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솔직하고 거침없는 작품의 매력에 걸맞게
더 강렬한 표지로 돌아온 리커버 에디션
★ 사춘기 소녀가 겪는 일상의 딜레마와 선택에 관해 강렬한 이미지와 글로 잘 표현한 작품
_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
★ 한 편의 아름다운 철학 콜라주 소설 _스벤스카 다그블라뎃
★ 표현은 풍부하고 내용이 다루는 범위는 폭넓다 _다겐스 니헤테르
★ 철학적이고 아름다운 이 작품은 단연 시적이다 _팍툼 예테보리『나에 관한 연구』는 초판 출간 당시 “최근 본 청소년 책 중 가장 인상적” “열네 살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같은 리뷰를 남기며 국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출간 뒤 7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이 지닌 ‘솔직하고 거침없고 강렬한’ 매력을 담아 리커버 표지로 새롭게 독자와 만난다.
『나에 관한 연구』는 2016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시적이고, 아름답고, 철학적이다!”라는 환호와 찬사를 받으며 라가치상 픽션 부문 SPECIAL MENTIONS를 수상한 작품이다. 이 책을 쓴 안나 회글룬드는 엘사베스코브상,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스웨덴도서관협회의 닐스홀게숀상을 받았고, 그의 작품은 스웨덴의 예테보리미술관과 스톡홀름국립박물관에 전시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이다. 한국에는 『나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질문의 책』을 출간해 청소년 독자와 만났고,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 『눈을 감을 수 없는 아이』, 『우산을 든 아이』 등 여러 그림책을 선보였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스웨덴 원서 표지가 지닌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열네 살 사춘기 소녀의 진지한 자아 탐구 의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 작품이 지닌 솔직하고 거침없고 강렬한 매력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꽉 막힌 일상의 둘레를 뚫고 나온
열네 살 소녀의 흥미로운 자아 탐험“사춘기 소녀의 방문은 늘 닫혀 있다. 저 안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똑똑똑 노크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폈다. 아뿔싸. 역시 첫 장부터 놀랐다. 주인공 로사의 ‘나에 관한 연구’는 고리타분한 관념 놀이도 유치찬란한 비밀 편지도 아니다. 자기 몸의 정중앙을 관통해 교실보다 넓은 우주를 돌아 다시 몸으로 돌아오는 엉뚱하고 신비로운 여정이다. 자기 몸과 욕망에 무지한 채로 자아 찾기란 불가능함을 십 대 소녀에게 배운다.”
_은유(작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저자)
이 책의 주인공인 로사는 자의식이 분명한 열네 살 소녀다. 어쩌다 ‘십 대’ 같은 걸 하는 바람에 하루하루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부모님은 사이가 위태롭고 언니의 남자 친구는 로사의 눈에 죄다 이상한 남자들이다. 학교생활은 따분하고 친구 관계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남자애들은 불편하고 귀찮기만 하다. 딱 한 사람, 빌레 정도면 남자 친구가 될 만한데 그건 로사의 바람일뿐.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사춘기 소녀의 눈에 로사 자신은 스스로가 ‘아주 애매한’ 존재로 느껴진다. 게다가 친구들과 달리 아직 월경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로사의 생각을 확고히 할 뿐이다.
파티마는 오래전에 월경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아직 월경을 안 하는 게 부끄러운데. 몸에 이상이 있는 걸까? 나도 월경을 해서 ‘정상인’이고 싶다. 가방에 생리대를 가지고 다닌 적도 있다. 월경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본문 37쪽)
이유를 알아야겠다. 그냥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왜 이리 많은 걸 생각해야 하지?로사가 생각하기에 ‘사춘기’는 대체로 따분하고 별로다. 로사는 요즘 파티마와 롤로와 무난하게 지내지만 그렇다고 학교생활이 재미있는 건 아니다. 파티마는 어딜 가든 남자애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에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로사는 여러 생각이 든다. 파티마는 이런 게 정말 재미있는 걸까, 그냥 예쁘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고 싶은 걸까?
로사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빌레라는 남자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당장에라도 사귀고 싶어 안달 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별다른 기준 없이 계속 남자 친구를 바꾸는 언니를 보면 연애에 대해 회의적이 되어 간다. 왜 언니는 스스로 분명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거나 요구하지 않는 걸까?
그 남자는 언니와 자고 싶어 했고 언니는 남자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럼 언니는 안 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물었다. “걔가 하자는 대로 했을 뿐이야.” 언니가 답했다. 뭐? 대체 왜? (본문 52쪽)
로사가 보기에 언니의 남자 친구는 다 ‘또라이’ 같은데, 그런 사람과 연애하고 섹스하는 게 정말 좋을까? 이런 것도 어른이 되면서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일까? 그렇다면 엄마 아빠는 어떠한가. 한때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까지 했을 텐데 지금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들이다.
지금 아빠는 텔레비전 앞에서 코를 골고 있다. 내가 설거지를 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 기분이 더 안 좋아질 거다. 그래, 해결책을 찾아낸 것 같다! (본문 42쪽)
가끔 로사는 ‘나’로 살아가는 게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한때 남자로 살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로사는 화가 나고 슬퍼지기까지 한다. 아저씨들은 왜 그런 음흉한 눈빛으로 내 몸을 훑어보는 거야? 그런 시선, 목소리, 행동에 내가 왜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데? 가슴이 작고, 예쁘지 않고, 연애 경험이 아직 없고,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일까?
이제 로사는 ‘나’에 대해 거침없이 들여다보기로 한다. 여자인 나, 그렇다면 여자의 기원에서부터 생각해 봐야겠지. 일단 뽕브라부터 빼고!
여전히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열네 살 로사의 우리 모두를 위한 ‘나에 관한 연구’이 책을 읽어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그림책으로, 누군가에게는 철학책으로, 청소년 소설로, 산문시로 다가갈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낯설고 어색한, 어쩌면 불편한 이야기로 읽힐지도 모른다. 이 중 어느 것도 틀리지 않은 접근이다. 문화적 차이를 들여다보며 거기에서 비롯되는 생각거리를 곰곰 헤아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로사와의 첫 만남은 성공적일 테니까. 그러니 첫 장을 펼치고 겁먹지 말기를. 차근차근 로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끝까지 로사와의 만남을 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책에서 한국과 스웨덴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와 일상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십 대를 바라보는 시선과 강요는 어느 사회든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구에서 어쩌다 십 대 같은 걸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고단함과 피로가 읽힌다. 또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 로사의 입장에서 그린 ‘책 속 짧은 만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열네 살 로사의 시선으로 남자와 여자, 즉 인류의 역사를 개성 넘치는 그림과 메모로 위트 있게 정리했다.
『나에 관한 연구』의 열네 살 로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자기를 믿는 단단함을 잃지 않는다. 기꺼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힘차게 한 걸음 내디딜 생각이다. 신경 쓸 일이 많아져 불편해지더라도, 심지어 “어른이 된다는 건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일이지만 시시한 어른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거침없이 나를 연구하고 솔직한 자아 탐구의 결과로 나대로 좋은 나다운 어른이 되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화가 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슬퍼진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니까. 아저씨들이 그런 눈빛으로 내 몸을 쳐다보는 것이 싫다. 왜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옷도 못 입는 건데?
때론 내가 못생겼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은 예쁜 사람으로 사는 일을 거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