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백마 탄 여장군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 출신의 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의 일대기. 장군의 고향인 창원의 여고생 14명의 손에서 책으로 되살아났다. 여고생 작가들은 글과 그림, 손글씨로 김명시 지사의 삶을 따라간다.
지역과 성, 시대의 굴레를 뛰어넘은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죽음을 여고생들의 시각으로 담았다. 김명시 장군에게는 부천의 경찰서에서 유명을 달리한 지 73년, 광복 77주년이 되는 2022년 광복절에 독립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202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출판사 리뷰
[머리말]
1949년, 김명시 지사가 부천의 경찰서에서 유명을 달리한 지 73년의 시간이 흐른 2022년 8.15 광복절, 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독립 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에서 발행한 ‘2022년도 광복절 계기 독립유공자 포상 안내’이 한 장의 서류에는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간절한 바람의 눈물이 어려 있었습니다. 저는 한참을 그 문구를 들여다보다가 눈물 한 방울을 보태었습니다.
창원시 여성기획단원 활동을 하며 김명시 지사를 알고 매료됐습니다. 지역과 성, 시대의 굴레를 모두 뛰어넘은 한 멋진 여성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마산의 어시장에서 지아비 없이 생선 행상을 하면서 네 자녀 중 세 자녀를 독립운동가로 길러낸 어머니,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 김명시 지사의 온 가족은 독립운동가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돌아온 건 핍박과 죽음이었습니다.
지금의 잣대로 당시를 재단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딸들과 함께 쓰고 그리는 창원 여성 이야기 1,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그리고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에서 지역의 여고생들과 함께 김명시를 배우고 글과 그림, 손글씨로 표현했습니다. 이 결과물로 우리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공모 사업에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는데 이어서 김명시 지사 서훈 소식까지 듣게 되니 이 놀라운 만남이 그저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글·그림
김미조(대진전자통신고등학교)
김민경(마산여자고등학교)
김서영(창원명곡고등학교)
김시온(부산예술고등학교)
김지현(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김지현(창원대산고등학교)
김하은(마산삼진고등학교)
김현진(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모은주(마산삼진고등학교)
서예진(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엄인영(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이수빈(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이예지(한일여자고등학교)
이지운(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서 평]
창원의 딸,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
지역 여고생들이 쓰고 그리다
마산의 어시장에서 지아비 없이 생선 행상을 하던 김명시 장군의 어머니 김인석은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세상 보는 눈은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다. 해방을 꿈꾸며 자식들이 끊임없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3.1 운동 때는 태극기를 만들어 앞장선다. 그렇게 네 자녀 중 세 자녀를 독립운동가로 길러냈다. 김명시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김명시 지사의 온 가족은 독립운동가였다. 하지만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돌아온 건 핍박과 죽음이었다. 엮은이 윤은주 창원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 관장은 지역과 성, 시대의 굴레를 뛰어넘은 김명시 장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지역의 여고생들을 모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으로 출간했다.
지금의 잣대로 당시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14명의 여고생들은 스스로 김명시 장군의 마음이 되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와 오빠가 체포되어 가장의 무게를 느낀 3.1 운동부터 러시아 동방노력자공산대학으로의 유학생활, 상해로 파견되어 조선공산당 일을 돕고 백마 탄 여장군으로 불리며 독립하기까지 투쟁한 김명시의 삶은 이들의 손에서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단순히 연대순으로 사료를 나열하지 않고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생동감을 더해 당시 상황에 몰입하게 한다.
온몸이 혁명으로 들끓은
불꽃같은 삶
대학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후 다른 이들보다 빠른 시기에 조선공산당 일을 돕게 된 김명시는 상해, 만주, 하얼빈 등 비상 걸린 도시와 소문이 떠도는 마을을 숨어 다니며 습격과 설득, 교육을 해나갔다. 김명시는 크고 작은 무장 투쟁에 참여하며 독립에 대한 결의를 불태웠다. 이후 혼돈의 중국보다 조국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조선공산당 재건에 힘쓰고 싶어 당 기관지 ‘콤무니스트’를 치마 속에 숨겨 국내에 잠입했다.
노동자와 농민단체를 교육하고 조직해 파업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 1년여의 조사와 고문을 받았다. 그렇게 선 재판정 위, 단단히 마음먹은 표정의 어머니 김인석 앞에서 김명시는 징역 6년, 김명시의 오빠 김형선은 징역 8년을 선고받는다. 7년여의 감옥 생활 이후에도 조선의용군을 찾아가 항일 전쟁에 참여했지만 해방 후 공산당 활동을 불법화한 이승만 정권에 의해 체포되어 유명을 달리한다.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당시, 경찰서에는 일제강점기 때 친일을 한 경찰이 많았다. 그들은 조국 해방을 위해 투신한 이들을 보안법을 위반한 수배범으로 몰아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죽으면 자살이나 심장마비 등 급사로 위장했다고 한다. 김명시 장군도 종로거리에서 백마 탄 여장군으로, 항일영웅으로, 김명시 장군 만세로 환영받았지만 해방된 지 겨우 4년 뒤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지역에서 숨은 독립운동가를 직접 발굴해 낸 이들의 활동은 독립훈장 애국장 추서로 돌아왔다. 부천의 경찰서에서 목숨을 잃고 73년이 지나 2022년 8월 15일 광복절 77주년의 일이었다. 김명시 장군의 친족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사회주의에 대한 억압과 연좌제 등으로 나설 수 없었다.
엮은이 윤은주 관장은 우리 안의 분단이 여전히 깊고 생생할지라도 깨어있는 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노력한다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가진다고 말했다.
사상적 배경을 떠나 진정으로 조국을 위해,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누구인지, 그렇게 독립을 얻어낸 후 국가는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돌이켜 볼 때다. 새벽의 빛처럼 떠오른 창원의 독립운동가 김명시를 시작으로 사회적 상황상 묻힐 수밖에 없었던 독립유공자들이 새로운 잣대로 공로를 인정받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지금 자신이 방 안에 있는 동안 어머니와 오빠처럼 얼마나 많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가고 있을까.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이렇게 숨는 것밖에 없을까. 동생들을 핑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창피해졌다.
‘이 다음엔 다시는, 다시는 피하지 않을 거야. 저 거리에 나도 서 있을 거야!’
명시는 이를 악물며 그렇게 다짐했다.
- 1부 ‘결심’ 중에서
풀려난 것을 기뻐할 줄 알았던 오빠는 더 무거운 벌을 받고, 더 오래 감옥에 있지 못한 것이 분한 듯 말했다.
“감옥에서도 못 배운 놈이라고 차별을 하더구나.”
오빠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명시는 마음 깊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학교도 안 다니고 선창가 굴러다니는 놈이라고 순사들조차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무지렁이라는 거지.”
오빠가 돌아오고 한 달이 지나서 어머니도 집으로 왔다. 어머니는 태극기를 만들어 돌린 만세 시위 주동자로 몰려 남들보다 배로 고문을 당한 탓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온몸에 멍 자국이 나 있었다.
- 1부 ‘결심’ 중에서
조선을 막 벗어난 세 여자는 모스크바에 있는 동방노력자 공산대학으로 향했다. 일명 모스크바대학인 동방노력자공산대학은 동양의 여러 나라 유학생들이 신생 러시아 정부의 지원으로 무상으로 공부를 했고, 귀국 후에는 활동을 위해서 모두가 가명을 사용해야 했다.
(중략) 그들의 눈앞에 멋진 마차가 도착했다. 통 넓은 러시아 치마에 조끼와 숄을 걸친 후 그 위에는 담요 같은 것으로 덮은 여자들이 내리더니 시끌벅적하게 대합실로 들어오고 마차는 폭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귀족들의 재산이 전부 민중의 것이 되었나 봐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만민 평등의 공산주의 세상, 얼마나 좋아요! 내 가명은 스베츠로바로 할래요. 혁명가 스베르들로프처럼 살려고요!”
- 1부 ‘참새언덕의 제비들’ 중에서
목차
1부
결심 - 김지현(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참새언덕의 제비들 - 이예지(한일여자고등학교)
2부
상해로 돌아가는 길 - 김미조(대진전자통신고등학교)
습격 - 김지현(창원대산고등학교)
그 골목, 다시 기로에 서다 - 김시온(부산예술고등학교)
3부
잠입 - 엄인영(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그리움 - 김서영(창원명곡고등학교)
갇힌 몸, 별 헤는 밤 - 김현진(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4부
조선의용군, 만주의 작은 별들 - 김하은(마산삼진고등학교)
두 개의 등 - 이수빈(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그 새벽의 어둠 - 서예진(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
백마 탄 여장군 - 모은주(마산삼진고등학교)
남은 이야기 - 김민경(마산여자고등학교)
김명시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