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초등학생 어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열다섯 살 중학생들의 불안한 심리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낸 시집 <웃는 버릇>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2005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를 노래한 동시를 써 온 김응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은 웃고 있다고 웃는 게 아닌 열다섯 청소년의 진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들의 다채로운 시간들을 60편의 시로 섬세하게 보여 준다. 더불어 그들을 ‘중2병’이라는 배척의 이름 대신 ‘속 깊은 열다섯’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 주며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찬찬히 살핀다.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들고/얼마나 애쓰고/얼마나 마음 아파했는지”(시인의 말) 꼼꼼히 헤아리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이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는 따뜻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웃는 버릇>은 ‘창비청소년시선’의 마흔세 번째 권이다.
출판사 리뷰
우리는 ‘중2병’이 아니라
‘속 깊은 열다섯’입니다어린이와 어른의 경계에 선 청소년이 좌충우돌하면서 방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편견과 선입견의 잣대를 들이밀며 몰아세운다. “나도 모르게/희망보다 절망을/먼저 떠올”(「한 끗 차이」)리는 위태로운 시간을 견디어 내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그저 “속을 통 모르겠다고/속 좀 그만 썩이라고”(「속 깊은 열다섯」) 다그치면서 ‘중2병’이라는 딱지를 붙여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맨날 사고만 치는 골칫덩이가 아니라 “누가 뭐래도/속 깊은 열다섯이다”(「속 깊은 열다섯」). “겉모습만 보고/멋대로 마음대로/생각”(「겉모습만 보면」)하는 어른들의 편견에 아이들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웃는 버릇」) 그저 웃고 만다. 시인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예민하게 포착하여 섬세한 시로 담았다.
좋아도 ㅋㅋㅋ
싫어도 ㅋㅋㅋ
기막힐 때도 ㅋㅋㅋ
어색할 때도 ㅋㅋㅋ
진짜로 웃겨도 ㅋㅋㅋ
가짜로 웃겨도 ㅋㅋㅋ
누구나 아는 ㅋㅋㅋ
나만 아는 ㅋㅋㅋ
―「ㅋㅋㅋ」 전문(78쪽)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마음/가고 싶은 마음/만나고 싶은 마음/사랑하고 싶은 마음” 등 “무수한 마음들”(「나한테 없는 것」)을 꿈꾸며 살아간다. 때로는 “나 여기 있다고//아직 살아 있다고//분명 숨 쉬고 있다고//온몸으로 소리쳐도”(「투명 인간」)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투명 인간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마냥 움츠러들지만은 않는다. “그때 참 뭘 몰랐”(「지금은 다 아는 걸까」)던 시간과 “어느새 훌쩍 커 버린”(「겨울 지나고 봄」) 제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난생처음/나의 뒤를 돌아보고/나의 앞을 그려”(「다림질을 하며」)보며 성장해 간다.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에게
어깨를 기댄다
덩치 작은 고양이가
덩치 큰 개에게
살을 비빈다
(중략)
키가 자랄수록
몸집이 커질수록
나보다 작은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 주고
등을 내어 주고
품을 내어 주는 것
그렇게 자라는 것
그렇게 커 가는 것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부분(26~27쪽)
경계 위에서 꿋꿋이 버티며 살아가는
열다섯들에게 보내는 따듯한 위로와 응원청소년들은 아동기와 성년기의 경계에 놓인 세상이 익숙지 않기에 “눈앞이 캄캄하고/앞날이 막막하고/깜깜한 밤에/나 홀로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길이 “나만 보이지 않는 건지/나만 보지 못하는 건지/알 수 없”(「깜깜한 밤」)어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내 안에는/못하는 것만큼/잘하는 것도 있”고 “내 모습에는/못난 것만큼/잘난 것도 있다”(「균형」)고 믿기에 꿋꿋이 버티며 살아간다. 시인은 이렇게 제 나름대로 성심껏 “살기 위해 애쓰는”(「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청소년들의 얼굴에서 전심전력을 읽는다. 그리고 “오줌 한번 누지 않고/책상 앞에 붙박이가 된”(「의자가 의자에게」) 채 삼백육십오 일 내내 “한 시간을 일 분씩 쪼개고//일 분을 일 초씩 쪼개고//쉬지 않고”(「시계처럼」) 돌고 도는 숨 막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한숨 쉬지 말고
한숨 돌리는 거야
한숨 자도 좋고
―「가슴이 콱 막혀 답답할 땐」 전문(39쪽)
열다섯 청소년도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갈수록/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살 만했다고/내일을 기다리”(「나는」)며 열심히 살아간다. “나는 잘 알고 있다/나는 잘하고 있다/나는 자라고 있다”(「주문을 외다」)는 주문을 외면서 “옆도 뒤도/품는 뜨거운/가슴이 되자”(「장래 희망」)고 다짐하는 청소년들에게 시인은 응원의 따듯한 손길을 내민다. “눈물을 닦아 주는 손//어깨를 토닥여 주는 손//등을 쓰다듬어 주는 손”은 “어떤 말보다 힘이 세다”(「손의 힘」).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고서 “부드러운 바람”과 “따뜻한 햇살”(「길을 가다」)이 충만한 내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틈」)기를 바란다.
어른들은 말하지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고
그래 한번 가 보자고
그래 한번 믿어 보자고
나는 지금 참고
너는 지금 악물고
나는 지금 견디고
너는 지금 버티고
그래 우리 그러고
이대로 고고
앞으로 고고
위로 고고
시간도 가고 세월도 흐르고
그러면 우리는 자라고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어른들은 말하지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고
그래 한번 가 보자고
그래 한번 믿어 보자고
―「고고」 전문(30~31쪽)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응
열여덟 해 동안 시를 쓰고 있다. 시의 나이로 치면 사춘기를 건너고 있는 셈이다. 본캐는 시인, 부캐는 언니. 딸부잣집 넷째로 태어나 있는 듯 없는 듯 살 뻔했지만 동생이 태어난 덕분에 언니가 되었다. 가시를 발라낸 간편한 생선보단 가시를 바르며 수고롭게 먹는 생선을 좋아하고, 값비싼 물건보단 손때 묻은 오래된 추억을 좋아하고, 혼자 팔짱 끼기보단 둘이 어깨동무하는 걸 좋아한다.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동생과 함께 글을 쓰고 있다.동시집 『개떡 똥떡』, 『똥개가 잘 사는 법』, 『둘이라서 좋아』, 산문집 『아직도 같이 삽니다』 등을 냈다.
목차
제1부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
좋은 것은 자꾸 생각나 / 나는 봄 / 햇볕이 되는 날 / 물들다 / 하늘과 바다처럼 / 겨울 지나고 봄 / 정말 맛있는 떡볶이 먹고 싶다 / 지금은 다 아는 걸까 / 날 / 의자가 의자에게 / 다행히 해가 따뜻했다 / 사랑 / 무엇이 잘못된 걸까 / 이 순간 / 내가 할 수 있는 것
제2부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데
고고 / 괜찮은 척 / 웃는 버릇 / 투명 인간 / 학교 밖에서 / 시계처럼 / 가슴이 콱 막혀 답답할 땐 / 눈물의 맛 / 노력의 맛 / 진짜 열심히 하면 될까요? / 이러다 갑자기 / 겉모습만 보면 / 나의 운동화 / 주머니의 법칙 / 다림질을 하며
제3부 마음이 서운한 날
속 깊은 열다섯 / 키 높이 신발을 신고 / 손의 힘 / 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 주문을 외다 / 장래 희망 / 개나 사람이나 / 목줄 / 하루살이 / 속상하다 / 나한테 없는 것 / 균형 / 마음이 서운한 날 / 물방울이 모여 / 반전
제4부 별이 뜨면 좋겠어
안녕 / 한 끗 차이 / 처음 / 나는 / ㅋㅋㅋ / 주객전도 / 끝없는 생각 / 나쁜 말 / 싸움은 술래 / 경고 / 마음을 쓰다 / 길을 가다 / 깜깜한 밤 / 징검다리 / 틈
해설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