기에 빠진 학생들을 구출할
전설의 슈퍼히어로가 학교에 등장했다!왕따, 스트레스, 학교폭력, 성차별. 이제는 십 대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별일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 문제들. 『미래로 소환되었습니다』는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는 청소년의 고민을 다시금 수면 위로 건져 올려 여전히 위태로운 학교의 모습을 보여 준다. 더불어 이 문제들과 맞서 싸우는 신화 속 주인공의 등장이라니, 그동안 전전긍긍하며 애태웠던 아이들의 마음이 한번에 뻥 뚫릴 만큼 네 작가가 펼쳐 낸 이야기의 전개는 거침이 없다.
왕따당하는 미유 대신 통쾌하게 복수해 주는 ‘비형랑 신화’ 속 길달의 이야기를 담은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 환생 취소 위기에 놓인 조왕신을 구하기 위해 학교로 파견된 민담 속 도깨비(도채비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신화 관리청―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마라도 전설’의 아기업개가 자신을 버린 양부모의 후손(이현후)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복수의 삼각형―안개 낀 섬의 초대」, ‘단군신화’속 선녀(최한비)가 걸그룹 프로젝트 합숙을 하며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고려 걸그룹 잔혹사」.
‘신화 속 인물이 학교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서 그려 나간 네 편의 소설에는 학교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청소년의 마음에 공감하며 이들에게 슈퍼히어로를 보내 주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학교로 가는 길이 힘겹게 느껴지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오늘,
마음속 히어로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열다섯, 열여섯. 다른 무엇보다 친구가 제일 좋을 나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친구와 있으면 별다른 이유 없이 까르르 웃게 되는 때가 바로 이 시기다. 그런데 여기 외로움과 싸우는 두 주인공이 있다. 왕따를 당하는「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의 신미유, 따돌림을 자처하는 일명 자따(자발적 왕따) 「신화 관리청―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조신왕이 그렇다.
신화여중에 입학하고 SNS 스타인 조빈과 짝꿍이 되었을 때만 해도 미유에게 학교생활은 설렘 그 자체였다. 그러나 빈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미유가 반려견 산책을 제안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빈은 자기 마음대로 라이브방송을 켠 것도 모자라 방송 중에 미유의 반려견 점보가 시골 잡종이라는 게 밝혀지자 반 아이들을 동원해 미유를 따돌렸다. 자신을 쪽팔리게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게 미유는 1학년 2반 공식 왕따가 되었다.
신화 관리청에서 관리하는 신수 중 하나인 조왕신(부엌의 불을 관장하는 신)은 조신왕으로 환생하여 월령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중2병이라도 걸린 걸까. 조신왕은 운동이나 동아리 활동도 안 하고, 말도 안 하며 혼자만의 세상에서 산다. 어느 날부터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 환생 취소 위기에 처했으나 정작 조신왕 자신은 어떤 상황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울해 있던 신미유, 건드리면 폭발할 듯 조용히 분을 삭이고 있는 조신왕.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들 상황이 변화되지 않을 것 같아서 묵묵히 견디고 있는 두 주인공을 보면 요즘 청소년들의 상황을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꿈같은 일이 두 주인공에게는 일어난다. 비형랑 신화 속 길달이 나타나 미유 대신 빈에게 복수해 주고, 도채비가 신왕이 몰래 스트레스 원인을 해치워 준 것이다.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일일지 모르지만, 매일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두 작가는 희망을 선사해 주고 싶었던 듯하다. 미유가 길달을 만난 뒤로 오늘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처럼, 도채비가 스트레스의 주범을 없애면서 신왕이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변화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조금은 소망을 갖고 학교로 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히어로를 심어 준다.
변화된 내일을 기대하며
되풀이되는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용기「복수의 삼각형―안개 낀 섬의 초대」의 주인공 현후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발코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현후는 그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마라도에 가지 말라는 아빠의 유언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가족에게 내린 저주가 5대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에 현후는 겁이 나면서도 마라도로 향한다. 그리고 마라도에서 자신을 불러들인 아기업개와 자신의 천적인 오승재를 대면하고, 그간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꼬였던 관계가 점점 회복되어 감을 느낀다.
「고려 걸그룹 잔혹사」의 주인공 한비는 고려시대에 사는 소녀로, 단군 성조의 합그릇을 받드는 8선녀에 뽑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연회에 참석했을 때 대감의 수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죽을 위기를 겪게 된다. 이제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눈을 떠보니 미래에 와 있는 한비. 얼떨결에 걸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사 합숙에 참여하며 고려시대 때부터 여전히 되풀이되는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우리는 귀찮다는 이유로, 그동안 그래 왔다는 이유로 많은 문제를 모른 척하며 지낸다. 친하게 지냈던 승재가 왜 자신을 괴롭히는지,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온 저주가 왜 계속되는지 이유도 모르고 살았던 현후처럼. 선녀의 직분을 다하기 위해, 걸그룹이 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던 8선녀와 연습생 아이들처럼. 그러나 이들에게 신화 속 주인공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반전을 맞는다. 「복수의 삼각형―안개 낀 섬의 초대」에서는 아기업개가 자신을 버린 양부모의 후손인 현후를 찾아가면서 집안의 저주가 풀리고, 현후는 천적인 승재와 대화할 수 있는 물꼬를 튼다. 「고려 걸그룹 잔혹사」에서는 한비가 자신을 희롱한 사람들에게 맞서 싸우자 도미노 현상처럼 아이들도 잘못된 상황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두 소설은 ‘학교폭력’ ‘성차별’을 키워드 삼아 오랫동안 잔존하고 있는 문제의 고리를 끊는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침묵한다면 더 이상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할 때다. 아기업개와 선녀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듯, 내 삶의 이야기는 ‘나’만이 바꿀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변화를 꾀하는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 걸으며 용기를 가져보자. 이 두 소설이 변화의 여정으로 이끄는 시작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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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이 미유의 손목을 꽉 잡고 두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네가 그랬잖아!”라고 소리 지르는 순간, 모든 의지가 사라졌다.
“제, 제가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빈의 속마음이 읽힌 탓이다.
‘내 말대로 안 하면 다시 왕따당할 줄 알아.’
미유는 도저히 사실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는 용기보다 따돌림이란 이름의 지옥이 훨씬 두려웠기 때문이다.
_조영주,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중에서
빗물과 섞인 미유의 눈물이 털북숭이를 꽉 쥔 손가락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검은 털북숭이의 몸에 미유의 눈물이 닿은 순간, 털북숭이가 살짝 무지갯빛을 띠며 바르르 떨었다. 다시 한번 미유의 눈물이 닿자 털북숭이는 몸을 떨다 못해 꿈틀거렸다. 이 움직임을 미유는 확실하게 느꼈다. 미유가 서서히 손을 폈다. 무지갯빛을 약하게 발하며 자신의 손바닥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털북숭이를 마주 보았다. 털북숭이는 미유의 양 손바닥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자신은 결코 죽은 적이 없다는 듯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울지 마.”
털북숭이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
“운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_ 조영주,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명섭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SF를 비롯해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장편 소설 《기억 서점》, 《무덤 속의 죽음》, 《미스 손탁》, 《유품 정리사-연꽃 죽음의 비밀》, 《조선의 형사들》, 《코드 블루》 등이 있고, 앤솔러지 《격리된 아이》, 《기기인 도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 《지금, 다이브》 등에 참여했다. 《무덤 속의 죽음》으로 제36회 한국 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 조영주
경기도 평택에 산다. 사는 곳,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 글로 쓴다. 세계문학상, KBS김승옥 문학상 신인상,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2011년 장편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를 시작으로 《붉은 소파》 《혐오자살》 《반전이 없다》 등 형사 김나영 3부작을 집필했다. 2021년 《크로노토피아》를 시작으로 시간을 테마로 한 3부작을 쓰고 있으며,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는 그 두 번째 소설이다.청소년 소설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등의 앤솔러지에 참여했고, 2022년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유리가면》을 출간했다. 에세이로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어떤, 작가》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앤솔러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환상의 책방 골목》 《코스트 베니핏》 《십자가의 괴이》 등을 기획 및 출간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 출간됐고,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붉은 소파》는 태국에서 출간됐다.
지은이 : 윤자영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 인천해송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했다.2015년 단편 〈습작소설〉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고, 2019년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수상했다. 단편 〈피 그리고 복수〉가 제2회 엔블록 미스터리 걸작선에 당선되어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방송되었다. 2019년 《수상한 졸업여행》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되었으며, 2021년 《교통사고 전문 삼비탐정》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그밖에 《조선 과학 탐정 홍대용》 《수상한 유튜버 과학 탐정》 《레전드 과학 탐험대》 《골동품 가게와 마법 주사위 1~4》 《우리 반 파스퇴르》 《학교가 끝나면, 미스터리 사건부》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과학소설을 다수 출간했다.
지은이 : 이현서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함께 사는 아이들이 어린이일 때는 그림책, 동화를 주로 썼고, 최근 청소년이 되면서 주로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제주에 작은 작업실을 얻어 더 왕성한 작가 활동을 하고 싶다. 지은 책으로는 『해녀의 딸, 달리다』 『내 친구 로봇, 팍스』 『치과 가기 전날』 등이 있다.
목차
1. 조영주 × 「999번을 죽어야 귀신이 된다」
2. 정명섭 × 「신화 관리청―도채비 요원의 대모험」
3. 이현서 × 「복수의 삼각형―안개 낀 섬의 초대」
4. 윤자영 × 「고려 걸그룹 잔혹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