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작 「고등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필원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단편집이다. 독고독락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에서처럼 <지우개 좀 빌려줘> 역시 청소년기의 예민한 찰나를 포착해 내는 작가의 예리함이 정점에 다다른 작품집이다. 작품집에 실린 6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공통된 정서를 보인다. 바로 ‘외로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청소년기의 외로움’에 대해서다.
작가는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들을 가끔, 환상 세계로 데려간다. 인물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다 작가가 열어 둔 허공의 틈을 찾아 아주 잠시, 환상 세계에 다녀온다. 작가는 인물들을 절대 환상 세계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들은 반드시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바로 이것이 이필원 작가가 보여주는 힘이자 위로이다. 독자들은 모두 책을 덮고 난 뒤에, 다시 지금을 살아나가야 하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니까.
출판사 리뷰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은 찾아오니까,
혼자인 너에게 건네고 싶은 외로워서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작 「고등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필원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단편집이 나왔다. 독고독락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에서처럼 『지우개 좀 빌려줘』 역시 청소년기의 예민한 찰나를 포착해 내는 작가의 예리함이 정점에 다다른 작품집이다. 작품집에 실린 6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공통된 정서를 보인다. 바로 ‘외로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청소년기의 외로움’에 대해서다.
작가는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들을 가끔, 환상 세계로 데려간다. 인물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다 작가가 열어 둔 허공의 틈을 찾아 아주 잠시, 환상 세계에 다녀온다. 작가는 인물들을 절대 환상 세계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들은 반드시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바로 이것이 이필원 작가가 보여주는 힘이자 위로이다. 독자들은 모두 책을 덮고 난 뒤에, 다시 지금을 살아나가야 하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니까.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은 찾아온다. 왁자지껄 떠들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길에 문득 마음속을 파고드는 휑한 감정, 오랫동안 품어 왔던 비밀을 털어 놓았는데 도리어 무거워지는 마음 한편, 혼자인 밤 끄적인 유서를 가방 속에 품고 다니는 일 역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순간들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들에 혼자된 인물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담았다. 여기 『지우개 좀 빌려줘』에는 외로운 순간들을 오롯이 혼자 이겨내는 6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책 밖에서 같은 시간을 감당하고 있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감히 이 책을 건넨다. 외로워서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 끝에 당신의 내일 역시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채길 바라며.
#고3 #혹등고래 #첫사랑 #지우개좀빌려줘
#지구탈출 #우주여행 #안녕히오세요
#괴롭힘 #유서 #평범함 #호랑님의생일날이되어
#죽음 #포뢰 #용 #우는용
#사이버 #성추행 #도깨비 #호박마차
#우주장례식 #할머니 #우주장
이 소설집에 나오는 6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책을 덮고 나면 모두 한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 십 대 시절을 6편으로 나누어 읽은 것처럼. 전학생에게 지우개를 빌려주며 첫사랑을 시작한 우성이, 멸망이 다가오는 지구에 끝까지 남아 있으려는 ‘나’, 밤새 유서를 끄적이다 가방에 커터칼을 품고 다니는 고운, 은둔에서 벗어나려다 도깨비를 만나는 윤희,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을 잡아 보려는 수완이, 캡슐에 든 할머니를 우주 세계로 보내려는 ‘나’까지. 여섯 명의 인물들은 마치 한 명의 ‘나’인 것처럼, 책 밖의 청소년들이 겪을 만한 일들을 오롯이 혼자 관통해 버린다.
누구에게나 십 대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두근거리는 장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책의 표제작인 「지우개 좀 빌려줘」에서 교문에 서 있는 우성에게 전학생이 건넨 한마디. “지우개 좀 빌려줄래?”를 들었을 때, 불현듯 나의 십 대 시절 한 장면이 포개어졌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막 시작된 5교시 수업 시간, 내 자리까지는 오지 않는 교실 구석에 자리한 라디에이터 온기를 상상하며 나른한 눈꺼풀을 겨우 견디고 있을 때 짝꿍이 말을 건다. “손 좀 줘 봐.” 5센티미터쯤 될까, 둘 사이 허공에서 어느새 포개어진 두 손은 짝꿍이 입은 외투 속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때 느꼈던 떨림과 따뜻함이 책속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우성은 환하게 웃는 전학생을 보며 감탄한다. 소리 없이 웃는 저 미소에서 들리는 파도가 부서지는 상쾌한 효과음과 눈이 온 듯 주변이 새하얘지는 광경, 햇빛에 반짝이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 같은 것들이 자꾸만 연상된다. 한 마디로, 예쁘다. 그냥 예쁜 게 아니라 웃는 모습이 ‘노랗게’ 예쁘다. 우성은 뜬금없이 지우개를 빌리러 온 전학생에게 빠졌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어쩔 수 없다. 우성은 사랑하는 마음을 찰랑찰랑 안고, 학교에 간다. 고3 신분인 것은 잠시 잊고,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의 물컵처럼 급속도로 전학생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굣길에 전학생이 들려준 비밀 하나. “내 비밀 말해 줄게, 너한테만.” 전학생의 비밀을 듣고 한동안 벙 찐 우성은 후회도, 실망도 할 수가 없다. 다시 돌아간대도 나한테만 말해 준다는 그 유혹을 막을 수는 없었기에. 하지만 우성은 자꾸만 주머니에 여분으로 넣어둔 지우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언젠가 전학생이 떠날 그 날을 상상하며. 그 이후에 혼자 남겨진 자신을 준비하며. 그저 지우개만 만지작거린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또다시 찾아오는 내일이 버거운 너에게
소설집에는 밤새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미 죽음 곁에 다녀왔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에게 다가가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에서 고운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러 야구장에 가다 낯선 여자아이를 만난다. 고깔모자에 나비넥타이를 한 작은 아이는 마치 아는 사람처럼 고운을 부르더니, 이제는 자기가 천명산에 사는 호랑이라고 한다. “얘, 너 내 생일 파티에 올래?” 고운은 모르는 아이 아니, 호랑이의 손을 잡고 천명산으로 향한다. 야구장에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한다. ‘어쩌면 누군가 붙잡아 주길, 다른 경로로 이끌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생일 파티가 끝나 갈 무렵, 호랑이가 말한다. “안고운, 네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고운은 가방에 숨겨온 커터칼을 들키기라도 한 듯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야구장에 다녀온 뒤 고운은 자신이 하려던 일을 떠올리며, 빤히 호랑이를 쳐다본다. “이 동네에 외로움이 고이지 않길 바랄 뿐”이라는 호랑이와의 만남은 과연 고운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
「호박마차」에서 윤희는 한 달 동안 집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업이 망해 고모네에 윤희를 두고 간 아빠와 그런 집안 사정을 용기 내 절친에게 말했을 때 돌아온 침묵과 휑한 마음으로 접속한 온라인게임에서 알게 된 아이디 ‘달콤엔젤93’과의 만남, 이후에 경찰서에서 들었던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난 거면 합의를….” 같은 말들 앞에서 윤희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럴 때면 윤희는 ‘호박마차’에 찾아갔다. 뜬금없이 “도깨비 놀기 좋은 날씨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주인 앞에서 조금씩 붕어빵을 아껴 먹었다. 어딘지 외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주인 앞이면 괜히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호박마차에 드나들던 어느 날, 윤희는 주인의 말처럼 놀고 있는 도깨비 무리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점점 다가오는 도깨비의 검은 그림자, “네 외로움은 근래 먹은 것 중에 제일 별미더구나.” 하는 악몽 같은 말들 앞에서 윤희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혼자여도 괜찮을 때까지
언제든 꺼내 보고 싶은 6편의 이야기
외로움의 내용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제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외로움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어른의 외로움도 그렇지만, 청소년의 외로움은 마치 준비되지 않은 발표를 해야 하는 것처럼 더욱 당황스러울지 모른다. 언젠간 지나갈 감정이지만, 처음엔 알 수 없으니까.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당황스러운 청소년이 있다면, 이 책을 건네고 싶다. 『지우개 좀 빌려줘』에 담긴 6편의 이야기 속으로 잠시 피해 봐도 된다고. 외로울 때, 어딘지 마음에 바람이 이는 것 같을 때, 자꾸만 무거운 생각에 머리가 아플 때, 아무 손이라도 잡고 있고 싶은 그런 날 우성이와 고운이와 윤희와 수완이와 그리고 이런 시절을 지나온 작가가 이 세상 어딘가 있다고. 숱한 외로운 밤을 지나 마침내 당신을 응원하기 위해 여기 와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기꺼이 혼자일 준비가 되어 있는 용기 넘치는 당신에게 『지우개 좀 빌려줘』가 가닿기를 바라며 마친다.
“지우개 좀 빌려줄래?”
우성은 말없이 전학생을 바라보았다.
아빠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엄마는 우성에게 지우개를 사 주곤 했다. 지우개 따위로는 한때 사랑했던 남자를 지울 수 없을 텐데도 잊을 만하면 지우개를 선물로 줬다.
이 반짝이는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는 사실도 물론 놀랍지만, 교문 앞에서 지우개를 빌려 달라고 말한 건 뜻밖이었지만, 아무래도 우성을 가장 놀라게 하는 건 역시 저 환한 웃음이다.
웃는 게 예쁘다. 같이 따라서 웃고 싶을 만큼.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필원
고양이 집사.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푸른 머리카락』(공저), 『라오상하이의 식인자들』(공저) 등이 있다.
목차
지우개 좀 빌려줘
안녕히 오세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우는 용
호박마차
우주장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