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가상세계와 진짜 세상에서의 경험이 기억으로 공존하는 미래, 자아를 찾는 모험에 뛰어든 ‘가인’과 ‘진’의 성장 이야기. <이니셜라이즈>는 텔레프레전스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계산하여 가상세계에 구현할 수 있게 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전쟁에 비유되는 대학 입시 환경을 게임으로 은유하고, SF 장르로 희화화하며 윤리적 딜레마와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외계와의 접촉으로 지구 생명체의 3분의 2가 절멸한 뒤, 생존자들의 도시 국가연합인 <지구연방>은 외계 종족의 형상을 본떠 만든 <이드>라는 기갑 병기를 만들고 2차 침공을 대비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의 전투>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합니다.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다니는 ‘가인’이는 학기말시험인 <모의 전투>를 치르면서 몹이 말을 하는 이상한 경험을 합니다. 낙제에 대한 부담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시스템의 오류라고 치부하지만 뜻밖에 같은 반 친구 ‘진’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재시험을 치르던 중 ‘가인’과 ‘진’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는데 주임 선생님은 <모의 전투>에는 어린아이가 없다며 몹을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가인이와 진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움직여!」
‘이드’에게 명령했지만 허사였다.
「안 돼.」
‘이드’가 거부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드’가 자아의 의지를 거부하다니!
‘이드’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제야 내가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이제까지 청각으로만 상황을 인식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인지의 불능이 판단마저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른다는 것은 철저하게 고립된 기분이 들게 했고, 나는 ‘모른다’는 것이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경고를 받았고, 진은 정학을 맞고 관심 대상 목록에 올라갔다. 주임 선생님의 공평하지 않은 결정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중간에서 난처한 처지가 되고 말았으니까.
진은 나를 대신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며 비도덕적인 일에 대해 항변했는데 나는 바보처럼 한마디도 거들지 못했다. 바보처럼 말이다. 내가 결정한 일인데 나는 말을 아꼈고 진은 항변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 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요.”
“그렇지 않아. 단지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야.”
아빠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내 죄책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아빠. 속이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이제 다 컸어요.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아는 나이라고요.”
아빠가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아빠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모르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임동일
창작활동은 미지를 탐험하는 여행과도 같습니다. 자신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며 나와 맞닿은 세계의 틈새를 채우는 여정입니다. 장르와 경계를 넘는 미지를 탐험하며,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고대합니다.수상 : 2020 경기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우수작가 선정저서 : <로저와 골디>, 소설집<진실의 조각>
목차
프롤로그; 가인
01 학기말시험
02 모의 전투
03 5도살장
04 통과의례
05 유령의 시간
06 변조된 기억
07 공중항해
08 검은 숲
09 자유연합
10 진짜 바다
11 불량품
12 꼭두각시 춤
13 죽은 이의 대변인
에필로그; 이드가인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