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금발의 소녀가 있다. 동유럽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 사는 열다섯 나타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이 소녀의 가출기다. 두 시간도 더 걸리는 엄마의 고향에 기차를 타고, 아기 고양이까지 한 마리 품에 안고 나타샤는 홀로 무얼 찾아 떠난 걸까?
아빠 얘기만 꺼내면 돌변하는 엄마, 은은한 비누 향을 풍기는 금발 아저씨, 검은 모자를 눌러쓴 수상한 남자…. 나타샤를 둘러싼 세 사람이 일으킨 작은 소란에서 시작된 나타샤의 여행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끝에는 나타샤뿐 아니라 여정에 함께한 독자들마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비밀과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 리뷰
세상 가장 끔찍한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
이유 없이 죽었고, 죽어가는 아이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체트니크, 모스타르, 스타리 모스트 등 우리에게는 낯선 지명과 낱말,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낯선 역사를 다룬다. 그래서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한 국가 안에서 전쟁을 벌여 서로 죽이고 여성들을 상대로 몹쓸 범죄를 저질러 원치 않은 아이를 낳게 한 사건은 물론 매우 충격적이다. 그러나 세계 지도를 펼쳐도 정확히 어디 있는지 짚어 내기 어려울 만큼 생경한 나라의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저자가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런 이야기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마음을 울리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언뜻 보기에는 멀어 보이는 이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의 어제, 오늘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종교라는 명목하에 내전이 벌어졌던 보스니아처럼 우리나라도 이념이라는 허울 아래 전쟁을 치렀고, 갈라졌다. 이 닮음에 한 가지 차이를 더하면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이미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분단이 아픈 것인지, 전쟁이 어떻게 왜 끔찍한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반면 소설의 주인공 나타샤와 같은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들은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았다. 곧 나타샤의 주변 어른들은 모두 전쟁의 당사자라는 뜻이다. 책과 뉴스에서 접했던 전쟁과는 다른, 직접 겪은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듣는 전쟁의 참상, 그 속의 인간들의 추악하고 끔찍한 모습이 주인공 나타샤의 눈과 귀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다.
또 이런 끔찍한 일을 반복하지 말자는 수많은 합의와 약속이 무색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전쟁의 포화 속에 있다. 소설 속 애나와 나타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여성과 노약자가 반드시 있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그들에게 바치는 한 송이 꽃이자, 여전히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인류를 비추는 거울이다.
추위를 견디고 꽃잎을 틔우는 튤립처럼
끝내 피어난 엄마와 딸의 이야기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는 ‘가족 성장 소설’이다. 소설은 전쟁과 범죄라는 무겁고도 큰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는 것은 나타샤 모녀의 갈등과 해소다. 둘 중 누구도 잘못하지는 않았지만 아픈 과거 속에서 공유한 두 사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갈 것을 예고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모든 일은 나타샤가 여행 중에 만난 엄마의 고향 사람들, 끝까지 곁에서 힘이 되어준 친구 사라, 엄마와 같은 입장이었던 사비나 이모 덕분에 이루어졌다.
사실 모녀에게 상처를 입힌 가해자는 전쟁이었고 국가였다. 가해자의 위로가 고작 한 달에 밥 한 끼 사 먹을 보상금이 고작이었던 데 비해 나타샤 모녀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 속에서 위안을 받고 자기 상처에 당당히 맞설 용기까지 얻는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비해 훨씬 작은 약자일 때의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줌과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름다운 연대의 모습을 제안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우리 보스니아에 전쟁이 일어난 건 가슴 아프다. 아빠도 그때 하늘의 별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추모하는 게 옳을까? 솔직히 별로다.
_ 사라예보의 장미
당사자인 본인조차 체트니크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간혹 누가 체트니크의 아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우리는 슬그머니 가서 그 애를 확인하고 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체트니크의 아이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_ 사라예보의 장미
“가까이서 깊이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지. 그래야 진짜를 볼 수 있거든.”
할머니 말이 마치 불편한 걸 대면하기 싫은 내 마음을 콕 짚어 내는 것 같았다.
_ 가까이서 깊이 들여다보기
작가 소개
지은이 : 장경선
경상북도 상주시 함창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이야기를 좋아하는 십대를 보냈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야기 듣기를 아주 좋아하지요.그동안 듣고 본 것을 엮은 이야기로는 <제암리를 아십니까>, <김금이 우리 누나>, <검은 태양>, <언제나 3월 1일>, <안녕, 명자>, <꼬마>, <나무새>, <소년과 늑대> 등 근현대사를 다룬 이야기가 많습니다. 먼 나라의 아픈 역사에도 귀를 기울여 아르메니아의 아픔을 그린 <두둑의 노래>와 보스니아의 내전을 그린 <터널>과 청소년 소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를 썼습니다.이밖에도 <쇠똥 굴러가는 날>, <황금박쥐부대>, <장난감이 아니야>, <우리 반 윤동주>, <우리 반 방정환>도 냈답니다.
목차
연애편지
수상한남자
사라예보의 장미
가출
미행
가까이서 깊이 들여다보기
한여름에 자는 겨울잠
내 마음속 아기
한 마리 새가 되어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정리 정돈
체트니크의 딸
장미와 탱고와 목도리도마뱀
다시 만난 아저씨
30마르카
전범 사냥꾼
우리 금요일에 만나요
오늘부터 1일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