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환경 오염과 다툼으로 무너진 ‘이후’의 세계에서 밤의 정원을 걷는 씨앗 도서관 청소년 활동가 3인의 이야기를 담은 클라이파이(Cli-Fi), 즉 기후 소설이다. ‘원점 시대’라고 불리는 책 속 세계는 대부분 멸종된 곤충과 동물, 자연적으로 식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토양, 불가능해진 원거리 통신, ‘지역’이라는 단위로 좁아진 세계, 횡행하는 씨앗 약탈자, 조상님들이 남긴 쓰레기 광산까지 듣기만 해도 삭막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런 지역에서 끝까지 살아 내려는, 끝까지 살려 내려는 사람들이 쌓아온 시간은, 원점 시대에는 사라져 알 수 없는 계절 ‘봄’만큼이나 따뜻하고 무성하다.
끝내 미래로 가는 이야기를 쓰는 SF 작가 김주영이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십 대의 시선으로 끝끝내 찾아낸 유토피아의 형태는 어떨까? 공존과 지속을 고민하는 오늘날, 언제나 ‘대화’가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위기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된다는 다정한 믿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내일로 데려간다.
출판사 리뷰
“그리고 모두 괜찮아질 것이다.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기후 위기와 전쟁으로 완파된 ‘이후’의 세계에서
내일을 심는 세 아이의 지키려는 마음과 애틋한 노력『식물 없는 세계에서』는 환경 오염과 다툼으로 무너진 ‘이후’의 세계에서 밤의 정원을 걷는 씨앗 도서관 청소년 활동가 3인의 이야기를 담은 클라이파이(Cli-Fi), 즉 기후 소설이다.
‘원점 시대’라고 불리는 책 속 세계는 대부분 멸종된 곤충과 동물, 자연적으로 식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토양, 불가능해진 원거리 통신, ‘지역’이라는 단위로 좁아진 세계, 횡행하는 씨앗 약탈자, 조상님들이 남긴 쓰레기 광산까지 듣기만 해도 삭막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런 지역에서 끝까지 살아 내려는, 끝까지 살려 내려는 사람들이 쌓아온 시간은, 원점 시대에는 사라져 알 수 없는 계절 ‘봄’만큼이나 따뜻하고 무성하다.
끝내 미래로 가는 이야기를 쓰는 SF 작가 김주영이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십 대의 시선으로 끝끝내 찾아낸 유토피아의 형태는 어떨까? 공존과 지속을 고민하는 오늘날, 언제나 ‘대화’가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위기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된다는 다정한 믿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내일로 데려간다.
“일부러 죽인 거 아니에요!”
3년째 과제 식물을 죽이고 유급
이런 내가 좋은 농부가 될 수 있을까?주인공 ‘이언’은 농부가 되는 것이 장래의 기본값이자 최댓값인 ‘식물 없는 세계’의 청소년이다. 타고난 살식(殺植) 능력으로 과제 식물을 연쇄적으로 죽인 끝에 3년 내내 낙제, 10학년에 진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언에게는 식물을 죽이는 자라는 뜻으로 ‘살식마’라는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몇 번이나 죽이는 걸 봤어”
“일부러 죽인 거 아니에요”
“넌 이미 살식마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야”
학교를 넘어 지역의 웃음거리가 될 미래가 선연한 때, 이언은 학교 온실을 도맡다시피 하며 식물의 신으로 불리는 ‘수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바늘로 콕 찌르면 녹색 피가 나올 것 같은 식물의 신이지만 이언에게는 차갑기 그지없는 수린에게 이언은 자존심을 누르고 다가가는데…….
한편, 지역의 씨앗을 보관하고 개량하는 씨앗 도서관 관장의 손자인 친구 ‘우현’과의 우정이 조금 다른 모습을 갖춰가며 이언은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과거와 미래, 친구와 가족, 지역과 세계와 그 소중함, 그것들을 지킬 방법과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시민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몇 번이고 일어설 수 있는 건
우리가 우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원점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식물을 잘 기르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구 안에서 모두와 공존할 방법을 고민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한 감각을 깨우치는 것이다.
원점 시대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건강한 세계의 지속.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러 갈래 길 위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시 시작할 용기와 희망을 준다.
솜털 같은 민들레 씨앗이 홀홀 날리는 황무지는 디스토피아라고 하기에도, 유토피아라고 하기에도 아직 어떤 모습으로든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곳이다. ‘유스토피아’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 식물 없는 세계에서 누군가의 자식으로, 학생으로, 시민으로, 나쁜 조상의 후손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2023년의 우리가 먼저 배워야 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세계의 상시적인 위기 속에서 체득한다.
원점으로부터 날아온 민들레 씨앗이 전하는
신뢰와 연대, 지속과 공존에 관한
묵직하고 따스한 메시지이언에게는 유급 위기가 닥치고, 마을에는 씨앗 약탈자가 잠입했다는 의심이 번진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씨앗을 약탈하고 농장을 파괴하는 약탈자에 맞서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착실히 마음과 뜻을 한데 모은다.
동시에 이언은 우현, 수린과 함께 씨앗 도서관에서 청소년 활동가로 일하며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밤의 정원 프로젝트’를 돕게 된다.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고 싶은 이언의 간절한 마음은 곧 다음 계절로 안녕히 넘어가고 싶은 간곡한 마음으로 확장된다. 과연, 마을에는 정말 약탈자가 들어온 걸까? 밤의 정원 프로젝트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언은 10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을까? 세 아이는 무사히 다음 계절을 맞을 수 있을까?
원점 시대의 사람들이 마을과 세계에 더 좋은 선택을 고민하는 동안, 지구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계절 ‘봄’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식물 없는 세계일지라도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월동을 끝내고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민들레 같은 이 이야기가 끝까지 살아 내는 질긴 생명력으로 널리 퍼져 나가길 바란다.

“저기, 선배.”
말을 이으려는데 수린 선배가 말을 가로막으려는 듯이 손바닥을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틀렸어. 가망 없다고.”
흘낏 보고는 바로 사망 선고를 내리다니, 너무했다. 내가 죽어 가는 식물을 들고 처음 부탁하러 왔을 때는 상냥한 얼굴로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으면서. 죽어 가는 식물을 살리려고 며칠이나 관찰했으면서.
약탈자는 지역 사회 공동체가 재배한 작물과 보관한 씨앗을 훔쳐 가는 무서운 범죄 집단이다. 지난달에는 바로 옆 지역을 약탈하면서 그곳 협동 농장까지 불태우는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 협동 농장이 없는 지역 사회 공동체는 이전처럼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몇 년이나 걸린다. 그때까지는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식량에 의존해야 하는데, 어느 지역이든 식량이 풍부하지 않은 탓에 충분한 양을 얻기가 힘들다.
그래서 약탈자에게 당한 지역 사회 공동체는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함께 모여 살던 지역은 텅 비어 버린다. 너무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주영
2000년에 우리나라 초기 SF 소설 『그의 이름은 나호라 한다』를 출간했다. 『열 번째 세계』로 제2회 황금드래곤문학상을 받았고, 『시간 망명자』로 제4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 소설 『완벽한 생존』, 단편집 『이 밤의 끝은 아마도』 『보름달 징크스』, 동화 『문시티』 『공포의 과학 탐정단』, 앤솔러지 『별 별 사이』 『원하고 바라옵건대』 『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도망치지 않고 뭣하느냐』 『끝내 비명은』 『먹구름이 바다를 삼킬 무렵』 『국립존엄보장센터』 『전쟁은 끝났어요』 『아직은 끝이 아니야』 『U, Robot 유, 로봇』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