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중국 심양 땅에 피로인으로 끌려간 한 조선인 소년의 삶을 통해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자수처럼 섬세한 작업으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박세영 작가는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 소년의 고난과 역경, 그것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수 예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조선에 실제로 존재했던 남성 자수장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인물을 통해 자수가 흔히 규방 여성들의 예술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환기하며, 자수라는 섬세한 예술 세계의 특성을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잘 녹여내어 마치 한 폭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독자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너머에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더 큰 세상이 있을지도 몰라.
언젠가는 그 아름답고 큰 세상을 자수로 담아내자.
거기에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너는 수를 놓는 거야.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글로 쌓아 올린 이야기에 푹 빠져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병자호란 당시 적국에 끌려간 한 소년의 눈으로 그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역사 소설이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자수를 제대로 알려 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보물인 전통 자수가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기를 소망한다.
_손경숙(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자수장 전승 교육사)
가혹한 현실 위에 한 땀 한 땀 꿈을 수놓아 나가는
조선 자수장 소년의 고난과 역경, 꿈을 다룬 이야기
《수를 놓는 소년》은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동아시아 격변의 시기,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일어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조와 조선 조정은 남한산성에서 마지막까지 항전을 벌였지만 45일 만에 항복을 선언한다. 임금은 삼전도까지 걸어가 청나라 황제 앞에 삼배구고두례 올린 것을 굴욕이라 여겼으나 전쟁에 패한 나라의 백성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수십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피로인으로 청나라에 끌려갔다. 붙잡혀 간 조선 백성 가운데 일부 종실과 양반의 부녀는 많은 돈을 주고 풀려나기도 했지만 가난한 양민은 비참한 삶을 살다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평안도 안주에서 어머니, 누나의 바느질 일을 도우며 살던 열다섯 살 윤승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청군의 손에 부모를 잃고 압록강에서 누나와도 헤어져 청나라 심양에 피로인(포로)으로 끌려온다. 심양의 큰 상인인 강 대인의 집에 노예로 팔려 오게 된 윤승은 모진 노동과 가혹한 학대에 시달리던 중 강 대인의 두 번째 부인인 진씨의 눈에 띄어 자수 일을 시작하게 된다. 윤승의 자수 솜씨가 뛰어난 것을 알게 된 진씨 부인은 그를 가까이 두고 일을 시키기 위해 만수각 공방의 자수장 서 사부에게 윤승을 맡겨 자수 기술을 배우도록 한다.
소수 민족 출신으로 명 황실 자수장까지 지냈으나 부패한 황실과 관료들의 전횡에 지쳐 떠돌다 심양에 정착한 서 사부는 윤승의 자수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 되자 윤승에게 여러 가지 자수 기법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르침을 전한다. 한편, 진씨 부인은 볼모로 잡혀 온 소현 세자의 세력 기반이 되어 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밀한 거래를 하다가 청 황실에 발각되자 큰 위기에 처하고 윤승 또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자수 놓는 재주를 통해 세자빈과 진씨 부인의 일을 도와 헤어진 누나를 찾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윤승은 한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윤승은 과연 무사히 누나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포기할 수 없는 희망,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을 이야기로 수놓다
자수는 천에 색실로 그림이나 글자를 바늘로 떠서 놓는 작업으로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물건에 장수나 복을 기원하는 길상문을 자수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민족의 정서와 미감을 담아낸 자수 작업은 여인들의 규방 예술로 여겨지곤 하지만 평안남도 안주 지방에서 생산되는 안주수는 특이하게도 남성 장인들이 전문적으로 자수품 제작에 참여했다. 꼬임이 굵은 실로 속수를 두텁고 힘있게 놓는 것이 특징인 안주수는 채도가 낮은 색상의 실을 사용해 부드럽고 세련된 미감을 드러내며 질이 좋고 튼튼한 고급 상품 자수로 왕실에 헌상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직접 수놓는 작업을 할 정도로 자수에 관심이 많은 박세영 작가는 자수를 전문적인 직업으로 삼은 남성 장인을 모티브로 이 책의 주인공 윤승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작가는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마치 큰 폭의 천 위에 수놓은 자수 작품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을 침략한 적국이었지만 세계 각국의 우수한 문화와 사상, 예술이 흘러드는 문물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황제든 노예든,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모두 똑같이 귀하고 평등하다’는 《천주실의》의 사상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동서양의 자수에 모두 조예가 깊었던 서 사부는 《천주실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윤승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윤승은 스승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기며 꿈의 반경을 넓혀 나간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위기에 처하면서도 윤승은 삶을 향한 의지와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는다.
《수를 놓는 소년》은 수많은 땀이 모여 온전한 자수 작품을 이루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 내는 소년과 색실처럼 다양한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아름답게 엮어 보여 준다. 자수틀에 붙들린 미약한 실오라기처럼 인간의 삶 또한 거대한 현실 위에 얽매여 불완전하게 흔들릴 뿐이지만, 세상의 부당함 한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실이라는 자수틀 위에 자신의 꿈을 한 땀 한 땀 수놓아 나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넌 원하는 곳은 어디든 아무 데나 갈 수 있어서 좋겠다.’
윤승의 두 눈이 빨려 들어가듯 나비에게로 향했다. 검은 점이 콕콕 박힌 노란 나비는 누나가 즐겨 수놓던 나비와 똑 닮아 있었다. 누나를 잠깐 떠올린 것만으로 윤승의 마음은 방금 파낸 땅처럼 헤집어졌다.
윤승이 쥔 바늘이 비단옷 위를 오르락내리락하자, 나비의 날개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윤승은 황토색 실을 다시 바늘에 뀄다. 바늘이 새롭게 지나간 자리마다 날개에 음영이 생겼다. 팔랑거리며 당장이라도 날갯짓을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저 아픈 누나 대신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실을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느질이, 특히 수를 놓는 게 즐거웠다. 현실이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색색의 실만 있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좋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세영
서울대학교 미술 대학에서 동양화를,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2012, 2014년 Bologna Children’s Book Fair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75인’에 선정되었고, 2018년 Sharjah Children’s Reading Festival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2위를 수상했다. 그린 책으로 《벼알 삼 형제》 《하루와 미요》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처음 배우는 3·1 운동과 임시 정부》 《처음 배우는 4·19 혁명과 민주주의》 《처음 배우는 동학 농민 운동과 차별 없는 세상》 《처음 배우는 제주 4·3사건과 평화》가 있다.
목차
수를 놓는 소년
살길을 열어 줄 비단실
금사가 불러온 불행
심양관의 조선인 노예들
다시 만난 진씨 부인
뛰어난 자수 장인
뜻을 품은 그림 문자
발각된 밀서
드러난 진실
자수로 펼치는 꿈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