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상처로 가득한 바깥세상을 피해
자신만의 둥지 속에 숨어 버린 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은둔 청소년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 밖에 나서는 과정을 그려 낸 <새똥>이 시소 시리즈 여섯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좌절감에 빠진 은둔 청소년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리에서 내쳐진 충격으로 방 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17세 기은. 기은의 유일한 말동무는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헤헤헤”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가진 헤미밖에 없다. 기은은 매일매일 자신을 따돌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렇게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기은은 고모가 집에 온다는 소식에 2년 만에 밖에 나선다. 그러나 밖에서도 들리는 헤미의 소름 끼치는 음성에 기은은 그대로 찻길에 뛰어들고,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보이는 건 중학생 때 짝꿍이었던 수혁인데….
어쩌면 내가 당한 일도 새똥일 뿐일까?
닦아 버리면 그만일 새똥을 나는 죽어라 들여다보고 있던 걸까?기은은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한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소속된 무리에서 따돌림당하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일을 당한 당사자는 마음이 찢어지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깊은 상처를 받는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상처를 섬세하게 묘사해 온 이경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 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한 청소년들이 무리에서 떨어지며 겪는 감정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독자들은 기은이 은둔 생활을 하며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 분노, 좌절에 깊이 이입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이 감정이 그대로 고이지는 않는다.
기은은 수혁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은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수혁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옥상에 올라갔을 때 새똥을 맞은 일을 회상하며 기은에게 말한다. “그냥 모든 게 다 새똥 같더라고. 손으로 닦아 내고, 집에 가서 머리 감으면 되잖아? 겨우 그런 걸로 죽으려 했던 거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매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던 기은은 수혁의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과거를 돌아보고 친구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자신을 구해 준 수혁에게 ‘열 번은 맛있는 거’ 사 주겠다며 미래를 약속한다.
때로 작은 사건에 감정이 환기되곤 한다. 새똥을 맞은 수혁이처럼, 수혁과 만난 기은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괴로워하던 이들이 <새똥>을 읽고 조금은 가붓한 마음으로 상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방 안에 갇혀 죽음을 생각하거나, 생각했던 이들이 무사히 어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도 가닿기를 바라 본다.
시작은 재밌어야 하니까!
시간 순삭, 마음 든든한 내 인생의 첫 소설16부 작 드라마도 1시간짜리 요약본으로 보는 시대에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독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에서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문학을 재미있게 접할 수는 없을까? 시작하는 소설, ‘시소’는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다림의 짧은 소설 시리즈이다.
시작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100페이지 이내의 짧은 분량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책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일러스트로 구성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지금 청소년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관심 가지는 주제로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책을 덮은 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쌓여 가는 완독 경험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알아 가는 데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깊어지는 독서 경험만큼 넓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며 ‘시소’ 시리즈가 그 시작에 함께한다.

그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런 건 다른 아이들, 그럴 만한 아이들한테나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헤미가 불쑥 끼어든다.
“네가 바로 그럴 만한 아이였던 거지. 헤헤헤, 헤헤헤.”
“내가 뭘 어쨌는데? 나는 걔들이랑 신나게 놀기만 했단 말이야.”
“걔들이 잘 모르고 놀다가 알게 된 거지. 그나저나 지겹지도 않냐? 허구한 날 그 생각만 하게? 헤헤헤, 헤헤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가니까 그렇지. 네가 내 속을 알아?”
“내가 네 속에 있는데 네 속을 왜 몰라? 헤헤헤, 헤헤헤.”
아무도 나를 끌어낼 수 없는 날이 온다. 엄마 아빠는 무슨 일인지 묻고 또 묻는다. 담임을 찾아가고 친구
들을 만나지만 다들 모른다고만 한다. 결국 엄마 아빠도 나를 포기한다. 엄마는 학교에 가서 자퇴 처리를 한
다. 몸이 아파서 자퇴하지만 나중에 유학을 보낼 거라는 거짓말을 보탠다. 나한테도 입단속을 시킨다.
“너는 유학 준비하느라고 자퇴한 것뿐이야. 학교에도 그렇게 얘기하고 그만뒀으니 우리만 말을 맞추면 돼,
일단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 자격 따고 유학하는 걸로.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하면 되잖아? 조금만 쉰 다
음에 그렇게 하나씩 해 나가면 이 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어.”
나는 내 방에 갇힐 수 있게 된 것만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