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대 이집트 벽화를 보면 좀 이상하다. 몸은 정면인데 얼굴은 측면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람들은 왜 이렇게 그림을 그린 걸까? 요즘 그림을 그린다 하면 흔히 그리는 것이 풍경화다. 그런데 풍경화는 서양 미술사에서 아주 오랜 시간 홀대를 받았다. 왜 그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양 미술사>는 미술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결정적 질문들을 바탕으로, 선사 시대 동굴 벽화부터 현대의 그라피티까지 한눈에 펼쳐 보이는 미술 입문서이자 교양서다.
출판사 리뷰
왜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꿰어지는 서양 미술사
미술사를 공부하다 서양사까지 빠삭해졌다! 미술사에 절로 딸려 오는 서양사 서양 미술사 책은 이미 꽤 나와 있다. 대부분 사조를 시대 순으로 따라간다. 각 사조를 설명한 후 대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구조다. 이 책은 단순히 사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조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출연했는지 충실히 설명한다. 일례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부르주아,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주도하게 되고 이들의 삶을 그린 사실주의 그림이 등장한다. 그전까지 미술은 성직자, 귀족 같은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그리거나 성경 이야기, 역사적 사건, 신화를 묘사하는 것이었다.
네덜란드에서 풍경화가 발전한 이유는 네덜란드는 신교 국가였고, 신교에서는 성상을 금지했던 터라 네덜란드 예술가들은 구교 국가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예술가들처럼 교회의 주문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소박한 일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상화, 정물화, 풍경화 같은 장르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이 책은 각 사조의 역사적 배경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줄 뿐 아니라 사조와 사조 사이에 잠재돼 있던 조짐들까지 짚어 줌으로써 굽이치며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미술사를 간파하게 한다. 아울러 미술사 고유의 주기적인 흐름을 통찰할 안목도 길러 준다.
왜 균형 잡힌 예술 뒤에 요란한 예술이 등장할까요? 르네상스 미술에 뒤이어 등장한 마니에리스모와 바로크 미술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듭니다. 이와 비슷한 양상을 앞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이른바 ‘고전기’의 균형 잡힌 미술 뒤에 다채롭고 격정적인 헬레니즘 미술이 등장했으니까요. 균형 잡힌 예술 안에 무질서와 확산과 폭발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고 봐야겠습니다. 르네상스의 거장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게서도 결코 균형 잡히지 않은 불가사의한 열정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130, 131쪽
새로운 질문, 참신한 시각 이 책의 큰 줄기이자 원동력은 ‘왜?’라는 질문이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왜 풍경화가 역사화보다 못하다는 걸까? 마침 튜브에 담긴 물감이 발명되면서 화가들은 이 물감을 챙겨 들고 야외로 나간다. 인상주의 미술의 탄생이다. 그런데 이 무렵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이 등장했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런 물음이 이어진다. 왜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만 그려야 할까? 이런 물음을 놓고 궁리를 거듭한 끝에 몇몇 화가가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왜’는 이렇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책의 시각이 새로운 것은 질문들이 새롭기 때문이다.
책의 형식은 특급 열차다. 열차는 동굴 벽화에서 현대의 그라피티로 향한다. 질문 역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미술사라는 커다란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이 책은 미술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나 깊고 쉬운 미술사를 찾던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기본서가 되어 줄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에는 그 시절 사람들이 남겨 둔 ‘손자국’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손자국 또한 흥미로운 수수께끼입니다. 옛사람들은 손을 좍 펼쳐서 동굴 벽에 대고는 손 주변, 손가락 사이사이에 물감을 뿜었습니다. 물감을 대롱 같은 것으로 불거나 직접 입에 머금고 뿜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손자국들은 동굴에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서명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망자의 모습을 불완전하게 묘사했다가는 망자가 그런 상태로 살아갈까 봐 염려했습니다. 무덤의 벽화 인물들은 다들 젊습니다. 젊은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완전한 시기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집트 화가들이 사람을 그릴 때 머리는 항상 측면, 어깨와 몸통은 정면, 허리 아래 부분은 다시 측면, 이렇게 그린 것도 망자를 가능한 한 ‘완전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연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현재 미술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예술의 정형성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다양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연식의 서양 미술사 산책》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응답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면, 멜랑콜리》 《뒷모습》《드가》 등을 썼고, 《무서운 그림》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컬러 오브 아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1부. 선사 시대와 고대 미술
미술의 시작: 왜 동굴에 그림을 그렸을까
이집트 미술: 왜 얼굴과 몸을 저렇게 그렸을까
아케익 미술: 고대 그리스 미술은 이집트 미술과 어떻게 달랐을까
고전기 미술: 그리스 미술이 왜 기준이 되었을까
헬레니즘과 로마 미술: 왜 고상한 예술 뒤에는 요란한 예술이 등장할까
2부. 중세 미술
초기 기독교 미술과 비잔틴 미술: 왜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은 걸까
로마네스크 미술과 고딕 미술: 왜 건물을 높게 지었을까
플랑드르 미술: 왜 부르주아는 자기들만의 미술을 만들어 냈을까
3부. 근대 미술
초기 르네상스: 왜 사람들은 조토의 그림을 보고 놀랐을까
전성기 르네상스: 왜 천재들은 한꺼번에 나올까
북유럽 르네상스: 북유럽 사람들은 미술에 소질이 없었을까
매너리즘: 왜 훌륭한 예술 뒤에 이상한 예술이 등장할까
바로크 미술: 왜 균형 잡힌 예술 뒤에 요란한 예술이 등장할까
네덜란드 미술: 네덜란드 사람들은 왜 정물화를 좋아했을까
로코코 미술: 왜 엄숙한 예술 뒤에는 발랄한 예술이 등장할까
신고전주의: 왜 발랄한 예술 뒤에는 엄숙
한 예술이 등장할까
4부.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 낭만주의: 왜 인간의 격정을 그리게 되었을까
독일과 스페인 화가들: 프랑스와 독일의 낭만주의는 어떻게 다를까
터너와 컨스터블: 풍경화는 언제부터 인기가 있었을까
사실주의: 왜 농민은 그리면 안 되는 걸까
라파엘 전파: 왜 과거로 돌아가려 했을까
마네: 사람들은 왜 마네의 그림을 보고 화를 냈을까
인상주의: 왜 화가들은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갔을까
신인상주의: 왜 쇠라는 그림 가득 점을 찍었을까
여성 화가: 왜 여성 예술가들은 보이지 않았을까
후기 인상주의: 빛은 야외에만 있을까
5부. 새로운 세기의 미술
야수주의: 새로운 예술가들은 괴물일까
피카소와 브라크: 왜 괴상하게 그렸을까
클림트와 실레: 파격적인 그림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표현주의: 왜 차분하게 그릴 수 없었을까
추상 미술: 칸딘스키는 석양이 비친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초현실주의: 왜 마음의 밑바닥을 그리려 했을까
뒤샹: 예술의 근본은 어떻게 무너졌을까
미국 추상 미술: 왜 미술의 중심지가 바뀌었을까
팝 아트: 대중문화는 어떻게 미술이 되었을까
개념 미술: 생각으로 예술을 할 수 있을까
퍼포먼스와 미디어 아트: 예술가는 무엇을 이어 주는 걸까
yBa: 영국은 어떻게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냈을까
공간을 다룬 예술가들: 왜 미술관 밖으로 나갔을까
그라피티: 왜 무법자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