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7권이 출간되었다. 107권 『디어 마이 버디』는 커다란 해일이 도시를 덮쳐 높은 빌딩의 일부만 남은 세상 속에서 다이빙을 하며 성장해가는 고등학생 다이버 세호와 그의 버디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해일이 들이닥쳐 도시가 사라졌다. 길도, 통신도 끊긴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홉 살 때부터 스쿠버 다이빙을 해 온 주인공 세호는 자신의 ‘버디’ 샘 아저씨와 함께 매일 잠수를 하며 자신들의 목숨과 빌딩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렇게 빌딩 사람들 모두가 가족처럼 지내던 어느 날, 두 번째 해일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세호와 세호의 버디들은 무섭게 변해 버린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해일이 삼켜 버린 도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잠긴 세계로 뛰어드는 사람들
“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일곱 시, 도시에 갑자기 커다란 해일이 들이닥쳤다. 도시는 사라졌고 높은 빌딩의 일부만이 남았다. 길도, 통신도 끊긴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기는커녕 먹을 것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인공 세호는 아홉 살 때부터 다이빙을 해 온 고등학생 다이버로, 자신의 ‘버디’ 샘 아저씨와 함께 팔라우로 스쿠버 다이빙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행 전날 도시를 덮친 해일 때문에 세호와 동생 세아, 샘 아저씨는 건물에 갇혀 버리고 만다.
도시가 물에 잠긴 후 세호와 샘 아저씨는 잠수해 물속 편의점, 마트 등에서 먹을 것과 생필품 등을 구해온다. 둘은 다이빙을 하며 매일 자신들의 목숨과 빌딩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던 중 세호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물에 빠진 혜미를 구조하고, 고양이 루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건물 9층에서 마치 가족처럼 매일을 함께 지낸다.
아저씨와 나는 입수와 출수를 수차례 반복했다. 우리는 물질하는 해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물고기나 해산물이 아니라 물속 편의점에서 라면을, 부탄가스를, 통조림을, 바나나 우유를 건져 올리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우리가 숨을 참은 만큼 보트에는 필요한 것들이 쌓여 갔다. 우리를 숨 쉬게 해 줄 것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
_본문 중
“살아남았으면 그것만으로도 모두 친구가 돼야 해.”
서로 연대하며 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그들의 미래
사실 세호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거나 잘하거나 관심 가는 것이 전혀 없었던 아이였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세호는 다이빙을 하면서 ‘버디’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도시가 해일에 휩쓸리고 난 뒤에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남을 구하기 위한 다이빙을 시작한다.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어깨에 멘 무거운 공기통보다 더 중요한 장비는 바로 버디다. 나의 또 다른 공기통, 버디. 물속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호흡 기체가 떨어졌을 때 자기 숨을 나눠 주고 나를 물 밖으로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 생명줄.
_본문 중
『디어 마이 버디』에서 계속 강조되는 ‘버디’는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항상 붙어 다니며 서로를 챙기고 목숨을 구해주는 다이빙 시스템이다. 세호는 샘 아저씨와 버디를 맺은 후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왜 나만 불행한가’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후 세호는 다이빙을 통해 혜미, 윤씨 아저씨, 민규 형 등 많은 사람과 버디가 된다. 이 소설은 망가진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또 세상은 모두 ‘버디’의 힘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세호가 깨닫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문체로 이야기한다.
“인생은 버디를 찾는 여정이란 생각이 들어. 태어난다는 건 버디를 만나기 위한 거야. 가족이라는 버디, 친구라는 버디, 애인이라는 버디, 부부라는 버디, 동료라는 버디, 반려동물이라는 버디.”
혜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_본문 중
다이빙 고수이자 물에 잠긴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낸 샘 아저씨, 한때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전교 1등이었지만 다이빙을 배우며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 혜미, 아홉 살 답지 않게 의젓하고 매일 밤 각자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골라 읽어 주었던 사랑스러운 동생 세아, 혜미가 물에 빠져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살려낸 고양이 루나까지. 세호의 버디들은 갑자기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 책은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장은진의 첫 청소년소설로, 마치 『아몬드』처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 또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진한 울림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보다 독자층이 폭넓은 이 소설, 『디어 마이 버디』가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버디는 누구인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버디들을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 밖은 종종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물속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일 수밖에 없으니까.
물이, 계단 한 칸을 삼켰다.
도시는 사라졌고 일부만이 남았다. 남은 도시의 일부는 모두 높이를 자랑하던 것들이었다. 높이를 가져서 살아남았노라 말하는 듯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비극이었다.
남은 것들은 섬의 형태였다. 섬과 섬을 잇는 길은 없었다. 땅, 인류가 착실하게 닦아 온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와 바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보낸 수신호는 뭐였니?”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교환해 놓고 내가 늦게 나오자 아저씨가 조금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는 에비앙이 든 채집망을 끌어 올리며 덧붙였다.
“우리가 정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체요. 시체를…… 봤어요.”
물에 휩쓸려 가는 주검은 봤지만 물속에서 시체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저씨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룰을 어기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나를 보트로 끌어 올렸다. 후드를 벗자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한여름 태양 빛이 정수리에 날카롭게 닿았다. 저 열에 물이 모조리 증발해 버렸으면 좋겠다. 태양은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나.
마지막 잠수를 마치고 아저씨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자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물 밖으로 삐죽삐죽 솟은 건물들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빗방울은 수직으로 쏴아, 하고 내리꽂히며 바다로 녹아들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제아무리 몸을 비틀어 물을 짜내도 바다는 젖지 않았다. 빗방울이 아무리 많은 동그라미를 물 위에 그려도 무늬들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한패니까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과 한패가 아닌 우리는 눈앞이 하얘질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빌딩으로 돌아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은진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등이 있다. 문학동네작가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물속 편의점
감자 먹는 사람들 자리
버디 네임: 강세호
162미터
슬픈 다이빙
나비의 날갯짓
나쁜 물
집으로
바다의 노래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