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늘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2권.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을 소재로 소년들의 꿈과 성장, 형제애의 의미를 담은 청소년 소설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형제의 올림픽 마라톤 도전기를 담고 있다. ‘승리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승리보다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사우라브 세티는 영재 소년이자 테니스 신동이다. 하지만 형 라지는 청각 장애자로, 하루하루 삶과 힘겨운 투쟁을 벌인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무시와 무관심 속에서 라지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사우라브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형 라지의 삶의 권리를 함께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선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
출판사 리뷰
인도에서 미국으로, 다시 소련의 모스크바로,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10년.
이 형제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세상과 그 어떤 연결고리도 찾지 못하던 소년과
그런 형을 바라보며, 소년이 자신밖에 모르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야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굴 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를 통해 꿈을 이루는 선수들의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하고 열광한다. 올림픽 스타들을 비롯한 스포츠 선수들은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 깨달았다고 말한다.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을 소재로 소년들의 꿈과 성장, 형제애의 의미를 담은 청소년 소설 『뛰어, 뛰어!』가 도서출판 다른에서 출간되었다. ‘승리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승리보다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42.195km, 형은 반드시 돌아온다
승리보다 소중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
『뛰어, 뛰어!』는 전쟁터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 남자는 다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여섯 시간을 달려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아내와, 사랑하는 두 아들 ‘라지’와 ‘사우라브’의 얼굴을 떠올리며 뛰고, 또 뛴다. 이 두 인도 소년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동생인 사우라브는 귀여운 외모에 똑똑하고 운동에도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형인 라지는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우울하고 무뚝뚝한 아이다. 이 둘은 ‘미국 이민’이라는 큰 변화에 적응해 나가면서 어린 나이에 ‘승자’와 ‘패자’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동생은 1년을 월반해서 들어간 중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고, 학교의 미식축구팀과 야구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다. 선생님, 여자아이들 뿐 아니라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누린다. 반면에 형 라지는 입학 첫해에 낙제하고, 새로 들어간 특수반에서조차 외톨이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형제 사이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져서, 동생이 테니스 유망주로 미국 전체에서 주목받을 때 형은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을 기도한다. ‘승자’에게 모든 지원을 쏟고, ‘귀머거리 실패자’는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 아버지와는 달리, 사우라브는 형이 뭔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얘한테 모든 노력을 다해 봅시다. 시간과 돈을 전부 사우라브 인생에 투자하는 거야. 해리스 코치 말이, 사우라브가 테니스 선수로 타고났대요. 라지 장단에 맞춰 줄 시간이 없어요.”
(…) 형에 대해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이 독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렀다. 더욱더 불행한 건 형 스스로도 자기 능력을 믿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형이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_본문 144쪽에서
위기에 빠진 형에게 필요한 것: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17년 동안’ 단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던 형이 처음으로 이긴 것이 바로 달리기였다. 사우라브는 우연한 계기로 형이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아 둔 용돈으로 형 생일에 운동화를 선물한다. 형제는 아침마다 함께 달리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형은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또다시 처참함을 맛본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용기를 무릅쓰고 대회에 출전했지만, 출발 신호인 총소리를 듣지 못해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져 무릎을 크게 다치고 만 것. 안 그래도 아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에게는 ‘고작 멍 하나도 못 참고’ 출발조차 하지 못한 ‘약해빠진 놈’이 되고 만다. 마라톤 대회 이후로 형은 1년 가까이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고 갈수록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든다.
반면에 동생 사우라브는 프로 선수들이 참여하는 유명 테니스 대회에 처음 출전해서 우승을 차지하고, 그랜드슬램 대회인 윔블던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눈앞에 화려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지만 사우라브는 위기에 빠진 형을 돕기 위해 과감히 미래로부터 등을 돌린다.
세계 정상에 있는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온통 형 생각뿐이었다. 지난밤의 사건이 떠오르면서 형의 인생이 무서운 기세로 추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저 뒤로 물러나 형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_본문 185~186쪽에서
그런데 형의 꿈이란 것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이었다. 사우라브는 생각한다.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 같은 건 꾸면 안 되지 않나?’ 마라톤이라고는 한 번도 뛰어 보지 않은 데다 올림픽은 2년 앞으로 다가와 있었으니 말이다.
“형이 이기면 나도 이기는 거야. 그런 게 형제야.”
각박한 세상에 울리는 ‘형제애’의 의미
남을 이겨야만 성공하는 세상에서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형제조차 경쟁의 대상이다. 형제는 부모에게 가장 손쉬운 비교 대상이 되고, 어느새 한쪽에는 ‘승자’, 다른 한쪽에는 ‘패자라는 딱지가 붙으니 말이다. 그런 시대에 자기 꿈을 버리고 형의 꿈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동생의 이야기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기적’처럼 비쳐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2년간의 훈련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실화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버지에게 내쫓기다시피 집을 나와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지만, 형제는 서로에 대한 끈끈한 믿음으로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둘 사이의 이해와 사랑은 다시 친구, 후원자, 코치, 가족과의 관계로 이어지고, 형제는 ‘소년’에서 ‘남자’로 커간다.
『뛰어, 뛰어!』는 냉전 상황 속에서 개최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다. 형제는 1년 동안 피나게 훈련하고, 다시 1년 동안 열 번의 대회에 참가한 끝에 드디어 미국 올림픽 대표 출전권을 따내지만, 미국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반대하는 뜻으로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형제의 꿈은 눈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형제가 이 커다란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형 라지는 자신의 꿈이 꺼져가는 그 순간, 오히려 아주 어렸을 때, 신나게 뛰어다니던 모습을 떠올린다. 장난을 치는 동생을 피해서 뛰던 기억, 동생이 탄 자전거를 쫓아 뛰던 기억,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아이스크림 차를 따라 뛰던 기억. 서로의 기억을 나누는 과정에서 형제는 시련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다. 라지는 다시 인도로 돌아가서 인도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한다.
2시간 9분 10.87초. 라지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건다. 그럼 동생 사우라브는, 사우라브의 꿈은 어떻게 될까? 다시 테니스 선수 생활을 이어가 보려고 노력하지만,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20년 후면 세상이 나를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세계 최악의 동생이야.”(본문 190쪽) 스스로 그렇게 말했던 사우라브는 세계 최고의 동생이 되었다. 소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꿈을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부모들이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승리는 위대하다. 그러나 우정은 더욱 위대하다.”
- 에밀 자토펙,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우리 집 거실 빅토리아풍 소파 위쪽 벽에 연한 하늘색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몇 년 전, 검은색 유성펜으로 형의 이름을 북극에, 내 이름을 남극에 적었었다. 아버지가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지만, 다행히 따끔하게 혼나는 정도로 끝났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맞았던 셈이다. 형과 나는 정말 극과 극이니까.
북극에 적은 그 이름이 내 인생 최대의 선택 앞으로 나를 데려갈 줄이야……. 라지 세티라는 그 이름이 말이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정해진 시간에 했다. 잠자고 일어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아버지에게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만이 중요했고, 그것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했다.
그런 아버지의 큰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귀가 전혀 들리지 않고, 그것 때문에 말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버지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혔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형이 누가 보아도 정말 큰, 코끼리귀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은 정말 얄궂은 일이다.
나는 왜 이런 모습인 걸까? 다시 시작하면 안 되는 걸까?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다 끝났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빠르고 손쉽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면! 그런 다음 다시 돌아오고 싶다. 상쾌하게, 새롭게, 새로운 삶으로.
작가 소개
저자 : 슈리람 아이어
인도 방갈로르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단편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썼고, 1996년에는 인도 대통령이 수여하는 샹카르 국제 아동문학상 은메달을 받았다. 슈리람은 2007년에 「안개 속에서Is Dhundh Mein」라는 앨범을 발표하고, 인도,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 4백 회가 넘는 콘서트를 가진 가수이기도 하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 제자리에
삼촌의 편지 / 미국 생활 / 일기장 / 테니스 / 샬리니 / 테니스 전국캠프 / 달리기 / 8킬로미터 달리기 대회 / 마라톤 연습 / LA 마라톤 대회
2부 : 준비, 시작
타 버린 일기장 / 형을 살게 하는 것 / 결심 / 가출 / 실라 고모 / 스톡턴 / 테일러 씨 / 스스로에 대한 믿음 / 이별 / 올림픽 대표 선발 대회
3부 : 마지막 한 바퀴
보이콧 / 유일한 희망 / 다시 인도로 / 모스크바 / 올가 / 위기 / 2시간 9분 10.87초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