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느 날 갑자기 준비 없이 다가온 이별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열두 살 소년 니콜라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삑삑거리는 의료 기계,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엄마.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니콜라스는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엄마가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하지 않느냐고, 설사 떠나더라도 백 년 후에나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땐 애교가 넘치거나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강아지 영상을 찾아보지만, 그때뿐이다. 간호사 누나, 병원 내 커피숍 직원, 경비원 아저씨까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죄다 짠 듯 안쓰러워하는 얼굴로 3층 병동에 있는 니콜라스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출판사 리뷰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에게 못다 한 말을 꼭 전하고 싶어.”
법으로 딱 정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세상을 떠나도 괜찮은지
아이에게 먼저 물을 수 있도록.
엄마와의 작별을 앞둔 소년의 타임 워프 분투기
이 책의 특징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은 누구나 힘들다
《0시 4분》은 어느 날 갑자기 준비 없이 다가온 이별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열두 살 소년 니콜라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삑삑거리는 의료 기계,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는 엄마.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니콜라스는 세상에 소리치고 싶다. 엄마가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하지 않느냐고, 설사 떠나더라도 백 년 후에나 가능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땐 애교가 넘치거나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 강아지 영상을 찾아보지만, 그때뿐이다. 간호사 누나, 병원 내 커피숍 직원, 경비원 아저씨까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죄다 짠 듯 안쓰러워하는 얼굴로 3층 병동에 있는 니콜라스에게 인사를 건넨다.
밤 11시 57분. 숨 막히는 상황을 참지 못한 니콜라스는 그대로 병실을 빠져나와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간다.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어쩐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빨간색 버튼을 발견한다.
어디로든 벗어나고만 싶었던 니콜라스는 홀리듯 낯선 버튼을 누르게 되고, 시간은 거짓말처럼 0시 4분에 멈춘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말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 그곳은 다른 세계와 맞닿은 듯 보인다. 시간도 멈추고 소리도 없는 세상에서, 니콜라스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할머니를 만난다. 두려움보단 엄마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그때, 할머니가 기차를 가리키며 마음으로 말한다.
‘선택해야 해, 니콜라스. 미래로 갈래? 아니면 과거로 갈래?’
_37쪽에서
누구보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니콜라스는 엄마를 가장 마음 아프게 했다고 후회한 삼 년 전 그날로 가기로 선택한다. 기차에서 내릴 수 있는 건 딱 한 시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결과적으로 엄마를 울리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만다.
밤 11시 57분. 다시 돌아온 니콜라스는 혹시나 지금의 현실이 바뀌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데 바뀐 건 딱 하나, 아빠의 셔츠 색깔뿐이다. 엄마는 똑같이 병실에 누워 있다.
“아무 소용 없었지? 원래 처음이 제일 힘든 거야.”
_69쪽에서
니콜라스는 빨간색 버튼을 눌러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한다. 과거로 돌아가 엄마에게 병원에 꼭 가 보라는 이야길 해 준다면 상황이 바뀌어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점점 지치기 시작한 니콜라스는 결국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엄마를 살려낼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 무력감에 빠지고 절망하다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다. 그러다 니콜라스는 자신을 향한 어른들의 따듯한 시선과 도움을 알게 되며, 선택을 바꾸기로 맘을 먹게 되는데……. 과연 니콜라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는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처럼 《0시 4분》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며,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공감 가득한 위로와 다시 한번 살아갈 용기를 선사한다.
빨간색 버튼
“아니, 얘! 무슨 일이니?”
간호사 누나가 소리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는 듯 내가 방금 나왔던 병실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28호실로, 내가 도저히 머물 수 없는 그곳으로.
나는 곧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랐다. 그나마 답답함을 벗어던질 수 있을 만큼 너른 공간이었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쿵, 쿵, 쿵.
고작 열두 살인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지금 당장 도망칠 곳이 아무 데도 없으니까.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정말 어떡해야 좋을까?
(중략)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렸다. 층수 표시판으로 다가가 1층을 누르려는데 낯선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아래 지하층으로 가는 버튼 밑에 빨간색 버튼이 하나 더 있었다.
전에는 본 적 없는 버튼이었다.
세상 끝에서 온 기차
잠시 후 눈을 떠 보니, 어떤 할머니가 내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은회색의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예쁜 갈색 눈동자가 옴폭하게 들어가 있었다. 할머니는 상냥하게 웃었다. 아니, 웃고 있는 듯했다. 눈가에 주름이 잡혔으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할머니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늙은 코끼리 같았다. 마치 피부에 선을 예쁘게 그린 것처럼 주름이 아름답게 새겨진 코끼리.
‘코끼리 같다고?’
목소리가 내게 말했다. 나는 입을 벙긋했지만 아무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생각을 해 봐. 그럼 들을 수 있단다. 나를 코끼리 같다고 생각했듯이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진짜 멋진 코끼리를 말한 거예요. 나이가 들어도 정말로 멋진 코끼리요. 언젠가 사진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주로 강아지 사진을 찾아봐요.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이요.’
할머니가 웃으며 나를 유심히 보더니, 몸을 반쯤 돌려 기둥 사이를 가리켰다. 거기에 시계가 있었다. 지금도 0시 4분이었다.
‘종착역은 항상 0시 4분이란다.’
마음의 짐
기차를 따라 무작정 달렸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 기차의 천장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플랫폼에서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물웅덩이에 빠져 발이 흠뻑 젖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기차를 손으로 짚으며 몸을 휙 돌렸다.
그들이 한층 더 가까이 왔을까 봐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웬일인지 엘리베이터 옆에서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다. 방패로 몸을 가린 채 괴로운 듯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아, 불빛 때문이구나!
그들은 빛을 싫어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도,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빛도 싫어했다.
91번째 메모
무시무시한 존재들에게 쫓긴다면 어두운 곳을 벗어나 무조건 빛이 있는 곳으로 갈 것!
작가 소개
지은이 : 코니 팔름크비스트
1973년에 스웨덴에서 태어났으며, 작가이자 문학 평론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성인 독자를 위한 역사 소설을 쓰다가 2019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성장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헬싱보리 다그블라드 문화상, 우메오 단편 소설상, 셀마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0시 4분》은 그가 쓴 두 번째 성장 소설이다.
목차
빨간색 버튼
세상 끝에서 온 기차
내게 주어진 딱 한 시간
또다시 0시 4분
마음의 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마지막 인사
집으로 돌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