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서 자란 귀동이의 유년시절을 그린 청소년 소설. 폐병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어머니와 실질적으로 어린 손자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귀동이에게 전쟁에 참전해 귀향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까치나라 대장으로 가있기 때문에 집에 올 수 없다며 다독인다. 어린 귀동이는 점차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할머니는 이런 귀동이에게, 아버지 없는 집에서 컸다는 말을 듣게 하기 싫어 ‘우리 가문의 대들보이자 사내대장부’라는 소리를 습관처럼 말한다. 늘 당당하고 남자답게 살아가라는 할머니의 말은 귀동이로 하여금 항상 가슴 속에 새기게 만들었고 그 말대로 씩씩한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자라왔을까? 아버지가 살았던 동네, 아버지와 함께 놀았던 친구들, 아버지의 첫사랑 같은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유년시절을 걸어온 아버지, 그 시대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들아』로 출간되었다. 저자 김용원은 오랜 집필활동과 동화작가 경력을 토대로 ‘귀동이’로 그려진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유년을 이야기하며 나아가 자식 세대들에게 조곤조곤 말하듯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듬뿍 담았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기억하는가. 유년시절 한 번쯤 읽어보고는 벅찬 감동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감히 ‘한국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고 칭하고픈 소설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한국전쟁 후 가난이라는 불가피한 환경을 겪어내면서, 어린 나이의 눈으로 보고 듣고 느꼈던 당시를 회상하며 경쾌하고도 아련한 이야기로 다시 그려냈다. 지금 우리 세대가 아니면 쓰지 못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묵묵히 뱉어낸 기억들이 아름다운 동화로 엮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여기 아버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아들아』에 우리 아이들의 감성을 맡겨도 좋을 것이다.
아들아,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 전후 세대들의 생활은 그리 넉넉지 않았다. 특히 전쟁으로 가장을 잃고 그 자리를 대신해야 했던 유년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김용원의 소설 『아들아』는 가부장적 전통의 맥을 이어온 한국 사회에서 ‘아들’이라는 신분(?)이 가진 특수성을 어린 귀동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설 『아들아』는 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서 자란 귀동이의 유년시절을 다루고 있다. 폐병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어머니와 실질적으로 어린 손자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귀동이에게 전쟁에 참전에 귀향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까치나라 대장으로 가있기 때문에 집에 올 수 없다며 다독인다. 어린 귀동이는 그 말을 믿고 있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할머니는 이런 귀동이에게, 아버지 없는 집에서 컸다는 말을 듣게 하기 싫어 ‘우리 가문의 대들보이자 사내대장부’라는 소리를 습관처럼 말한다. 늘 당당하고 남자답게 살아가라는 할머니의 말은 귀동이로 하여금 항상 가슴 속에 새기게 만들었고 그 말대로 씩씩한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각설이타령을 부르며 구걸하던 상이군인들한테 섭섭지 않게 대하고, 할머니를 모욕하던 아줌마를 내쫓고는 자신이 직접 나물을 팔거나, 노래를 불러 손님을 모으는 등 귀동이는 점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광경은 지금 세대들에게 신기하고 흔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별다른 결핍 없이 성장한 요즘 세대들의 시각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비슷한 유년기를 겪은 세대와 그 세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아버지 없이 자란 유년의 이야기라면 자칫 우울한 자화상으로 그려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창 타인의 시선에 민감할 시기, 남들은 다 있는데 나에게 없는 것이 아버지라면 더욱 위축된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아』의 주인공 귀동이는 그렇지 않았다. 할머니의 엄격한 보살핌과 영민한 머리와 행동으로 꿋꿋하게 성장한다. 넉넉지 않은 환경이 결코 특이할 것이 없던 시절, 한 가장으로서 성장하는 귀동이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울음이 터지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극복한 위인들 혹은 유명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왔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이러한 교훈 내지 자극보다 중요한 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옆집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평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과연 이런 이야기는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그래서 썼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연적인 ‘의무’였던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예전보다 많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밑에서 자란 ‘아들’의 권위도 가장의 몫을 다하기엔 미흡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도 일정 부분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아버지 없는 시대에서 아들까지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극단적인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여권신장은 꽤 이루어진 반면 남자의 기상은 갈수록 바닥으로 내려앉고 있다.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것이 절반은 여자, 절반은 남자라는 전제 아래 남성이 해내야 할 제몫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하늘을, 나라를, 사회를, 가정을 제대로 흔들림 없이 떠받치려면 남자는 남자의 제몫을 찾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적어도 그 의미와 의도를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혹은 그 주변에서 한 번쯤은 겪고 들었을 법한 이 담담한 이야기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절실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영민’하기 때문에 그런 것쯤은 잘 알았다. 내가 영민하다는 것은 치사하게 내 자랑을 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어른들은 내가 어른들 말을 잘 들어두었다가 그대로 흉내 내거나 엉뚱한 말을 하면 꼭 이런 말을 덧붙이곤 했다.
“저 녀석은 제 아비 닮아서 어찌나 영민한지, 어른을 갖고 논다니께.” -15페이지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동네에서 모르는 노래가 없기로 소문난 내가, 바보소리를 들으며 무시당하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글 모르면 바본겨?”
“그럼 바보지 인마. 나는 내 이름도 쓸 수 있어. 봐봐.”
그러고는 정말 글자를 써 보였다. 세 글자니까 ‘천길만’, 맞을 것이었다.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대들었다.
“그럼, 글 읽고 쓸 줄 모르는 어른들도 다 바보여?”
“그럼 바보지 인마.”
나는 글 읽고 쓸 줄 모르는 어른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정읍댁도 그랬고 옥천댁도 그랬고, 많았다. 그래서 서울 아들에게서 편지라도 올라치면 그 아주머니들은 그 편지를 가지고 우리 집에 와 할머니에게 읽어 달라고 했다. -37페이지
“‘가’자 이렇게 쓰는 거요?”
“어이구, 한글 다 아는구먼.”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묘숙이가 무슨 말을 하려다 째려보는 내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는 ‘가’자밖에 모르고 있어 그게 은근히 걱정은 되었다. 하지만 안심도 되었다. 옆에 묘숙이가 있는 한 잘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묘숙이가 한글을 알고 있으면 가르쳐 달라면 되었다. 어쩌면 묘숙이는 ‘가’자도 모를 수 있었다. 학교를 안 다녔으니까. -99페이지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팔지 못한 것을 내가 판 거나 다름없지 않는가. 이미 머릿속에서는 지붕 위에 올라서서 꼬끼오, 하늘을 향해 목을 빼고 우는 수탉이 그려지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그려 보였던 바로 그 수탉이 나였지 않은가. 호연지기! 그렇지 그걸 할아버지가 호연지기라고 했지. 나는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할머니는 호연지기라는 말 아셔유?”
작가 소개
저자 : 김용원
소설가이며 아동문학가인 김용원은 장편소설 『소』『아들아』『나의 여인』『네 미래를 꿈꿔 봐』 등 단행본을 낸 바 있다.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에서 소설과 시나리오를 전공했으며 문예창작과 글쓰기치료(문학치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복지관, 장애인 단체 등에서 문예창작 교실 운영 및 장애인을 위한 글쓰기치료에 힘쓰고 있다. 장애인이 시와 수필, 동화 등으로 문단에 등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배출된 작가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mistergom@naver.comhttp://cafe.daum.net/iamgom (김용원 소설가 문예 창작방)
목차
까치나라 대장 8
우리 동네 카수 17
아버지 27
묘숙이 46
다르니까 67
우리 집 대들보 80
서울양반 87
읍내 장터 108
나물장수 126
꼬마 가수 147
서울할아버지 156
안녕, 서울할아버지 177
삼천리 금수강산 195
엄니 210
지붕 위로 날아오른 수탉 217
[집필후기]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