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2023 대산창작기금 수상작
“분명 내가 꿨는데, 내 꿈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의 꿈을 걸어 다니는 소녀!
이 능력으로 진실을 알 수 있을까?
꿈 능력자의 각성으로 진실을 추리하다!“좋아, 네 말대로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 쳐. 그런데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초능력이 생긴 건데? 그것도 갑자기? 난 이상한 거미한테 물린 적도 없고, 특별한 수련 같은 걸 받은 적도 없다고.” “글쎄, 그 미스터리는 이제부터 천천히 풀어 봐야지 - 103쪽
이 책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새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발랄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다. 물론 그 초능력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다. 다른 사람이 꾸는 꿈을 자신도 똑같이 꾸는 거니까. 하지만 그 꿈이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이 꾸는 꿈이라면 재밌지 않을까?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처음부터 새별이가 다른 사람의 꿈을 꾼다는 것을 안 것은 아니다. 꿈에서 만난 소녀가 자신과 꼭 닮았는데 옛날 교복을 입고 있어서 도플갱어인지 의심도 하고, 왜 자신도 모르는 것을 계속 반복해서 꾸게 되는지 의심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전학생 연휘가 왔고, 그 전학생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되면서 새별이는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다. 남들에게 말하면 무시하거나 우스운 얘기가 될 지도 모르는 새별이의 고민을 연휘는 매우 진지하게 들어주며 친구 관계는 깊어진다.
연휘 덕분에 알게 된 새별이의 꿈 능력. 새별이 자신이 꾸는 꿈이 다른 사람의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계속 꾸는 그 꿈은 누구의 꿈일까? 새별이는 그 꿈이 오랫동안 감춰왔던 엄마의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의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자신이 원한다고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꿈이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보여 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새별이가 엄마 꿈의 진실을 다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새별이는 파편적으로 꾸는 꿈들을 통해 진실을 추리해 나가야 한다. 꿈속에서 보여지는 단서와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를 쫓아 새별이는 엄마의 아픔을 알아 나간다. 주니어 소설 『꿈을 걷는 소녀』는 꿈 능력자가 동분서주하며 가족애와 우정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 추리 소설 형식으로 그려진다.
상처는 기억해 낸 진실 속에서 아문다!“너한테 갑자기 이런 능력이 생긴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네가 너희 엄마를 평생 괴롭히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너희 엄마의 슈퍼히어로가 되는 거지.” - 178쪽
『꿈을 걷는 소녀』에서 새별이는 계속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엄마의 꿈을 꾼다. 왜 새별이는 엄마 꿈을 계속 꾸는 것일까? 아니 새별이 엄마는 왜 계속 고등학교 시절의 꿈을 꾸는 것일까? 이 책은 새별이의 시선에서 그 이유를 쫓아가며 사건의 진실을 들려주고 있다. 그날의 진실과 오래된 상처.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길을 새별이는 자신의 꿈 능력으로 찾아 나선다. 엄마에 대한 오해와 갈등은 그 속에서 풀어지며,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꿈을 걷는 소녀』에는 사춘기 소녀가 겪는 엄마와의 갈등, 아픈 동생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오랜 친구와의 우정과 갈등, 이성에 대한 호기심 등, 이 무렵 청소년이 고민하는 여러 감정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바로 30년 전에 엄마가 겪었던 사회적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함께 기억해 주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쓴 백혜영 작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함께 기억해 주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라며 잊힌 그 때 사건과 희생자들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 가족이나 친구 등 크나큰 아픔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보듬어 안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갑작스레 큰 사건을 겪게 되면 많은 감정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엉키게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과 상처를 억누르고 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고 있으면, 그 감정은 변질되어 다른 상황,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형태로 폭발하게 된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행복하지 못한 것 또한 당연하다.
새별이 엄마나 희생자였던 희연이 엄마의 경우, 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새별이 엄마는 1994년에서 지금까지,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죄인처럼 지냈던 것이다. 기억은 그들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뿐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보듬어 안으며 불행을 조금씩 떨쳐낼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한다.
무심코 저지르는 사회적 폭력은 멈춰야 한다!안 그래도 깨어나지 못하는 은별이를 보며 만신창이가 됐던 새별이는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수많은 말에 더욱 마음을 다쳤다. 그리고 억울했다. 내 동생은,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 200~201쪽
『꿈을 걷는 소녀』에는 새별이 가족에게 상처가 된 2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1994년 있었던 사회적 참사이고, 또 하나는 은별이의 놀이기구 사고이다. 두 사고 모두 희생자와 가족에게는 책임이 전혀 없는 사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심코, 때로는 고의적으로 이러한 사고가 있을 때마다 익명의 커튼 뒤에 서서, 조롱하고 상처 주고 심지어 희생자의 탓, 희생자 가족의 탓을 한다.
“거길 왜 갔대?”, “자기가 놀고 싶어서 그런 걸 왜 사회 탓을 하냐?”, “자기가 눈을 바로 뜨고 있었으면 피할 수 있는데, 뭐했냐?”, “옆에 있는 사람은 뭐하고 있었길래 이런 큰일이 나냐?” 등등.
이러한 말과 글을 우리는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커다란 사고가 있을 때마다 뉴스의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보곤 한다. 실제 책임져야 할 곳에서는 법적, 금전적인 얘기만 하고, 감정적인 공감과 치유를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입을 다물고 가슴을 치며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
희생자를 진심으로 추모하고, 상처 입은 자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사회가 오히려 폭력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이 책은 꼬집고 있다. 은별이의 사고 때 네티즘들이 남긴 글들이 새별이 가족에게 남긴 상처들. 그리고 희연이 엄마가 새별이 엄마에게 옛날 했던 모습 등을 보여 주며, 우리의 행태를 돌아보게 한다.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눈을 비비고 다시 여학생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옆으로 살짝 얼굴을 돌리고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나랑 무척 닮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으니까. 피가 섞인 자매라고는 은별이 하나뿐인데. ‘설마 도플갱어……?’
“그래, 타임 슬립! 그렇구나. 내가 꿈에서 타임 슬립을 한 거구나. 어쩐지, 그럼 말이 되지. 사람들 옷이며, 머리 모양이며, 안경 같은 게 좀 촌스러워 보였거든. 난 또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 새별이는 어젯밤 꿈에서 본 광경을 다시 찬찬히 그려 보았다. 아라 말대로 타임 슬립을 했다면 얼추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